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와 역사 3-6주차 (10/23) 공지
돈키호테를 만나는 다섯 번째 시간입니다. 이번 시간에 저희는 <돈키호테> 2권 22장~48장과 <근대 유럽의 형성> 산업혁명과 계몽사상 부분을 읽어보았습니다. 유럽 역사는 홉스봄 읽을 때와 겹쳐 복습하는 느낌도 있었구요, 맥락이 잡혀 좋았는데요. <돈키호테>는 이번 편이 꽤 어려웠어요. 스페인의 사회적 상황과 인물에 대한 비판, 교회 비판들이 복합적으로 들어 있다는 건 알겠는데, 그냥 뭉게고 읽어야 해서 그런 거 같았어요. 나중에 좀 더 꼼꼼히 읽어보는 걸로 하구요, 이번에는 핵심적인 두 장면이 있었습니다. 돈키호테가 몬테시노스 동굴에 내려 갔다오는 장면과 산초의 섬 통치 부분이죠. 중간중간 나눠보고 싶은 얘기들도 많았지만 두 장면 중심으로 정리해 볼까 합니다.
몬테시노스 동굴 체험
돈키호테는 사촌의 소개로 몬테시노스 동굴을 알게 됩니다. 돈키호테는 산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동굴에 내려가 한 시간 남짓 머물다 옵니다. 밧줄에 묶여 동굴로 내려간 돈키호테를 당겨 올리니 몬테시노스 동굴 안에서의 돈키호테는 사흘에 걸쳐 신비스러운 모험을 했다고 말합니다. 돈키호테는 어디를 다녀온 것일까요?
동굴은 인간의 심연, 무의식을 말하는 상징적 표현이죠. 삶의 이면 즉 ‘죽음’을 의미하기도 하고요. 삶은 지나고 나면 돌이킬 수 없다는 측면에서 불가역적이고 재연 불가능합니다. 그런 의미라면 삶은 죽음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우리는 죽음이 삶 아닌 어떤 세계라고 생각하지만 불가역적인 삶은 죽음과 함께 가고 있는 것이죠. 단지 설명하지 못하고, 자신이 경험적으로 실감하지 못하기에 규정할 수 없을 뿐이죠. 그 이해를 위한 안내자로 몬테시노스 동굴의 경험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오딧세우스의 목숨을 건 모험과 단테의 지옥 여행과도 유사한 모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토론에서는 일상의 의식으로는 포획되지 않는 다른 면, 또는 의식의 확장인 것 같은데, 돈키호테가 현실을 허구처럼 살고 있기 때문에 동굴에서 오히려 현실을 본 것이 아닌가. 그래서 점점 광기보다는 이성을 발휘하는 게 아니냐라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삶과 죽음이 함께 가고 허구와 실재가 혼재한다는 것에 비추면 아무래도 나누어지는 걸 전제로 이야기가 진행되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몬테시노스는 책 후반까지 등장하며 돈키호테에게 영향을 주게 되던데요, 저자는 “합리적인 범위에서 너무나 벗어나 이것을 진실이라고 생각할 여지조차 찾을 수 없다” 라며 이 이야기의 판단을 독자인 우리에게 맡겨 버리던데요. 경계 없음, 섞임 그리고 모호성은 너무 많은 가능성에 열려 있기에 그것을 제공하는 사람이든 그것을 대하는 사람이든 힘이 들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확실성의 편안함에 익숙한 우리들에게는 더욱 그렇죠. 그럼에도 ‘신나게 파괴’를 행해가는 돈키호테의 길에는 고난과 비통함이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산초는 돈키호테를 ‘슬픈 몰골의 기사’ 라고 놀렸는데요 공자의 ‘상갓집 개’가 연상되기도 하죠. 물론 나중엔 ‘사자의 기사’라고 바꾸어 부릅니다만, 몬테시노스의 동굴을 경험한 자에게서 느껴지는 애잔한 정조가 책을 읽을 때마다 엄습해오는 것은 사실인 것 같아요. 마지막 남은 부분도 힘내서 읽어보죠.
정치가 산초
돈키호테와 달리 산초는 출세를 했습니다. 공작부부의 연극 속에서일망정 섬의 통치자가 됩니다. 자기의 종자가 되면 섬의 주인이 되게 해주겠다던 돈키호테의 약속이 지켜졌네요. 통치자가 된 산초가 걱정스러운 돈키호테는 이런 저런 조언을 건넵니다. 그러면서도 돈키호테는 비천한 농사꾼 출신에 무지렁이인 산초가 통치에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글은 몰라도 절묘하게 속담을 가져다 쓰는 것이 성직자를 논리적으로 이길 수 있을 정도입니다. 속담이란 사회 안에서 만들어진 집단 지성의 산물이고, 사람 사이의 흐름을 이해하는 것이기도 하며, 민중인 산초가 민중의 문제도 잘 판단할 것이기 때문이죠.
샘께선 산초의 섬이 유토피아의 한 모델이라고 하셨어요. 세르반테스 이전에도 에라스무스나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에 대한 논의들이 있었는데요, 돈키호테의 조언의 큰 맥은 덕치(德治)이죠. 그런데 토마스 모어가 지향하는 서양의 유토피아는 정의와 평등, 행복과 쾌락, 자연과 이성, 법과 덕을 추구하며 완벽한 이상 국가를 꿈꾸기 때문에 조금은 관념적으로 보여집니다. 동양의 유토피아로 일컬어지는 ‘무릉도원’이나 연암의 <허생전>에 나오는 일상의 삶을 돌보는 유토피아의 모습과는 좀 달라 보입니다. 산초와 돈키호테의 유토피아는 동양적 모델에 좀 더 가깝다고 설명을 하셨죠. 돈키호테가 편력 기사가 되기로 작정한 이유를 보면 금방 이해가 되죠. 그는 “처녀들을 지키고 과부를 돕고 고아들과 빈민들을 구제”하고자 했죠. 지금의 시대가 아니라 황금시대를 구현해 보겠다는 야심도 있었구요.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했으며 “노동의 풍요로운 수확을 아무런 대가 없이 누구에게나 제공”했고 “모두가 평화로웠고 우애가 넘쳤으며” “진실과 소탈함 속에 사기와 속임수 그리고 악”이 끼어들 틈이 없었다고 묘사하는 그 황금시대를 구현하고픈 환상이 있었던 것이죠. 이런 생각이 소탈하게 일상의 삶을 돌보는 것으로 이상 사회를 꿈꾸게 했던 것 같습니다. 산초는 명쾌한 결단력으로 마을을 통치해 주민들로부터 칭송받는 통치자가 되었습니다. 무슨 해피엔딩 동화 같지만, 세상의 변화는 요구하면서도 자신의 변화는 원하지 않는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다음 시간은 돈키호테 마지막 시간이라 1시까지 쭉 정리 강의를 해주실 예정입니다. 미리 간식도 준비하시고 만나도록 하지요. 현주샘 이번 주 논술 시험들 잘 치르고 담주에 만나구요, 재영샘 아시죠? 담주에 뵙겠습니다.
*** 6주차 (10/23) 공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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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 책
《돈키호테2》 : 49장~2권 끝 (602p~888p)
《근대 유럽의 형성》 : 12~13장 (420p ~ 끝)
* 과제
- 문학 : 나누고 싶은 문장을 뽑고 자신의 생각을 담아 숙제방에 올립니다.
- 역사 : 연표 정리하여 숙제방에 올립니다.
* 5주차 후기 : 은옥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