Q. '일요 주역철학'의 매니저와 세미나 튜터분들을 드디어 한 자리에 모셨습니다! 본격적인 질문에 들어가기 앞서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우선 막강한 매니저 완장을 차신 호진샘부터!
호진 : 나는 답변 다 써 왔지. 이게 기본이지! 흠흠. 안녕하세요. 올해 팀주역의 매니저를 맡게 된 손호진이라고 합니다. 올해 2년차입니다!
규창 : 저는 규문에서 백수로 살면서도 쪼들리지 않고 당당하게 살고 싶은! 고대중국철학을 중심으로 그 비결을 조금씩 알아가는 박규창입니다.
정옥 : 저는 규문에서 공부하고 있는 최정옥입니다. 예전에는 일도 하고 여러가지를 하며 살았는데, 그것들에 만족을 느끼지 못했어요. 그러다가 공부를 하면서 어떤 것들이 저를 즐겁게 하는지 알게 되어서 계속하게 되었습니다. 올해 주역철학의 튜터를 맡게 되었습니다.
태욱 : 이것저것, 동양철학을 비롯해서 공부가 될만한 것들을 하는 편인데, 최근에는 주역공부에 재미를 붙여서 하게 되었습니다. 집중해서 공부를 해 보겠습니다.
Q. 어떻게 주역을 공부하게 되셨는지, 주역과의 첫 만남! 말씀해 주시죠. 우선 호진샘, 준비하셨죠?
호진 : 2년전 함께 공부하던 선생님들과 함께 하자고 결의해서 제 공간에서 먼저 공부하게 되었고요, 규문에 와서 작년부터 주역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땐 소그룹으로 공부를 했어요. 많은 분들과 함께 시작하게 된 건 규문이 처음이네요. 소그룹 공부를 하면서부터 규문 같은 곳에서 공부를 하려고 했었거든요. 그래서 여기 오게 되었습니다.
정옥 : 저는 동양의 사상을 알려면 주역을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동양철학의 베이스니까. 마치 서양철학에서 그리스철학의 위치라고 할까요. 그래서 규문에서 주역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죠. 처음에는 주역의 말이 너무 낮설어서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작년부터는 주역의 언어들이 들리기 시작하는 것 같더라고요. 점점 주역 공부가 재밌어지고 있습니다.
태욱 : 저는 4,5년쯤 되었나. 우응순 선생님께서 주역 원문강독을 하셨지. 그 강의를 3분의 2정도 들었어요. 그게 아쉬워서 규문에서 주역 세미나 '달달주역'을 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우응순 선생님 강의를 찾아 들으면서 관심을 유지하고 있다가 2021년 주역과 글쓰기 세미나를 신청했죠. 주역에는, 뭐랄까, 동아시아 사유의 수원(水原)이 있다고 해야 할까. 굉장히 많은 것들이 담겨 있다고 생각해서 재밌어요. 점사인데 아포리즘이기도 하고 서사가 있는가 하면 시적 정서가 있고. 한편으로는 판타스틱하고 그러면서도 다큐처럼 리얼한 부분도 있죠. 어디서 접근하느냐에 따라서 정말 여러 갈래로 뻗어갈 수 있는 공부가 주역이라고 생각했죠. 주역 하나만 붙들고도 여러 분야의 공부와 접속해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계속 공부하게 되었어요.
규창 : 저 같은 경우는 주역 텍스트는 뭘 알고 시작한 건 아니에요. 고대 중국 철학을 하나씩 건드리는 와중에 주역이라는 텍스트가 있어서, 한번 읽어보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을 했죠. 주역이라는 텍스트가 아무래도 도가쪽 텍스트를 읽든 유가쪽 텍스트를 읽든 계속 등장을 하니까 이게 대체 뭔 텍스트냐 싶어서. 그런데 텍스트를 읽는 건 처음인 것 같아요. 우리가 텍스트를 읽을 때는 대개 논리적 구성을 따라가며 읽는데, 주역은 일단 그림 하나 갖다놓고 그걸 해설한다고 써 놓은 게 한 줄, 그리고 그 변화라고 써 놓은 게 여섯 줄. 이게 다예요. 이게 대체 뭔 소리지? 참 낯설기도 했는데, 그래서 읽을수록 계속 다르게 읽게 해주는 재미가 있어요. 텍스트의 특성상 사고 자체를 다르게 해주는 맛이 있더라고요. 기본적으로 상상력을 자극해 주고요. 확실히 주역은 읽어도 읽어도 모자르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타이틀 감인데? '읽어도 읽어도 모자르다!'
호진 : 그러면 안 돼...사람들 안 와.
Q. 그럼 홍보가 될 만한 주역의 매력을 어필해 주세요. 그리고 주역을 공부하면서 생긴 변화가 있다면 말씀해 주시죠.
호진 : 아, 나도 그렇게 썼네...'평생을 가져가야 할 텍스트인 거 같다.' 이렇게 썼어! 큰일났다. 아무튼, 주역의 매력은 그거 같아요. 하나의 고정된 해석이 없고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게 해줘서 내가 이거다, 하고 생각하는 것들을 고수하지 못하게 하는 책이라는 것.
-자유로운 텍스트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호진 : 그럴 수도 있죠. 사람은 하던 대로 하고, 생각하던 대로 생각하는데 주역은 여러 방면으로 뻗어나갈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참 자유로운 텍스트인 것 같아요.
정옥 : 저는 주역 공부하면서 이 한 마디가 남아요. 군자이고 바르다면 어떤 상황이라도 길(吉)하다는 것. 주역의 매력은 무엇이 바른 삶인지 상기시켜준다는 것이에요. 이 책은 삶의 태도를 만드는 데 정말 중요한 지표가 되거든요. 아무리 좋지 않은 상황이라도 길할 수 있는 조건이 나에게 있다는 것. 이걸 계속 반복해서 말해주는 게 주역의 큰 매력이에요.
-위로가 되는 건가요?
정옥 : 그보다는, 윤리가 추상적으로 느껴질 때가 많잖아요? 그런데 주역은 상황별로 어떻게 길할 수 있는가를 말해주기 때문에 내가 어떻게 나의 바름을 지킬까를 구체적으로 말해줘요. 그게 저에게는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그럼 주역이 선생님에게 준 변화가 있다면?
정옥 : 지각을 하지 말아야겠다...그런 생각을...
호진 : 그건 늘 하는 말이잖아.
-좀 오피셜하게 얘기해 주시죠.
정옥 : 오피셜하게...모든 게 과정에 있다는.
호진 : 이렇게 구업을 지으시는군요.
정옥 : 네. 변화를 느끼는 건 어렵긴 한데, 아무튼 변화가 생겼다면 즐겁게 공부하게 되었다는 점 같아요. 일상에 여러 일이 생기지만 즐겁게 나의 바른 길을 간다, 그런 마음을 먹을 수 있게 해주는 것. 그게 나에게는 큰 변화인 것 같아. 이 느낌이 언젠가는 드러나겠죠...!
-에세이를 통해 공부가 겉으로 드러나신 태욱샘, 주역이 선생님께 가져온 변화는?
태욱 : 이건 공부의 목적이라고도 생각하는데요, 지속적인 변화의 관점에서 나의 현실과 내 삶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해야 하나? 스스로에 대한 어떤 고정된 상이라고 해야 하나? 거기에서 조금 더 자유로워졌다고 생각을 했어요.
규창 : 그럼 이번 수풍정(水風井) 에세이를 쓰신 것도 주역을 공부하며 일어난 변화이신가요?
태욱 : 그렇다 할 수 있죠.
(궁금하신 분은 규문톡톡에 올라와 있는 태욱샘 에세이를 봐주세요~ : 링크)
호진 : 저는, 삶을 살면서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늘 하는 말이 있잖아요. 늘 좋은 일이 일어날 리 없다는 거. 그게 내 삶에서 진정 느껴진 거 같아요. 가령 가게가 안된다, 그러면 그 시간에 조급해 하지 않고 공부하게 된 거 같아요. 또 가게가 잘된다고 해서 경거망동 하지 않게 되고. 이렇게 들쑥날쑥한 삶이 안정을 찾았다고 할까.
-호진샘 뇌풍항(雷風恒) 에세이도 링크 걸어놔야겠군요. (링크)
규창 : 저는 상황을 다각도로 보려고 노력하게 된 것 같아요. 실제로 시야가 넓어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 효 이야기가 좋았어요. 주역은 같은 상황이라도 두 번째 자리와 다섯 번째 자리에서 보는 게 너무 다르다는 걸 보여주잖아요. 가령 우리 이란 여행 다녀와서 이야기 해 보면, 같이 여행한 게 맞나 싶을 정도로 거의 날조 수준으로 다르잖아요. 그런데 괘를 보면, 그게 너무 당연하다는 걸 알게 되는 거 같고. 또 공부하면서 위로를 많이 얻게 되는 거 같아요. 글이 잘 안 써지고, 공부가 부족하다고 느낄 때가 많거든요. 이게 언제쯤 풀리나, 가끔은 조급해질 때가 있어요. 그런데 기본적으로 주역은 상황이 안 좋고 안 풀려도 죽으라는 법은 없다, 오히려 그런 상황에서 너 자신을 갈고 닦아야 다음에 때가 오면 잡을 수 있다고 말해요. 그런 낙관에 가까운 희망이 생기는 거 같아요.
Q. 주역은 누구에게나 희망을 주고 유용한 책이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람에게는 꼭 필요한 책이다!'라고 한다면? 누구에게 주역을 추천하고 싶으신가요?
규창 : 공부 공간에서 읽는 텍스트가 아무래도 개념도 어려운 게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제 경우 참 따라가기 힘들었어요. 그런데 적어도 주역은 그런 고도의 개념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어디까지나 괘상을 가지고 그 괘상이 나에게 어떻게 오는지, 자연물의 만남이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생각하게 만드는 텍스트니까. 텍스트에 다가가기 힘든 사람들이 읽기 좋은 책인 것 같아요. 한 마디로, 처음 공부하는 사람일수록 주역을 공부해야 합니다. 이번에 쓴 에세이들을 참고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모두가 다른 문제로 에세이를 썼잖아요. 심지어 평탄한 삶을 살아도 그 자체를 문제삼아 에세이를 쓸 수 있는 텍스트예요.
정옥 : 맞아요. 그래서 저는 정말 누구에게나 추천할 수 있는 텍스트라 추천할 사람을 특정하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호진 : 저는, 이 문제에 대해 길게 써 왔는데요, 자기 문제에 대한 모호함을 갖고 계신 분들에게 주역 공부를 추천합니다. 모든 철학을 공부하는 이유가 자기 삶의 문제를 가지고 새로운 해석을 하려는 것인데, 그 공부를 알기 어렵잖아요. 그런데 주역을 공부하게 되면 그 모호함 속에서 자기 문제를 찾아가는 가능성이 무한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문제가 문제인지 아닌지 모르겠는 이런 모먼트가 너무 많으니까, 그 문제지점을 설정하는 텍스트가 주역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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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창 : 호진샘 얘기를 듣고 떠오르는 게, 64괘가 구체적인 상황에 대한 지시잖아요. 내가 상황에 대해 갈피를 못 잡고 있을 때, 명쾌하게 만들지 않으면 괘가 안 읽히잖아요. 그러니까 계속 그 문제를 붙잡고 문제를 다듬을 수 있게 해주는 텍스트 같아요.
태욱 : 주역은 마치 분류표와 같으니까. 6개의 자리와 64개의 상황. 성격유형검사처럼 너무 심플하지도 않고 말이죠.
-태욱샘도 추천하실 분이 있다면?
태욱 : 자기가 살아가는 꼬라지에 대해 불만이라든가, 이 모양 이 꼴로 살아가다 죽을 수도 있겠다 그런 불안한 예감이 있는 사람이 있을 거 같아요. 그럴 때 주역을 보다보면 변화 가능성을 모색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좀 다르 방식으로 살고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할 수 있는 길이 주역에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특히나 40대? 제 나이쯤 되면 그래요. 마음이 소금밭이잖아요. 삭막하고, 고목나무 같은.
Q. 모두에게 드리는 질문인데, 그래도 애정하는 괘가 하나 있다면? '요건 내 거다' 싶은.
태욱 : 저는, 작년에 주역을 공부하면서, 그리고 에세이 쓰면서 모든 64괘가 나를 관통해 가는 거예요. 64괘를 가지고 내 삶의 모든 국면을 설명할 수 있겠다 싶어요. 그래서 어느 특정한 괘를 내 거라고 하는 건 주역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수풍정(水風井)괘가 좋아요. 그 이유를 생각해 봤어. 우물에 대한 원초적인 기본적인 애정이 있는 거 같아요. 우물이 자연의 역량과 인간의 의지가 적절하게 조합되어 있다는 생각을 해요. 인간이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에 자연의 질서라든가 이법에 의해 결정될 수밖에 없는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그 틀 안에서 인간이 의지를 내서 자기 자신을 변화시켜 나갈 수 있겠다. 그걸 더 많이 생각하게 해 주는 괘가 수풍정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정옥 : 저도 모든 괘가 저에게 오더라고요. 수풍정도 학술제 하면서 준비하면서 보니까 너무 좋았고. 원래 좋은 괘들 있잖아요. 지산겸, 지뢰복. 하지만 아무래도 저는 올해 에세이 주제로 잡은 괘가 좋더라고요. 풍택중부(風澤中孚)괘는 사람 사이의 공감의 힘을 말해주는 거 같아요. 나와 타인의 관계 안에서 생겨나는 공감이 믿음이라면, 이 시대에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관계들을 중부괘가 단적으로 얘기해주는 것 같아서 좋았어요.
호진 : 다들 에세이 쓰신 걸 해왔는데, 저는 뇌풍항(雷風恒)은 넘어선 거 같고요. 저는 중택태(重澤兌) 생각이 나더라고요. 같이 붕우강습(朋友講習) 하는 과정. 같이 올 한해 선생님들과 재밌게 공부를 해 나가는 것을 생각하기 때문에. 아무튼 항괘 넘어섰다는 얘기 꼭 써주세요.
규창 : 저는 산화비(山火賁)괘인데. 여기 얽힌 공자 스토리가 너무 좋아서요. 공자가 천하주유를 시작하기 전에 점을 쳐봤는데 이 괘가 나왔다고 하잖아요. 산화비는 어쨌든 큰 일은 할 수 없고 산에 있는 만물을 비춰주는 정도라, 공자가 이걸 보고 세상의 질서는 다시 세우지 못하고 여기저기 조언하는 정도로 끝날거라고 개탄했다는 얘기가 있었잖아요. 그런데 그 시대에 배우는 사람들의 공동체를 세우고 대대로 이어질 수 있는 체계를 만들었다는 게, 이게 정말 주역적인 자기극복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좋았어요. 저는 관종병이 있어서 제 뜻대로 일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욕심이 있는데 그러지 않아도 얼마든지 자기긍정의 삶을 살 수 있다. 그 마음을 내려놓자. 그 마음을 되새기고자 산화비괘를 한동안 잡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Q. 팀 주역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죠. 저희가 일요반으로서 화기애애하고 활발한 팀웍을 다지고 있는데, 이 팀은 대체 왜 이런 걸까요? 다른 팀을 보면 이런 분위기는 없습니다. 이 독특한 분위기는 뭘까. 각자의 팀주역 분위기 해석을 해주시죠.
호진 : 주역이라는 텍스트 자체가 고정된 형태가 없잖아요. 팀 주역 선생님들 보면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시고, 그것들이 있는 그대로 드러날 수 있는 게 아무래도 주역의 힘인 것 같아요. 공부하는 곳을 가면 점잖을 빼기도 하는데, 여기서는 솔직하게 자기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분위기가 있고 말이죠.
규창 : 저는 팀주역 분위기 좋아요. 개인적으로 텍스트를 심각하게 읽는 편인데, 이 분위기 속에서 다르게 공부하는 법을 익혀나가는 거 같아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건 암송이에요. 혼자 외우는 것도 아니고 누가 같이 닦달을 해가며 같이 외우는 거. 그게 아무래도 이번 학기를 왁자지껄하게 공부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지 않았을까. 확실히 뭔가를 같이 하는 세미나와 그렇지 않은 세미나는 분위기가 다르더라구요.
정옥 : 암송은 확실히 '같이 하는' 힘인 거 같아요. 오늘 암송을 하면서 느낀 건 모든 사람이 저 사람이 잘 외우길 바란다는 거였어요. 그게 있었던 거 같고. 팀 주역은 확실히 텍스트의 힘인 거 같고. 64괘가 각각 다른 어떤 상황이 모여 하나의 텍스트 주역이 만들어졌다면 팀주역 역시 각각 다른 상황이 모인 거죠. 누가 누굴 억제 하지 않는 자율적인 분위기 안에서 팀주역이 만들어진 거 같아요. 괘도 보면, 아까 산화비괘를 말했는데, 불이 산을 비추기만 하는 거잖아요. 그렇게 밝게 드러내기만 할 때 지혜로운 거라고 주역은 말하잖아요. 그렇게 밝게 드러내게 하는 게 팀주역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누구도 빼지 않고 자기 에너지를 갈 수 있게 하는 것. 그게 기본적으로 텍스트에 있다고 생각해요.
태욱 : 공부를 함께 하는 게 좋겠다, 하지만 굳이 팀? 그런 생각을 초반에 했던 거 같아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초반에 팀에 섞여들지 못했어요. 그랬는데 확실히 주역에 맛을 들이고 깊이 들어가다 보니까 주역은 확실히 관계성의 사유잖아요. 맨 아랫자리에서 윗자리, 이질적인 자리들이 한 괘를 이루고 있는 것처럼 조금 아는 사람, 젊은 사람, 나이든 사람 모두가 자기 자리에서 상대방의 관점을 이해하고 나를 이해하고 나를 상대에게 열어주기도 하고. 이런 것들이 확실히 팀 단위로 공부할 때 주역적인 사고를 몸에 배게 할 수 있는 공부법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규창 : 텍스트가 체화된 팀이네요.
역대 64괘를 암송하고 복희씨, 문왕, 주공 타이틀을 가져가신 선생님들. 팀 주역 암송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Q. 개인 질문으로 넘어갈까 합니다. 매니저로서, 튜터로서 어떻게 하실지, 무슨 각오가 있는지 그걸 말씀해 주세요.
호진 : 저는 딱 시간만 지켜주시면 될 거 같아요. 수업시간과 과제 제출 시간. 공부는 수련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건 꼭 강조하고 싶어요. 또 주역이 어렵고 두껍고 한자도 많아서 사실 진입하기 쉽지 않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입이 오시면 그분들이 편하게 적응할 수 있게 하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고충 처리 반장의 역할! 공부하다 보면 소원해지고 소홀해지고 힘들어지는 순간이 반드시 오는데, 그때 손을 내밀면 확실히 변화가 있거든요. 그 부분을 제가 수행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규창 : 저는 일단 팀의 텐션이 재작년에 비해 작년에 좀 더 올라갔고. 그런데 그게 기복이 심하다기보다는 더 안정적으로 올라갔다는 느낌이거든요. 이럴 때 매니저를 맡는 건 짐이 좀 크다, 최대한 그 텐션이 떨어지지 않게 신경써야 될 게 한두가지가 아닐 거 같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럴려면 제가 그럴 수 있도록 몸이 열려야겠죠. 제 몸이 시급하게 바뀌어야겠구나. 그런 걸 생각했고. 그런 의미에서 호진샘을 잘 보좌하고. 호진샘의 앞잡이가 되어서 이번에 분위기를 잘 조성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호진 : 이것도 써줘. 채운샘 강의는 제시간에 끝내주길 바란다고.
-이것도 혹시 시간 제어 대상인가요?
호진 : 당연하죠. 선생님도 예외는 아니죠. 공평해야죠.
-네. 매니저에 이어 세미나 튜터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습니다.일단 정옥샘. 세미나 튜터는 무슨 역할을 하는 사람인가요? 그 역할과 각오를 말씀해 주시죠.
정옥 : 올해 공부하면서 제일 많이 느낀 건 공부를 '함께 한다'는 거였어요. 특히 에세이 반은 남이 써준 거잖아요. 내가 보지 못하는 나를 타자의 눈으로 보는 경험이 이번 에세이였던 거 같아요. 그게 즐거웠고. 실제로 쓰는 것도 어렵지만 재밌는 과정인데 에세이가 될 때까지의 과정이 의미 있는 시간이 되는 거 같아요. 튜터는 함께 공부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사람 같아요. 저 역시 그 '함께'에서 함께 하는 것에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태욱 : 주역이 그런 거 같아요. 수풍정 얘기를 계속 하게 되는데, 거대한 우물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거든요. 도가, 불교, 현대철학과 등등 모든 것과 결합하며 할 수 있는 거 같아요. 그런 걸 우리가 작년에 작업했잖아요. 여러 존재론과 결합하며 공부해볼 수 있겠다 생각을 하거든요. 제 욕심이기도 한데, 공부하시는 선생님들이 자기 관심사에 맞게 거기에 딱 결합시켜서 멋진 공부의 길을 열어갈 수 있으면 좋겠고, 그걸 정말 함께 하며 도우려고 노력하겠다. 그런 생각이 들어요.
Q. 마지막으로, 신청할지 말지 고민하는 분들에게 한마디 해주시죠.
호진 : 내가 사진 찍는 줄 알고 책까지 가져왔거든.
정옥 : 그럼 꺼내.
태욱 : 그 무거운 걸 가져왔다고?
정옥 : 그럼 꺼내서 찍어.
호진 : 자. 이 두꺼운 책을 어떻게 읽지 고민되고, 한자를 모른다고 두려워하거나 머뭇거리신다면 그건 기우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팀 주역과 함께한다면 어렵지 않습니다!
정옥 : 할까 말까 할 때는 한다는 마음이 있으니까 고민하는 거죠. 하시면 됩니다!
-좀 더 영양가 있는 얘기 해주세요.
호진 : 영양가 있는 얘기는 태욱샘이 해주실거야.
태욱 : 역은, 변화입니다. 자기 변화를 꿈꾸는 분 주역의 문을 여시길 바랍니다.
호진 : 오오, 좋아.
-마지막으로 규창이가 권유의 한 마디 하는 것으로 마무리 하죠.
규창 : 시간을 들여서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을 텍스트가 많지 않습니다. 평생에 걸쳐 소장할 만한 책이 있다면 주역입니다. 일찍 시작합시다.
Q. ‘팀 주역’이 결성된 지 3년째입니다. 선생님 입장에서 보면, 이 엄청난 에너지를 3년째 겪는다고도 할 수 있는데요. 선생님께서 보시기에 ‘팀 주역’의 매력 포인트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매사에 꾸준한 과함. 도토리들 간의 절도있는 위계. 간식돌리기. 그리고 웃음.
Q. 강의에도 소개해주실 테지만, 첫 학기 강의의 주제가 “<주역>을 읽기 위한 문명사적 탐색”인데요. 주역이란 텍스트를 문명사적으로 탐색하는 것에는 어떤 의의가 있나요? 맛보기를 부탁드립니다.
음... 서양이든 동양이든 고대 텍스트를 읽을 때 흔히 범하는 오류가 지금 우리의 개념틀 속에 고대의 사유를 짜맞추려 한다는 거죠. 물론 우리는 아무래도 고대사유와 문화의 원형에 도달할 수 없습니다. '원형'이라는 것도 환상이지만요. 하지만 적어도 고대에 접근하기 위해 최소한 우리의 감각을 출발점으로 삼지는 말아야 하고, 그러려면 고대인의 경험이 형성된 문화적, 물질적 조건에 대한 입체적 이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주역>이라는 텍스트와 그에 대한 해석이 축적되기까지의 몇 백년을 좀더 인류학적, 고고학적 차원에서 접근해야겠다 싶었습니다.
고대인들의 기본적인 의식주부터 물질문명과 풍토, 환경에 대해 조금이나마 공부하다 보면, <주역>의 사유와 언어들이 또 다른 관점에서 보이지 않을까... 고대에 대해서도 일종의 SF적 접근이 필요하달까요.^^ 그런 관점에서 1학기에는 중국과 그 변방의 유목민들, 그리고 인도에 이르는 이른바 '동양'의 고대를 물질적, 정신적 차원에서 맥락화해보려 합니다. 아무래도 이번 학기가 '주역과 불교'인 만큼, 비슷한 듯하지만 어떤 점에서는 확연히 다른 두 사유의 산맥을 하는 데까지 한번 탐사해보려구요. 그리고 3학기에는 붓다와 공자라는 '심연'을 표면 위로 끌어올려볼까 해요. 개체의 삶이 어떤 식으로 그 시대 전체를, 나아가 '삶'과 '우주' 자체를 구현해내는지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또 그러기를 원합니다.^^
Q. 여러 철학 중에서도 주역과 불교는 접속력이 매우 높은 학문인 걸로 알고 있는데요. 이렇게 둘을 같이 읽게 되니 또 색다르네요. 여러 사유 중에서 특별히 주역과 불교를 횡단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주역과 불교가 접속력이 높은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다만, 두 세계 모두 우리 현대인의 삶과 사고가 얼마나 쪼잔하고 허접한지를 깨닫게 한다는 점에서 공통적이죠. 무엇보다 현실 속에서 현실을 초월하게 한달까요... '인간'이라든가 '앎'은 물론, 행복, 자유, 기쁨, 사랑, 정치 등등 형해화되고 진부해진, 그래서 도무지 다르게 생각해보려 하지 않는 모든 개념들을 전혀 다른 관점에서 사유하게 만드는 힘이 있어요.
시대도 언어도 다른 이 두 가지를 '함께' 공부한다는 게 핵심이에요. 양자의 공통점이나 차이를 찾으려는 게 아니라, 나란히 공부해가면서 우리의 사고활동을 촉발시켜보자는 것이죠. 특히 고대문화를 자기 식으로 해석한 공자와 기존의 인도철학을 일변시킨 붓다의 삶을 통해, 대체 이 '환란의 시대'에 우리는 어떤 비전을 가지고 살아야 할지를 근본적으로 질문해보려 합니다. 계기는 달라도, 결국 행복하고 자유롭고 싶어서 공부하는 게 아니겠어요? 늙는 것도 알지 못할 정도였다는 공자의 즐거움, 깨달음을 얻은 붓다의 기쁨, 그 한자락만 맛볼 수 있어도 공부할 이유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Q. 이번 글쓰기 주제가 독특합니다. 먼저 인류의 스승이라고 불리는 붓다, 공자, 예수에 대한 평전을 쓰는데요. 왜 하필 이 세 명이 꼽혔나요?
위대한 스승이니까요!^^ 물론 달라이라마처럼 동시대의 훌륭한 스승들도 많이 계시지만, 텍스트 문제도 있고 해서 누구나 아는 고대 성인들로 국한했습니다. 고대의 세 성인들은 각자의 시공간에서 '어떻게 살 것인지'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자신의 언어로 질문하고, 그 질문을 강도높게 살아냈다는 점에서, 영원한 스승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논어>에 보면 안회가 공자님을 두고 하는 탄식(?)이 있어요. "우러르면 더욱 높고, 뚫어 보면 더욱 깊으며, 바라보면 앞에 계시는 것 같은데 홀연히 뒤에 계시네.仰之彌高 鑽之彌堅 瞻之在前 忽焉在後"라는. 기가 막힌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위대한 스승들에게 우리 범부가 느끼는 당혹감(?)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구절이죠. 이 성인들의 삶을 통해 <주역>의 지혜를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거꾸로 <주역>을 통해 그들의 삶, 나아가 '삶' 자체를 이해하고 긍정하는 길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Q. 4학기 글쓰기 주제가 “괘로 풀어보는 나의 인생”입니다. 주역은 결정을 내리지 못할 때 하늘에 묻는 점서인데, 이걸로 인생을 풀어본다고 하니까 낯서네요. 어떤 관점에서 주역을 활용하는 시도인지 알려주세요.
우선은 <주역>의 괘나 효를 가지고 삶의 문제들을 이끌어내고, 일상의 지혜를 이끌어내는 데 좀 한계를 느꼈달까요. 그래서 좀 시야를 넓혀서 개체의 삶을 전체 흐름 속에서 바라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누구나 지금의 순간까지가 자기의 평생이고, 또 언제 죽을지도 알 수 없죠. 64괘의 괘들을 가지고 자신의 '평생 그래프'를 그려보면서, 자신의 삶을 좀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해보려는 시도라 할 수 있겠습니다.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요?^^
인터뷰 재밌게 읽으셨나요?^^
'일요 주역철학 : "주역과 불교"'는 2월 13일 개강 예정입니다.
'팀 주역'이 대체 뭔지 궁금하시다면? 그 일원이 될 기회! 놓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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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아랫자리에서 윗자리, 이질적인 자리들이 한 괘를 이루고 있는 것처럼 조금 아는 사람, 젊은 사람, 나이든 사람 모두가 자기 자리에서 상대방의 관점을 이해하고 나를 이해하고 나를 상대에게 열어주기도 하고. 이런 것들이 확실히 팀 단위로 공부할 때 주역적인 사고를 몸에 배게 할 수 있는 공부법이 아닌가."
라는 태욱샘의 명대사에 반했다가
"매사에 꾸준한 과함. 도토리들 간의 절도있는 위계. 간식돌리기. 그리고 웃음."
이 주역팀의 매력이라는 채운샘의 답변에 웃게 되네요.
팀주역 최고!
아휴 웃겨! 인터뷰인지 만담인지 모를 글 읽다가 한참 떼굴떼굴 굴렀네요ㅋㅋ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 보면 그 매력에 빠져 헤어나올 수 없다는 "마성"의 텍스트 주역을 벗과 스승님 게다가 웃음까지 더해서 배우고 수시로 익히니 또한 즐겁지 않겠습니까?
저희 나름 공부도 하는 지적인(?) 팀이니까 부디 많은 신청 부탁드려요!
정말 지성(?)이 넘치는 팀이네요. 함께 공부하고픈 마음이 절로 드는데요. 안 봐도 현장에 있는 듯한 후기도 너무 재밌어요.
"도토리들 간의 절도있는 위계" 이게 뭘까 제일 궁금합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