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적BOOK적은 규문각에서 격월로 주제를 달리해 책을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해당 책을 읽고, 리뷰를 함께 나눠 주신 분들 중 심사를 통해 상품을 드립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자세한 공지는 이쪽에서!)
BOOK적BOOK적 추천도서 1 <과식의 종말>
음식 '소비자'로 산다는 것
데이비드 A. 케슬러 지음, 이순영 옮김, 문예출판사
"소비자들은 음식에 들어 있거나 음식 위에 얹혀 있는 재료에 현혹되기도 한다. 브로콜리를 좋아한다고 말하지만, 사실 그들이 정말로 좋아하는 것은 기름에 튀기고 치즈 토핑을 얹은 브로콜리다. 바삭바삭한 포테이토칩을 좋아한다고 주장할지도 모르지만, 정말로 그들의 마음을 끄는 것은 지방과 소금이다." (p.151)
이 구절을 읽고 가슴이 콕콕 찔리는 분들은, 꼭 한번은 이 책을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책 제목은 <과식의 종말>입니다. <과식의 종말>은 우리는 과연 무엇을 '맛있다'고 생각하는지, '맛있다'라고 하는 말 속에 담겨있는 함의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합니다. '맛있다'... 그럼 어떤 맛이 떠오르시나요? 이 책에서 소개하는 '맛있음'의 두 가지 요소는 이러합니다. 보다 복잡한 맛의 설계, 그러면서도 보다 쉬운 섭취! 우리가 좋아하는 '맛'을 떠올리면 사실 그건 한 가지로 환원할 수 없는 경우가 많지요. 달면서 짠 맛, 매콤하면서 달콤한 맛, 산뜻하면서도 풍미가 있는 맛...그리고 이런 맛들이 입에 들어가는 순간 사르르 녹을 때 '맛있다'고 생각하게 되죠. 여기에 조화를 이루는 적절한 인테리어와 서비스가 어우러질 때 음식은 하나의 '엔터테인먼트'가 됩니다. 그때 '음식'은 포만감을 느끼고 영양을 공급하는 수단을 넘어 탐닉할 대상이 되는 것이죠.
소비자의 충동을 자극하려고 여러 요소를 첨가한다? 바로 이것이 식품 산업이 의도하는 것이다. 실험 과정에서 덴 호에드와 잰드스트라는 소비자들에게 여러 제품을 맛보게 한 뒤 자신이 좋아하는 제품의 감각 특징들을 이야기하도록 했다. 당연한 결과겠지만, 소비자들은 칼로리와 지방 함량 모두 높은 제품을 선호했다.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제품은 또한 이중의 식감(예를 들면 겉은 단단하고 안은 달콤하면서 부드러운 초콜릿 캔디), 특별한 맛(예를 들면 강한 맛이 나는 소스), 혹은 이중의 맛(예를 들면 달콤하면서도 동시에 톡 쏘는 맛)처럼 독특한 감각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이 편안해지며 활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A. 케슬러 지음, 이순영 옮김, <과식의 종말>, 문예출판사, p.162)
이 책을 읽고 나면 음식의 '소비자'로 산다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왜 우리의 최대 고민은 '오늘 점심 먹지?'일까? 왜 맛있는 것을 추구하는 게 자연스러운 본성처럼 취급받게 되었을까? 왜 우리는 전보다 '많이' '끊임없이' 먹게 되었지? 이 책은 요식업계의 마케팅이 우리의 입맛을 그렇게 길들여 왔기 때문이라고 답합니다. 그렇다면 효과적인 마케팅이란 무엇일까요? 이 음식은 당신을 건강하게 해 줄 것이다? 그게 아니죠. 마케팅은 '이 음식을 먹으면 당신의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라고 끊임없이 속삭이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요식업계는 정말 온갖 것을 합니다. 고기를 대신 '씹어주는' 장치를 통해 연하게 만들고, 설탕과 지방을 겹겹이 쌓아 올리고, 그러면서도 온갖 종류의 감미료를 동원해 이 음식에 제일 많이 들어간 조미료가 '설탕'이 아니라는 식으로 성분표를 꾸리죠. 포장은 단숨에 눈길을 사로잡고, 그야말로 음식에서 긍정적이지 않은 요소를 단 하나도 찾아볼 수 없게 만듭니다. 이때 우리는 더 '많이' 먹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고, 심지어 당연하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죠.
상습적인 노름꾼이 한 번의 도박으로 만족하지 못하듯, 대부분의 사람들이 맛있는 음식을 몇 입 먹는 걸로는 멈추지 못한다. 사람들은 더 많은 보상을 찾으려 한다. 반복 행동을 막는 보호벽은 무너졌다. 우리는 계속해서 더 큰 흥분을 원한다. (데이비드 A. 케슬러 지음, 이순영 옮김, <과식의 종말>, 문예출판사, p.200)
요즘의 환경에서는 거의 항상 먹는 것이 가능하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한다. (...) 식사와 간식의 구분이 점점 흐려지면서 식사 체계가 무너진 것도 사람들이 음식을 많이 섭취하는 요인이 되며, 이런 현상이 결국 조건반사 과잉 섭취로 이어진다. 음식 섭취에서 통제력을 상실한 사람들이 기회만 있으면 먹으려고 하기 때문에 조건반사 과잉 섭취는 식사 체계를 더 심하게 무너뜨리면서 이 과정은 자기 영속적 사이클이 된다. (...) "1950년대만 해도 사람들은 식사를 했습니다. 가족이 함께 모여 식사를 했죠. 간식은 자라나는 아이들의 점유물이었으며, 자라나는 몸에 영양을 공급하기 위해 끼니 외에 먹는 음식이었습니다. 어른들은 간식을 먹지 않았어요." (데이비드 A. 케슬러 지음, 이순영 옮김, <과식의 종말>, 문예출판사, p.243)
왜 지금 우리는 지난 세기보다 더 많이 먹게 되었나? 그건 음식이 '강력한 자극제'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음식이 '자극제'가 될 수 있었던 건 그만큼 음식을 '소비'할 수 있는 대상으로 보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건강을 위해, 가족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던 시대에 먹는다는 것은 때가 되면 하는 자연스러운 활동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원하면 고당분, 고지방 음식을 얼마든지 구할 수 있고, 그런 자극이 곧 고단한 삶의 보상처럼 여겨지고 있지요. 이런 중독 사이클을 깨기 위해, 이 책은 우리가 현명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음식에 다른 가치를 부여하고, 새로운 관점에서 보고, 태도를 바꾸어 대하는 훈련과 함께 말입니다. 더는 음식을 '소비'하지 않고, 나 자신의 건강을 위해 '소화'하는 법을 배울 때, 우리는 좀 더 음식에서 자유로워지고, 음식을 더 맛있게 먹는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