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와 역사 2-2(6/5) 공지
글쓰기와 역사 시즌2가 시작되었습니다. 이 재미있는 수업에 함께 할 뉴 멤버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아쉽지만 있는 사람들이 더 즐겁게 공부해야겠습니다. 시즌2에서는 18세기를 배경으로 여행기 두 편을 읽습니다. 괴테(1749~1832)와 연암(1737~1805), 지성이 낯선 것들과 마주쳐 어떤 시너지를 내는지 이 두 작가의 여행기를 통해 제대로 만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괴테의 여행기를 읽는데 몇 년 전 페르시아 여행을 마치고 여행기를 쓰던 생각이 나더라고요. 다니며 기록한 것도 있고, 분명 다녀온 곳인데도 여행기를 쓰려니 어찌나 막막하던지요,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꼈는지 정리하기가 참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인지 괴테가 묘사해내는 하나하나가 소중하게 읽혔습니다. 이번 시즌을 통해 여행이 무엇인지, 어떻게 여행을 갈무리하는지 배울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이번 주에 읽은 책은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1>과 홉스 봄의 <혁명의 시대> 1-2장입니다. 지난 시즌 주제였던 풍자와 유머는 시대와 자신에 대한 문제의식을 벼리는 것과 비례했기 때문에, 하중을 많이 느꼈던 것이 사실입니다. 시즌2 여행기는 장차 더 읽어봐야 하지만, 그래도 편안하고 즐겁게 따라갈 수 있었다는 말씀들을 해주셨어요. 마치 이탈리아를 함께 여행하는 것 같기도 하고, 괴테의 안내를 따라 그 지역에 가보고 싶다는 바램을 갖게 만들고, 이탈리아를 다녀온 적이 있는 샘들에게는 자신의 관찰력을 가늠해 보게도 했으니까요. 그리고 향후 1년의 세계여행을 계획하고 계시는 경*샘(익명보장), 샘을 위한 맞춤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살짝....ㅋㅋ 그 즐거운 여행기도 기대하며 출발했습니다.
여행을 떠나요
괴테는 프랑크푸르트에서 태어나 26살에 바이마르의 총재를 지냅니다. 바이마르는 도시보다 20세기 헌법의 모범이 된 ‘바이마르 헌법’으로 우리에게는 더 익숙하죠. 에곤쉴레, 바흐, 리스트도 이곳 출신이라고 해서, 지세가 좋은가 싶었는데 바이마르를 예술의 도시로 만들고자 애쓴, 칼 아우구스트의 노력이 있었다고 합니다. 칼 아우구스트는 괴테를 초청해 고문관직에 앉힌 사람이기도 하죠. 괴테는 이곳에서 10년간 재상을 지내다 자신의 생일파티가 열리던 새벽, 아무도 모르게 빠져나와 이탈리아 여행을 감행합니다. 재상 자리가 그의 지성을 채우기엔 너무 단조롭고 새로운 사유 없이 상식을 요구받는 정치판의 상황을 견디기 어려웠던 것이죠.
새벽 3시 나는 칼스바트를 몰래 빠져 나왔다.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사람들이 나를 떠나지 못하게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 곳에 더 이상 머무를 수 없었다. (31p)
1786년 9월3일의 일기를 시작으로 장장 20개월에 걸쳐 이탈리아를 횡단한 여행기는 시작합니다. “
여러 대상을 접속하면서 본연의 나 자신을 만나기 위해서” 말이죠. 보통의 사람들이 “징병과 같이 무시무시한 운명에 의해 강제로 끌려가지 않는 한 자신이 태어난 고장이나 교구에서 살다가 죽는”(혁명의 시대, 80p) 시대에, ‘유럽 정신의 지주’와도 같은 로마를 목표로 여행을 하는 게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죠. 괴테 또한 한 사람이 그 많은 건 알고 있어도 되나 싶게 아무나 갖추기 힘든 박식한 천재성을 가진 인물입니다. 토양, 기후, 동물, 사람들의 몸짓, 놀이, 풍습, 등에 박물적 관심을 가지는 것은 물론, 뛰어난 관찰력으로 이 많은 것들을 종합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추고 있었으니까요. 이 역량이 여행기 곳곳에서 빛을 발합니다. 강(江) 줄기를 보며 보이지 않는 지세를 예측하고, 고대 원형 극장에서 인간이 공간과 만나 새로운 공간이 만들어지는 것을 상상하고, 베네치아에서는 어려운 삶 속에서도 마시고 노래하는 유쾌한 민중들에 주목하면서 작가이고 과학자이자 정치가의 면모를 드러냅니다.
여행이란 무엇일까요? 사람들은 왜 여행을 떠나는 걸까요? 우리는 어떤 질문을 들고 여행에 나서야 할까요? 괴테는 요즘처럼 보는 것에 집중된 부르조아지의 관광(sightseeing)이 아니라 귀족적 여행을 보여준 마지막 사람이라는 평도 있던데요, 그의 여행을 통해 우리가 집중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샘은 강의에서 3가지 정도를 제시해주셨어요. 여행 자체, 즉 타자를 만난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이번 시즌을 통해 생각해보는 것이고요, 다음은 여행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지의 문제입니다. 인간적 ‘성숙’이 무엇인지, 만남을 어떻게 배움으로 만들 수 있는지, 자신이 만나는 것을 어떻게 소화해 낼 것인지 생각하는 시간이 될 거 같습니다. 그리고 글역팀답게 여행이 어떻게 글쓰기를 촉발하는지 고민 보자고 하셨어요. 신체를 써서 걷고 생각하는 과정에 용솟음치는 글쓰기의 욕망... 시즌 첫 시간 여행을 떠나신 호*(익명보장)샘의 여행 뒷이야기 기대합니다.
인생을 보통 여행에 비유하기도 하지요. 삶이 하나의 텍스트라면 우리는 우리 삶을 어떻게 소화하고 있을까요? ‘그 곳에 더 이상 머무를 수 없어’ 여행을 떠났다는 괴테의 일성에서, 내가 참을 수 없는 것과의 결별은 여행이라는 테마로 묶일 수 있지 않을까요? 낯선 데로 자신을 던지는 새로운 여행을 이번 시즌 우리도 감행해 볼까요?
이중혁명, 자본주의의 태동
홉스봄을 다시 읽게 돼 전 개인적으로 새로운 감회가 있었는데요, 자본주의의 태동을 규정하는 홉스 봄의 시선은 이제 정통이 되었죠. <혁명의 시대>는 1789년 프랑스 대혁명에서부터 유럽 전 지역을 혁명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었던 1848년까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시기에 현대 자본주의가 태동하게 되지요. 홉스 봄은 ‘이중 혁명’이 중심에 있다고 합니다. 산업혁명과 프랑스 혁명을 거치며 인간 삶의 방향이 결정적으로 바뀌었다고 보는 것이죠.
1700년대 유럽은 전반적으로 농촌이었다고 해요. 런던과 파리를 비롯해 인구 10만여명이 되는 도시는 유럽 전역에 20개 정도에 불과했고, 지방 소도시 형태를 주를 이루고 있었죠. 전 인구의 90~97%가 농민이었고, 토지와 지대가 순소득의 유일한 원천이었다고요, 그러던 것이 영국에서 일어난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완전히 바뀌게 됩니다. 소도시에 공장이 건설되면서 생산력이 증대하고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합니다. 이 산업혁명의 중심에는 면화와 철도가 있습니다. 철도가 만들어내는 속도는 근대의 시공간을 다르게 만들었고, 면화는 세계를 뒤흔들어 사람을 흩어놓고 사회를 불균형 속으로 몰아넣습니다. 자본주의는 식민지를 기반으로 성장합니다. 18세기 영국은 세계에 많은 식민지를 거느리고 있었죠.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가능했던 것은 식민지를 활용한 “면농업”에서의 우월성 확보와 세계시장을 확보하고 있었단 점이죠. 식민지는 이중으로 착취당하고 있습니다. 식민지는 면공업의 원료인 면화를 공급하는 공급처이자, 면직물을 만들어 다시 되파는 판매처가 됩니다. 산업혁명은 기술적 우위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시장의 팽창에 잘 대응했기 때문이고, 이 때 중요한 기술의 발전이 있었다면 이는 기술적인 것이라기 보다는 기존의 기술을 사회적으로 잘 조직화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즉 전체적 시스템 전환이 가져온 착취라는 겁니다.
왜 하필 “면공업”이 문제일까요? ‘면공업’에는 당대 거의 모든 것이 연관되어 있습니다. 제국과 식민지의 문제, 도시화와 농촌의 문제, 지주와 자본가의 문제 농민과 노동자의 문제, 빈민의 창출에 이르기까지 세계 전반의 문제가 교묘하게 얽혀있습니다. 공장에서 면직물이 만들어지면서 그나마 돌봄을 통해 유지되던 공동체는 완전히 파괴되어 버립니다. 식민지 국가는 면화를 대량 공급하느라 자국의 소농과 토착 농업은 뿌리를 잃어버렸고, 영국에서도 산업발전과 비례하여 빈민이 급속히 증가하게 되었습니다. 급기야 사람들은 인간을 대체하던 기계들을 부수어버리는 ‘기계 파괴 운동’까지 일으키게 되죠.(러다이트 운동)
그런데 산업이 발전할수록 빈민은 늘어나는 구조적인 기현상이 일어났고, 자본주의 초기에는 아직 이 구조적 모순을 이해하기 어려웠죠. 한쪽엔 구호 대상 극빈자가 증대하고 다른 쪽에선 임금 수준은 올라가는 모순적인 상황을요. 농촌은 실업의 증대로 인한 ‘사회 비용’을 치르고 도시의 높은 임금 수준을 맞추기가 부담스러웠지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주들이 고안해 낸 것이 ‘스피넘랜드 법’이라는 구빈법이자 정주법입니다. 스피넘랜드 법은 지방 교구에서 농노의 이탈을 막기 위해 일정 비율표 이하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에게 세금으로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해주는 제도이죠. 인구가 급작스럽게 빠져나가고, 도시의 실패자들이 돌아오는 등 사회적 혼란이 고스란히 농촌의 부담이 되고 있었기 때문이죠. 임금을 세금으로 보조하면서 구빈 정책을 폈지만, 최소한의 소득보장은 노동자의 생활 수준을 더욱 떨어뜨렸고 “인간으로서의 몰골을 거의 잃어버리”게 만들었다고 폴라니는 이 법을 비판합니다. 더 큰 문제는 임금을 세금으로 보조하게 되면서 임금이 최저임금 수준에서 고착돼버렸다는 점입니다. 임금이 올라도 구빈법을 위한 세금을 내기 때문에 빈곤에서 헤어나오기 어렵게 됩니다. 스피넘랜드법은 산업혁명의 여파로 농민이 프롤레타리아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고안된 것이었지만, 이제 일하는 빈민들은 자신들이 감지할 수조차 없는 메커니즘의 압력에 밀려 노동계급을 형성하게 되었습니다. 다음 시간에 프랑스 혁명으로 이어집니다.
저는 1780년대의 세계는 현대세계에 비해 훨씬 작았지만 사람들이 느끼는 것은 훨씬 큰 세계였다는 말에 생각이 많이 머물더라고요. 지구촌이라고 말하는 지금, 지구의 거의 모든 땅이 인간에 의해 ‘정복’된 지금. 우리는 정말 넓은 세계에 살고 있는가? 교통과 통신이 발달하지 않아 일정 부분만을 다닐 수 있었고, 훨씬 미지의 세계가 많았던 때, 홉스 봄은 이 때 사람들이 훨씬 큰 세계를 살았다고 말합니다. 우리도 자기 안에 미지의 영역을 남기는 것이 자신이 넓어지는 길 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는 불화나 자신 안의 갈등을 참지 못하죠. 명백히 알고 싶고 밝히고 싶은 것들이 있고, 한치의 손해도 보고 싶어하지 않지요. 그 불편을 견뎌보는 것, 큰 세계에 산다는 것을 이렇게도 생각해볼 수 있겠네요.
*** 2주차 (6/4) 공지 합니다 ***
*
읽을 책
《이탈리아 기행1》 : 1부 로마까지(~294p)
《혁명의 시대》 : 3~4장
* 과제
- 문학 : 나누고 싶은 문장을 뽑고 생각을 담아 숙제방에 올립니다.
- 역사 : 연표 정리하여 숙제방에 올립니다
* 1주차 후기 : 현주샘
월요일 줌에서 만나요~~
* [죄송] 노트북 고장으로 공지를 다시 쓰는 바람에 많이 늦어졌습니다.
우왕. 재밌게 읽었습니다. 괴테의 여행기를 읽는 동안 고민해보라고 하셨던 3가지 질문을 잘 간직하고 시즌 2를 보내야 할텐데요.
다른 사람의 고통에 아랑곳하지 않는 자본축적의 욕망, 우리의 욕망도 자유롭지 않겠지요. 정신 바짝 차려야할 것 같아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