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있자니, 당장 도보 여행을 떠나고 싶다. 특히 짐을 어떻게 꾸려야 하는지, 짐이 얼마나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잘 보여주는지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특히 그랬다. 나는 어떤 짐을 챙겨서 걷는지, 정말 이 두 발로 온전히 대지와 만나는지, 단지 소음과 사람에 휩쓸려 다니는 건 아닌지...생각해보면 나는 걸으러 나갈 때 자발적으로 소음을 만드는(이어폰, 음악) 짐을 가장 먼저 챙기는 것 같다. 걸으면서 나를 세상에 열어놓기보다는 차단을 우선한 것이다.
'걷는다'라는 가장 기본적인 행위에 대해 계속 의식하게 만들면서, 이 책은 역으로 차와 인파와 소음으로 가득한 도시가 얼마나 걷기에 부적합하며 대지와 만나는 데 방해가 되는지 알려준다. 나는 걷는 걸 좋아하던가? 확실히 돌아다니는 건 좋아하지만, 자동차에 몸을 싣고 편하게 떠나는 걸 더 선호한다. 하지만 이 책에 따르면 차도를 따라 자동차를 타고 떠나는 여행은 보행을 통해 감각을 세상에 '열어' 놓는 측면이 부족하다. 그럼 여행을 해도, 사실 아무것도 만나지 못한 것인지도 모른다. 좀 더 내 발로, 직접 다르 것과 만나기 위해, 걷자!
다비드 르 브르통의 <걷기예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