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것을 좋아한다. 근 10년을 일 년에 한 번은 트레일 여행을 가고는 했지만, 작년과 올해 2년 연속 걷기 여행을 가지 못하고 있다. 그런 와중 이 책을 읽은 건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지 어떤지 복잡한 심경이다.
다양한 형태의 걷기(그저 이동수단으로의 걷기, 도시인의 산책용 걷기, 거듭남을 위한 걷기 등)의 이야기를 통해 그동안 내가 한 걷기 여행이 거듭남을 위한 걷기였다는 걸 새삼 깨닫고, 요즘의 내가 하는 최소한의 걷기(출퇴근 시 한 정거장 먼저 내려 걷기)가 도시인의 산책용 걷기인지, 이것 역시 거듭남을 위한 걷기인지 생각해보았다. 기본적으로 발을 땅에 붙이는 시간을 갖고 싶어서 걷는다는 것이 맞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내가 왜 걷는지, 왜 걷기에 대한 책을 읽는지 곰곰이 생각해보면, p.261의 “대지는 자동차의 타이어를 위해서보다는 우리의 두 발을 해서 만들어진 것임을, 우리에게 몸이 있는 한 그것을 써먹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을 것이다.”라는 구절처럼 어쩌면 이 세상에 속한 생명으로서의 존재성을 느끼고 싶어서가 아닐까, 라는 생각에 가닿게 된다. 육체성을 통해 세상으로의 정신이 깨어나는 존재성 말이다.
다비드 르 브르통의 <걷기예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