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와 역사 2-8주차 (2/24) 공지
글역팀은 이제 18세기 조선으로 돌아왔습니다. 연암의 여행기 <열하일기>와 18세기 영,정조 시대의 역사 <왕의 귀환>을 함께 읽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조선의 역사와 글을 읽는 것이니 꼼꼼하게 암기하고 가야 한다는 채운샘의 ‘강조강조’도 따라붙었죠. 토론 중에 한 선생님은 해외를 여행하다 돌아와 국내를 여행할 때와 같은 편안함이 느껴진다고도 하셨고, 연암과 괴테가 닮은 듯 비교된다고도 하셨는데요. 모두 연암을 만나는 남다른 감회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다시 읽는 열하일기는 오히려 쉽게 읽히지 않았어요. 이런 얘기가 있었나 싶은 대목도 많았고,ㅋ 중간중간 턱턱 걸리는 문장도 많아 생각이 머물러 있게 하고 책장을 넘겼다 다시 돌아오게도 해서였죠. 과제가 급하지 않다면 충분히 시간 내서 이야기를 씹어보고 싶더라고요. 앞으로 남은 <열하일기> 읽기가 더 재미있어질 것 같아요. 간단히 공지할께요.
붕당과 탕평
18세기 조선은 학문과 문화 예술이 꽃피고 서학과 서양의 과학 기술이 들어오면서 새롭고 다양한 생각이 넘쳐나던 문화의 황금기였지요. 그러나 한편 영, 정조시대는 어느 때보다 왕권과 신권이 대립하던 시기였습니다. 영,정조대의 치세로 거론되는 것은 단연 탕평책이었지요. 16세기 말부터 150여년 계속되어 온 노론과 소론의 다툼은 노론의 지지를 받아 영조가 왕위에 오르면서 노론의 승리로 끝나는 것 같았죠. 영조는 노론의 지지를 받아 왕위에 올랐지만, 붕당정치를 극복하고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탕평책을 펼칩니다. 뒤를 이은 정조 임금 역시 왕과 백성이 직접 소통하는 정치를 펴고자 하였지요.
채운샘께선 붕당과 탕평을 ‘신권과 왕권 정치의 대립’이라는 말로 간단히 정리해 주셨어요. 북송 성리학의 영향을 받아 조선 유학자들도 정치의 핵심은 신하들이라고 강력하게 생각하고 있었죠. 인격적 성인이 도덕적으로 주변 사람을 감화시키는 것을 정치적 이상으로 생각하였고 이런 ‘왕도정치’를 구현하고자 했던 것이죠. 이걸 임금에게도 요구하였을 테니 붕당과 탕평으로 드러나는 왕권과 신권의 힘겨루기는 영, 정조 시대에 한층 첨예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습니다. 50여년의 재위 기간을 자랑하며, 소론파의 지지를 받는 사도세자를 희생시켜 가면서까지 왕권을 수호하고자 한 영조는 대동법, 균역법 등 세제 개혁을 통해 신권을 약화시키려는 시도를 하였죠, 정조도 최고의 지성으로 무장하고 신하들과 논쟁을 회피하지 않았죠.
같은 시기에 청나라는 강희제, 옹정제, 건륭제로 이어지는 강력한 황제 치하에서 번영을 누리며 자신들의 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었습니다. 서유럽에서는 홉스봄이 말하는 이중혁명이 일어나 사회가 전반적으로 바뀌고 있었는데, 자본주의 경제가 자리 잡고, 정치적으로는 의회 민주주의라는 정치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시민혁명이 발발하는 역동적인 상황이었습니다. 소수 귀족 지배층이 아닌 시민 계급이 자리를 잡던 시기였지요. 아메리카 대륙도 독립전쟁을 치르고 제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를 마치고 있었구요. 전 세계가 역동적으로 출렁이던 시기 조선도 치열한 시기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의지할 게 사람밖에 없는 여행
연암은 1780년 정조4년 청나라 건륭제의 칠순 잔치를 축하하는 사절단에 끼어 북경을 거쳐 열하까지 연행을 떠나게 됩니다. 괴테가 이탈리아 기행을 떠난 게 1786년이니까 거의 비슷한 시기네요. 연암이 사절단을 따라나선 것은 청의 문물을 보고 배우기 위해서였습니다. 소중화 사상으로 멸망한 지 150년도 명나라를 부여잡고, 오랑캐들과 싸워 한족의 원수를 갚아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주류 ‘북벌론자’들과는 다른 입장이었죠. 연암의 집안은 노론이었지만, 연암은 전해만 듣던 청의 문물과 조선의 ‘북쪽’으로 대변되는 새로운 사상과 문화에 목말라 있었습니다. 북벌론자들에 대비해 그는 북학파로 분류되죠. 괴테와 연망의 공통점은 이런 배움의 자세와 당대 최고의 지식인이었다는 점이죠. 그래서 그들의 기행문에는 시와 소설 인물에 대한 묘사 풍경에 대한 감상과 고전을 활용하는 다양한 예시들을 볼 수 있습니다. 채운샘께서도 ‘무지 속에서는 아무것도 만나지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셨죠. 뭘 봐도 우리의 감상문이 짧은 이유일까요? 어떤 곳에 가서도 서사를 채울 수 있어야 한다는 말씀이 남더라고요.
연암의 글에는 실제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묘사가 많이 나옵니다. 사람들이 사용하는 도자기와 그려진 그림 놋쇠와 주석잔, 술의 가격과 맛 등 그들의 문화에서 독특함을 찾아내고,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비교해봅니다. 누가 마시는지 어떻게 사용되는지 말이죠. 사람들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자신과 함께하는 타자에 대한 태도로 드러납니다. 연암는 출발 전 막걸리를 부으며 간단한 의례를 행하죠. 술 한잔을 가득 따라 첫째 기둥에 부어 스스로 이번 길이 무사하길 빌고, 다시 한잔을 따라 둘째 기둥에 부어 창대와 장복을 위해 빈 다음에, 남은 술을 땅에 부어 말을 위해 빌게 합니다. 읽을 때마다 감동적인 대목인데요, 연암이 어떤 사람인지를 잘 보여줍니다. 이 험난한 여행에서 서로 믿고 의지할 건 사람이라는 걸 아는 존재가 연암이죠. 힘들고 무거운 짐을 함께 옮겨줄 말의 고마움과 안녕을 기원할 줄 아는 사람이 연암이구요. 이런 연암과 함께 떠나는 여행길이니 그의 시선이 머문 곳은 호기심과 배움의 열망, 타자에 대한 존중이 배어 있지 않을까요. 앞으로 연암의 글에서 무엇이 다시 보일지 저도 기대가 됩니다.
*** 2주차 (7/24) 공지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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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 책
《열하일기1》 : 성경잡지
《18세기 왕의 귀환》 : 1부 3장 ~ 2부 1장 (82p~125p)
* 과제
- 문학 : 나누고 싶은 문장을 뽑고 생각을 담아 숙제방에 올립니다.
- 역사 : 연표 정리하여 숙제방에 올립니다
* 1주차 후기 : 경희샘
월요일 줌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