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간에는 <모두를 위한 경제> 끝까지 읽었습니다. 추출적 경제에서 민주적 경제로 전환시키는 최근 변화들을 현장감있게 구체적으로 볼 수 있어 좋았고, 성공사례들의 비현실적인 무모함과 무한한 상상력이 버무려져 있어 샘들께서 무척 흥미로워하셨지요. 대부분의 활동들은 그 온기와 열정이 식지 않은 채 현재에도 굳건히 유지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냉혹한 시장경쟁에도 지역의 핏줄은 돌고 돌아 지역경제를 살리고 서로의 영향력과 연대로 성과를 내는 방식이 말 그대로 “상상이 현실이 되었다”였습니다.
- 소유권의 혁신적 변화
이번 장의 핵심은 “소유권의 혁신적 변화”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자본주의와 이윤을 추구하는 영리사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죠. 기업의 지속가능성 평가지표인 B콥 인증은 영리의 힘으로 사업을 운영하지만, 수익 자체를 사회와 지역에 미치는 총체적 혜택, 즉 환경과 사회, 민주적 경영구조를 고려하는 새로운 기업 모델을 추구하도록 요구합니다.
민주적 소유권과 추출적 소유권을 모두 경험하고서도 살아남은 환경생태컨설팅 분야의 공익법인인 EA엔지니어링의 사례는 몇 가지 생각해 볼 점이 있었습니다. 창립자와 사원들의 목적이 환경생태보존이라는 공익에 있다는 것입니다. 한편 자본주의시스템에서는 기업이 투자수익률을 높이는 운영방식이 아니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공익을 실현하면서 이윤을 창출한다는 것은 서로 다른 생태를 붙여놓은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대표는 자사주를 매입하여 지분을 우리사주 신탁제로 100퍼센트 전환하고, ‘직원 소유’와 ‘공공의 이익’이라는 자기정체성을 외부에 천명합니다. 이런 결단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요. 환경생태를 복원하는 문제는 장기적이고 여러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설득해야 하기 때문에, 정부기관 대기업 자연생태계와의 협업이라는 다양한 관계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저는 지역의 이렇게 다양한 앵커(닻)기관과의 긴밀한 연결관계가 일을 실패할 수 없게 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뢰와 책임이 서로를 지탱해주는 힘으로 말이죠. 그러면서도 지속적인 이윤창출로 금융건전성까지 회복하고 주인이 된 직원들에게 배당하는 탄탄한 기업으로 유지하고 있는 것도 놀라울 일이었습니다. 소유권선택의 방식에서 수익을 지향하는 금융소유권을 선택할 것인지, 사회적 목적과 책임을 지향할 것인지, 여기서 극명하게 다른 사례로 EA엔지니어링은 이윤창출과 생태환경을 보호하려는 사회적 목적과의 균형을 맞추어 살아남은 공익법인이 되었고, 그와 반대로 행동했던 키바-가이기는 수십년 동안이나 유독폐수를 대서양에 배출하다가 병들어 죽어가는 주민도, 오염되어 해양생태계가 파괴되어도 발각이 되어야만 항복했던 비정한 기업으로 지탄을 받게 됩니다.
2.변화를 이끄는 상상 : 윤리적 금융과 좌초자산의 국유화
소수권력이 전국민의 경제생활을 좌지우지하고 있습니다. 이 권력을 다수에 분산시키거나 또는 공공에, 민주적으로 공공을 책임지는 정부에 이전해야 합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몇주전 경제기사톺아보기에서 같이 읽었던 은행의 공공성이 생각났던 대목이었습니다. 클리블랜드 앵커기관들이 지원하는 노동자 소유 협동조합 “애버랜드”에 영감을 받은 시의회의 적극적 활동으로 영국의 대표적 빈곤지역인 프레스턴시는 자체적으로 생활임금을 지원하는 고용주가 되었습니다. 지역전력회사와 에너지 공동공급자가 되어 소비자가 부담할 세금을 절감하고, 연기금으로 지역내에 투자를 하며, 학생주택을 보급하는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이죠. 그중 가장 강력한 효과는 CLES(지역경제전략센터), 시의회, 앵커기관의 협력으로 수익성을 얻게한 지역경제순환은 지역내 소비지출이 늘어난 만큼 일자리도 대폭 증가했음을 보여줍니다. 점점 더 지역경제가 침체되면서 일자리가 없어지고 인구도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우리 현실을 돌아보게 하는데요. 지역내 자체 동력으로 살아갈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게 정말 시급해 보입니다. 새마을금고, 지역농협과 같은 출신자체가 서민금융이나 지역금융이 규제완화를 이용해 투자수익모델에만 집중하는 행태에서, 지역순환으로 눈을 돌리고 금융지원이 배제된 곳에 정책적으로 힘을 쏟을 필요가 있으며, 우리 스스로도 공공금융에 대한 인식을 넓힐 수 있도록 여러 논의테이블에 올려야겠다는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지역에서 규모의 경제를 펼치는 것과 동시에 대규모시스템을 움직이는 방안으로 저자는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좌초자산의 국유화’를 주장합니다. 굉장히 혁신적이고 신박(^^)하기도 하면서 조금은 황당했던 아이디어였는데요, 공유재산을 오염시키는 행위를 처벌하고, 화석연료산업인 좌초자산을 국유화해서 폐기수순을 밟으라는 것입니다. 상상이 현실이 되는 마당에 불가능한 것일까요? ‘협력하는 민주주의’팀의 논리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연방정부가 거대금융회사를 구제한 것처럼 ‘지구를 위한 양적완화’의 방식을 쓰자고 제안합니다. 화석연료기반 기업과 온실가스 대량배출산업이 지구환경과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퇴출되어야 한다는 것은 모두가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G20정부와 개발은행들은 한결같이 그런 곳에 투자합니다. 국가경제와 이들 산업자본이 분리될 수 없기 때문이겠지요. 기업의 로비, 정치자금후원, 정해진 규제의 방해 등, 권력화된 자본이 국가적 결정과정을 뒤흔들기에 금새 무력화됩니다. “자본은 자연과 인간을 지배할 권리가 있는가?” “생태계를 황폐화시키며 부를 얻는 권리가 정당한가?” 자본의 최대 목적인 단기이익의 극대화로 주주들의 목표를 실현할 때, 동시에 그 과정에서 공동체붕괴와 생태파괴가 일어남에도 아무도 자본에 그럴 권리가 있는지 묻지 않았고 그렇게 할 수도 없었습니다. 이미 ‘자본권리 신수설’이라 할만큼 자본은 전지전능한 신이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자본주의시스템을 떠받쳐 온 무한팽창에 대한 정당성은 이미 대중들로부터 외면받기 시작했습니다. 자본주의체제가 역사의 변화과정 중의 하나의 현재화된 시스템이라면 우리는 당당하게 새로운 모습의 형태를 그려볼 수 있겠습니다. 경계해야 할 점은 저자도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자본주의시스템이 영원할 것이라 여기며 무력함에 빠지는 것이 아닐까요? <모두를 위한 경제>에서 다시금 확인하는 진실은 시스템을 바꿔나가고자 하는 ‘인식의 전환’ 입니다. 사람들은 지금과는 다른 패러다임을 찾고 그 방향을 공유하고 그런 상상력을 공공연하게 논의합니다.
기업 대표에게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고 있으니 ‘사리분별’을 요구하고, 생명의 근간인 생태계 지키기를 위하여 지속가능한 방법의 연구를 요구하는 것입니다. B콥인증은 기업의 방향과 가치관에 하나의 압력수단이 되고 있습니다. 기업의 핵심가치가 지구생태계 환경을 지키고, 사회의 재관계와 노동자의 삶을 고려하고,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통해 민주적 소유권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 모두 자본주의적 축적시스템에 균열을 내면서 우리에게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는 변화와 맞닿아있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전지구를 식민화하는 팽창을 어쩔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이는 것이 이상한 일이라는 점은 알아차리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지역경제 자체의 순환으로 지역사회에 피가 돌게하고 삶의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시스템의 행태를 전환시키는 많은 사례를 보면서 보통의 경제, 평범한 사람들이 자유와 존엄성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는 여러 방법을 상상해 보게 됩니다.
“해볼 만한 일, 가치 있는 일의 대부분은 해보기 전까지는 불가능하다고 단언되던 것들이다.”(219)
“우리가 할 일은 사람들로 하여금 명확하게 보게 만드는 겁니다. 지금 이 시점에 여기서 할 수 있는 일들이 있고, 그런 일들을 통해 시스템 자체를 바꿔나갈 수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220)
다음시간은 지난 4학기동안 공부했던 자본주의경제를 정리하는 뜻에서 각자가 가졌던 문제의식, 새롭게 알게 되었던 내용,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 한 편씩 들고 만납니다. 각자 선택한 택스트가 다른 만큼 일곱 색깔 무지개빛 선물같은 시간이 기대되네요^^
현정샘(증여론), 장청샘(칼 폴라니), 후남(석기시대 경제학), 완수샘(유한계급), 미영(자본의 본성), 경혜(좀바르트), 소현(세계 끝의 버섯)
후기는 장청샘께서, 간식당번은 장청샘과 경혜샘이 수고해 주시겠습니다. 금요일 건강한 모습으로 모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