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적BOOK적은 규문각에서 격월로 주제를 달리해 책을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해당 책을 읽고, 리뷰를 함께 나눠 주신 분들 중 심사를 통해 상품을 드립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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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적BOOK적 추천도서 7 <잠의 사생활>
“내 인생의 삼분의 일을 이해한다는 것”
데이비드 랜들, <잠의 사생활>, 해나무
나는 만약 잠결에 걸어 다니다가 뭔가에 부딪쳐 크게 다치면 어떻게 하나 혼란에 빠져 고민하다가 결국 어떤 계획을 결심하기에 이르렀다. 만약 의사가 잠에 대해 더 자세히 말해줄 수 없다면, 내가 직접 나서서 해결책을 찾아보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내 인생의 3분의 1이 제대로 조사도 설명도 되지 않은 채 지나가고 있었는데, 그러면서도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었다. 내가 기묘한 잠의 과학을 향해 발을 내딛는 모험에 나선 것은 이 때문이었다. 나는 추상적으로만 생각할 수 있는 그 시간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이라면 모두 다 찾아보기로 마음먹었다. (p.19)
이 책의 서문 격에 속하는 첫 챕터의 위 문장을 읽는 순간, 저는 저자에게 감정이입이 되었습니다. ‘잠에 대해 공부한다는 것은 삶의 삼분의 일에 대해 이해하게 되는 것일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든 것입니다. 저자는 몽유병 환자입니다. 전문 용어로는 사건 수면이라고 합니다. 잠 속의 꿈이 실제 현실에서 사건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그렇게 지어진 것이죠. 어쨌든 저자는 잠결에 일어나 복도를 거닐다가 벽에 부딪쳐 심한 고통을 겪게 됩니다. 그가 깨어났을 때는 침실에서 멀리 떨어진 거실 바닥이었죠. 그는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비록 그는 몽유병 환자였지만 다친 적은 처음이었죠. 주변의 사람들은 그를 걱정합니다. 그는 며칠 동안 절룩거리며 병원을 찾았지만 의사들도 별다른 이야기를 해주지 못합니다. 그러다 그는 문득 한 가지 물음이 생깁니다. “왜 사람들은 인생의 삼분의 일에 해당하는 잠이 대해 궁금해 하지 않는 걸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생의 전체 시간 중 약 3분의 1을 잠자면서 보내지만, 잠이 우리 몸과 뇌에 어떤 일을 하는지는 모른다” 그는 잠결에 다치는 사건으로 인해 잠에 대한 질문과 의구심을 가지게 되고 스스로 자신의 몽유병을 치료할 목적과 더불어 자신의 삼분의 일에 해당하는 삶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 공부를 하기 시작합니다.
옛날에는 잠이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죽 이어진 하나의 덩어리가 아니었던 게 분명하다. (...) 매일 밤, 사람들은 해가 지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잠을 잤고, 자정을 지난 어느 지점까지 그 상태로 계속 잤다. 이것이 바로 옛날이야기들에서 반복적으로 나오는 첫 번째 잠이다. 그리고 자정을 넘어서 깨면, 그 상태로 한 시간 정도 깨어 있다가 다시 아침까지 잠을 잤다. 이것이 바로 두 번째 잠이다. 이 두 가지 잠 사이에 깨어 있는 시간은 자연스러운 밤의 일부였고, 각자의 필요에 따라 기도를 하거나 독서를 하거나 꿈에 대해 생각하거나 소변을 보거나 섹스를 하는 데 썼다. (p.34)
어떤 사람들의 경우에는 뇌가 오직 한 가지 노래만 연주할 줄 아는 밴드처럼 외상을 계속 반복 연주한다. 뇌가 그 사건을 장기 기억으로 보내 보관하는(이것은 연구자들이 이제 감정계가 일어난 일을 받아들이고, 넓은 시각에서 그것을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는 징후로 본다) 데 실패하면, 밤마다 악몽이 반복되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이것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대표적 증상 가운데 하나이다. 어떤 사람들은 심지어 잠자는 것조차 두려워한다. (...) 오늘날 의사들은 매일 밤 자신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다시 고쳐 쓴다는 맥락에서 다른 주제와 인물에 대한 꿈을 꾸도록 뇌를 훈련시키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 잠자기 전에 환자는 자신이 꾸고 싶은 꿈에 대해 관객이 아니라 감독의 위치에서 10분 이상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면 이 방법은 효과를 발휘한다. 참전 용사들을 대상으로 한 한 연구에서 심상 예행 연습 요법은 악몽을 줄이는 데 약물만큼 효과가 있었다. (p.124)
저자는 잠에 대해 우리가 알지 못했던 이러저러한 이야기들을 들려줍니다. 특히 저는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해서 밤에도 낮처럼 밝게 살 수 있게 되기 전까지, 사람들이 잠을 두 번에 나누어 잤다는 사실이 충격이었습니다. 지금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죠. 날이 어두워지면 바로 자고 잠깐 일어나, 잠깐 소일거리를 하고 또 날이 밝을 때까지 잤던 것입니다. 그것이 단지 전구의 발명으로 밤의 어둠을 몰아낸 탓이었죠. 닭장의 닭이 생각났습니다. 계속 알을 낳게 만들기 위해 24시간 실내 전등을 밝게 켜두는 양계장도 그런 원리겠죠. 사람들에게 밤이 사라진 만큼 잠도 사라졌던 것입니다. 그리고 많이 잔다는 것은 게으름의 상징이 되었죠. 오래전 TV에서 4시간만 자고 일하거나 공부하는 사람을 칭찬했던 프로가 기억나네요. 예전에는 밤이 되면 밤새 자는 일이 당연했던 것이, 이제는 그 사라진 밤 대신 사람들은 더 일하거나 더 활동하게 되고 잠을 덜 자는 것이 당연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잠은 낮 동안 겪는 어떤 문제를 풀거나 치유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잠은 겪었던 동일한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꿈에 재생시킴으로써 문제를 해결을 돕거나 감정적 균형을 회복할 수 있게 도와주는데요. 다만 자신이 겪는 일을 끝내 받아들이지 못하고 장기 기억으로 보내는 것을 실패하게 되면 우리는 밤마다 악몽을 꾸는 경험을 되풀이하게 됩니다. 이것을 외상 후 스트레스라고 하죠. 하지만 방법이 없진 않습니다. '심상 예행 연습'이라는 것이 있는데요. 자기 전 자신이 꿀 꿈의 감독이 되어 꿈의 시나리오를 미리 머릿속에 연습하는 것입니다. 이 부분이 저로선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꿈이 예행연습으로 바뀔 수 있다면, 우리의 삶 또한 그럴 수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삶이 정해져 있는 운명이라 바꿀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살 것인가를 숙고하고 그에 맞는 시나리오를 미리 예행연습 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도 변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 인생 시나리오를 바꾸는 것이 공부가 아닐까 슬쩍 생각해봤습니다. ^^
수면의 질이 개선되자 삶 자체도 개선되었다. 거기에 필요한 것은 이미 건강의 다른 측면에 기울이던 것과 똑같은 관심을 잠에도 쏟기만 하면 되었다. 매일 칠리치즈 프라이를 먹으면서 허리 사이즈를 그대로 유지하길 기대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는 하루에 몇 시간만 잠을 자고서 정상적으로 가능하길 기대할 수는 없다는 개념을 바탕으로 생활 패턴을 새로 조직했다. 내가 전문가들과 대화하면서 배운 가장 귀한 교훈은 잠을 잘 자려면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은 기울일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 건강, 섹스, 대인 관계, 창조성, 기억 - 우리를 우리답게 만드는 이 모든 것은 매일 밤 우리가 잠자는 시간에 달려있다. (p.328)
저자는 잠에 대해 알면 알수록 정말 기묘하다고 말합니다. 쥐의 수면을 박탈하기 위한 제품이 있는 가하면, 그가 책을 쓰기 시작하기 전에는 자신과 같은 몽유병자가 잠결에 살인을 저지를 수 있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습니다. 실제 몽유병자가 저지른 범죄가 유죄냐 무죄냐하고 법정에서 싸웠던 일이 많았습니다. 잠에 대한 연구들에 대해서도 저자는 많이 소개하고 있는데요. 그 중에 흥미로운 것은 옛날부터 잠을 통찰의 원천이었다는 것입니다. 실제 유명한 사람들 중에는 잠결에 생각해낸 아이디어로 대단한 작품을 썼다거나 자신의 고민하던 문제를 해결한 사례들이 많았습니다. 이 책은 그렇게 잠에 대해 광범위한 정보를 제공하고 잠이 우리의 삶과 어떤 연관 관계가 있는가 생각하게 만듭니다.
인생의 삼분의 일, 곧 하루 중 삼분의 일을 우리는 잠으로 보냅니다. 잠을 안다는 것은 우리의 삶의 삼분의 일에 대한 이해를 통해 우리의 삶을 어떻게 잘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할 수 있게 해준다고 할까요. 그런 점에서 <잠의 사생활>을 읽는 시간은 저에게 뜻 깊은 일이었습니다. ‘왜 그동안 나는 삶의 일상의 삼분의 일을 차지하는 잠에 대해 궁금하지 않았을까’ 저 뿐만 아닐 것입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잠에 대해 별로 궁금해 하지 않고 살아갑니다. 그래서 더욱 잠에 대해 알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우리의 삶의 만족과 질을 높일 수 있는 것이 바로 등잔 밑에 있는데도 우리는 보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요. 그 등잔 밑 <잠의 사생활>을 샘들도 읽어보심이 어떠신지요. 강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