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방학 보내고 계신가요?
유튜브 중독을 끊고 군자의 길을 가겠다고 선언한 예비군자 사서반 1학기 에세이 후기의 막중한(^^) 임무를 맡았습니다만, 일주일 보내고 나니 벌써 그날의 기억이 가물해지는군요.(ㅠㅠ) 더 늦기 전에 얼른 임무 완수하겠습니다.
올해 <무진장 사서반>은 <대학><중용><논어><맹자>를 읽어가면서 이 텍스트들이 기초하고 있는 우주의 운행원리인 음양오행에 대한 공부를 함께 하고 있습니다. 1학기는 <대학>과 <중용>에서 엄선한 6가지 개념인 治, 修身, 心, 君子, 學, 知 중 하나의 주제에 대해 각자 에세이를 써보았습니다. 이번 에세이에서는 독특하게 발표순서를 주제별이 아니라, 목-화조, 무토조, 기토-계수조, 신금-경금조, 임수조 이런 식으로 일간(日干)별로 나누어 해보았습니다. 일간 별로 비슷한 글쓰기 스타일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해서 재미있던 경험이었습니다.
에세이 쓰기 전 1학기 내내 두 텍스트를 읽으면서 인상 깊었던 구절에 대한 단장취의 글쓰기를 격주 과제로 해보면서 어떻게 글의 리듬을 만들어 갈 것인가에 대해 계속 연습을 해보았는데요. 하지만 글쓰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저는 매번 에세이마다 글을 마무리 짓지 못하는 고질병을 앓고 있는데요. 이번에도 넘어가지 못했습니다... 휴 심기일전해서 다음번에는 어떻게 잘 되기를 간절히 바래 봅니다. 샘들 개별 코멘트들은 각자 마음에 새기시고, 저는 채운샘께서 해주신 코멘트들 중에 기억에 남는 몇 가지들을 정리해보겠습니다.
1. 리듬감 있는 글을 구성할 것
우선 글을 쓸 때는 작곡을 할 때처럼 전체적인 리듬감이 있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채운샘은 이런 리듬감을 음양오행시간에 배운 계절이나 절기의 변화를 떠올려보라고 하셨는데요. 예를 들어 봄에 싹이 땅속으로 터져 나오듯 서론에서 문제의식을 제시하고 그것이 본론에서는 여름에 잎들이 최대한 펼쳐지듯 제시한 문제들을 최대한 논증하고 해석하는 식의 과정을 통해 글에 리듬이 생기게 하고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글이 흐름이 만들어지는 글쓰기를 연습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야 글이 가독성도 생기고 자연스럽게 흘러간다고 하셨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문제의식을 분명히 하고 또한 텍스트에 대한 분석을 좀 더 철저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양철학을 읽다 보면 텍스트를 읽긴 하는데 그냥 한자와 해석만 이해될 뿐 이것을 현재의 맥락에서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지 막막해지는 경우가 많은데요. 단순히 낯설고 어렵다고 하기 전에 어떻게 좀 더 깊이 있게 텍스트를 만나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데요.
2. 기존의 생각을 헤집어 놓는 멘붕의 글쓰기를 할 것
텍스트를 깊이 있게 만나기 위한 방법으로 채운샘께서는 개념을 정리하거나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것을 빼고 글을 매끈하게 쓰는 것은 도움이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 글을 쓰거나 문제들을 생각하려고 하면 골치가 아프고 하지만 에세이는 써야 하니까 급한대로 확실한 것들을 위주로 글을 쓰고 결론을 내려는 성급함이 생깁니다. 선생님께서는 우리가 에세이를 쓰는 것은 이런 내용 정리를 하고 결론을 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대신 내가 알고 있다고 확신하는 생각이나 앎들을 습관적이고 반응적으로 믿는 태도를 멈추고 이런 것들에 대해 의심해보고 헤집어 놓는 질문을 하는 것이 우리가 글을 쓰는 이유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이 말이 자꾸 마음에 남았는데요. 저처럼 문제제기가 잘 안된다고 하는 것에는 내가 가진 확실함의 견고한 믿음들을 건드리고 싶지 않은 고집스러움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생님께는 그래서 성급하게 마무리를 내려고 하거나 뻔한 답이 나오는 질문 대신 답하기 곤란할 것 같은 귀찮은 질문을 하고 문제를 계속 복잡하게 만들라고 하셨습니다.
3. 오직 모를 뿐!
마지막으로 채운샘께서는 앎이나 공부는 실체적이거나 정량적으로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저도 군자가 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그럴수록 공부한다는 것이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군자가 되려면 가뜩이나 공부도 늦게 시작했고, 그래서 왠지 아무것도 안 하고 공부만 해도 부족하지 않을까라는 조바심이 들어서 공부를 생각하면 먼저 마음이 무거워지는데요. 이런 생각은 우리가 모든 것을 계량화하려는 태도에 기인하는 것같습니다. 채운샘께서는 지식/앎이라는 것은 양적으로 비교할 수도 없는 것인데 만약 어떤 지식이나 앎이 양화될 수 있다면 그것은 더이상 앎이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대신 공부를 하는 데 힘이 생기는 것은 책을 많이 읽고 많이 소유함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공부를 할수록 주었던 힘이 빠지고, 자꾸만 가벼워지고 덜어진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이런 것이 가능해지는 것은 삶과 공부가 어떻게 연동되는지를 느끼는지를 계속 지켜보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이렇게 간단히 의식의 흐름대로 에세이 발표 후기를 써보았습니다. 우리 2학기에는 ‘오직 모를 뿐!’을 화두 삼아 다 안다고 믿었던 것에 대해 근본적으로 질문해보면서 깊이 파고 들어가는 공부 해보아요. 푹 쉬시고 다음 주에 만나요!!
유튜브 중독을 끊겠다 선언하시고, 에세이도 마침표를 찍어 왔으니, 예비 '군자'의 반열에 오르셨습니다...ㅋㅋ
축적이 아니라 덜어내는 것이 공부라는 것은 늘 새기고 새겨야 할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