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문 후기 시즌 2-1 신현주
일주일 간의 방학 동안 재정비를 하고 시즌 2 괴테와 유럽사 알아보기에 돌입했습니다. 책은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과 에릭 홉스봄의 <혁명의 시대>로 일주일 간 읽어본 결과 <이탈리아 기행>은 바로 앞에 읽었던 루쉰의 책들보다 편안하고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줌 수업을 통해 다른 샘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샘들도 전반적으로 괴테는 어렵지 않게 읽었다고들 하셨습니다. 이번에 읽은 <혁명의 시대> 회차는 주로 영국 산업혁명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이번에 읽을 때는 괴테가 <이탈리아 기행>을 썼을 당시 (1786~1788) 배경을 잘 모르던 상태로 읽었는데 책에 드문드문 등장하는 정치적, 역사적 (민중을 언급하는 부분 등) 이야기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아쉽습니다.
괴테 <이탈리아 기행>에서 마음에 들었던 씨앗 문단을 골라 글을 쓰고 다른 샘들과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확실히 여행기라서 그런지 여행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이 나왔습니다. 은옥샘의 글을 본 뒤 이야기를 나눌 땐 여행을 떠날 때 하나의 테마나 문제의식, 목표를 지닌 채 이것을 풀어보겠다는 마음으로 떠나면 단순히 관광이나 휴양 목적으로 가는 것과 느낌이 확실히 달라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괴테는 책 속에서 자신을 속이기 위함이 아닌 발견하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저도 비슷한 부분으로 글을 썼는데 여행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는 게 어떤 식으로 가능할지 의문스러웠습니다. 그러다 은옥샘 글에 이탈리아 연극을 대하는 괴테의 부분이 나올 때 한 얘기들을 조합 해보니 어느 정도 해소점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괴테가 독일에서 흔히 접했던 문화와 예술의 차이를 느끼면서 좋고 나쁨의 관점이 아닌 타국의 다름을 인식하고 자신이 처한 시대와 나라의 상황과 조건 속에서 도망쳐도 보고, 바꿔보려고도 하는 등 여러 시도 속에서 자신을 조망하는 것 같다는 이야기들을 나눴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전 시즌에 배웠던 루쉰 또한 끊임없이 자신과 자국이 처한 상황과 환경 즉 현장감을 유지하며 글을 쓰고 생각하고 행동했던 것을 언급하며 괴테와 루쉰은 차이가 있지만 현장감을 지니고 있다는 것에선 동일하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베네치아 부분엔 유독 건축물과 (공간), 예술에 대한 언급이 많았습니다. 그중 이야기가 나왔던 것은 원형극장이었습니다. 괴테는 원형극장을 자신의 자리가 없는 민중들이 그 속에서 모두 평등하고 고귀한 개인이 된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누구도 가려지지 않고, 빈틈없이 가득 차 있는 내부를 통해 서로를 엿보며 말이죠. 덕분에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공간과, 그걸 디자인하고 만드는 과정에서의 건축가의 사명감 등을 생각해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요즘이야 높게만 쌓으면 장땡이라고 하지만 과거에는 민중들의 상황, 환경 등을 고려한 시대적 풍습과 건축물 안에 있는 메세지 등이 담겨있는 듯합니다. 언젠가 옛 건물이 많이 보존되어 있는 곳에 가게 된다면 그 시대 이것을 건축했던 건축가는 어떤 생각과 사명감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 시대는 어떤 시대였을지 생각해 보고 싶었습니다.
저는 이번 과제로 여행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려는 괴테와 그의 여행 방식, 고독함을 긍정적으로 그리는 것에 대한 생각을 풀어보고자 했습니다. 괴테는 비밀리에, 홀로 이탈리아 장기 여행을 떠납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그리도 바라던 고독을 이루었다고 합니다. 고독함과 나를 발견하는 것에 어떤 연관성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지만, 어쩐지 고독함을 긍정적으로 그리는 괴테의 모습이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생각했을 때 고독함은 피하는 게 좋다고 생각되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괴테가 긍정하는 고독함을 알아보고자 저는 현대의 사람들이 겪는 익숙함과 그렇기에 고독해지는 것에 관해 샘들과 이야기했습니다. 괴테는 낯선 타지에서의 감각적 인상 즉 계속 긴장하고, 외환 시장에 신경 쓰고 사람들과 문화를 관찰하는 것이 전과는 다른 정신적 탄력을 준다고 말합니다. 사실 현대인들은 이런 감각적 인상과 그런 새로움, 긴장감에서 비롯되는 정신적 탄력을 경험할 수 없는 상태이고, 어찌 보면 가장 편안한 상태인 기존 관습과 체제, 문화와 예술에 완벽하게 익숙해져 있습니다. 하여 그런 것들의 밖에 있는 또 다른 내 모습을 그리는 것이 어렵게 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아직 괴테가 고독을 긍정하는 것과 여행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는 과정을 뭐라고 정리할 순 없을 것 같습니다만 (정리하기엔 너무 조금 읽어서….) 끝을 보일쯤에는 타지에서의 고독한 여행으로 어떻게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는지, 제2의 정신적 개안을 맞이했는지 알 수 있게 되기를..!
채운샘은 괴테 <이탈리아 기행>은 기행이니 몇 가지 염두에 보면 좋을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그중 중요한 것은 여행이란 무엇이며 우리는 왜 떠날까?에 대한 것인데 이야기를 들으면서 여행을 떠날 때 여행가로서 지녀야 할 자세가 무엇일까에 대한 생각을 해봤습니다. (관광으로서의 여행이 아니라.)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듯, 우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에 더 관심을 두고 알아보려고 하는 의지를 불태웁니다. 이 책에서 괴테는 정말 모르는 것이 없을 정도로 예술이면 예술, 언어면 언어, 자연이면 자연에 능통합니다. 이 시기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행은커녕 자기 마을에서 벗어날 수 없는 환경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괴테는 이탈리아 여행으로 자신이 그린 확실한 목표와 변화를 원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괴테는 이탈리아 기행 전 이미 대문호로서 부와 명예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에 만족하지 않고 자기가 누리던 것들과 자기를 알고 있는 사람들을 떠나 타국으로 도망친 것에는 그가 기존의 생활에서 만족하지 못하는 지점이 있었다는 걸 말합니다. (당시 괴테는 고문관일도 하고 공직에서 성공적으로 생활했지만 높이 올라갈수록 정신적 소진이 있었을 것.) 즉 괴테는 어느 순간 한계에 도달해 자신이 누리던 모든 걸 딱 끊어내 포기하고는 이탈리아로 출발했습니다. 채운샘은 뭔가를 얻으러면 포기하는 것도 있어야 하고 공부를 하며 그것을 잘 저울질하는 법을 배운다고 했습니다. 괴테도 공직에 있으며 부를 얻었지만 예술적인 것을 잃은 것입니다. 하여 그는 자신의 예술성을 되찾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고 합니다. 채운샘은 그럴 때 필요한 것이 단결력이라고 했습니다. 그만둘 거라면 바로 잘라내야 한다고 말입니다.
뭔가를 얻고자 하면 잃는 것이 반드시 존재하고 공부는 그것을 보다 나에게 도움이 되도록 하기 위함이라는 말은 들으면 너무 맞는 말이지만 계속 생각하고 살기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떤 것도 잃기 싫어 우유부단하게 행동하다가 이도 저도 못하게 되는 상황도 많이 겪었고 지금도 종종 그렇게 사니까요. 괴테는 어마어마하게 높은 자리에 있었으니 물질적인 부분에선 포기하는 게 컸을 듯하지만 단호히 떠나는 모습에 그가 얼마나 예술과 문학을 사랑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문득 후기를 쓰다 보니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네요….
토론에서 다뤘던 주제들이 흥미롭게 정리되었네요. 박식하고 호기심 많은 괴테를 따라 이탈리아를 여행하는 것이 무척 즐거운데요, 여행이 어떻게 자신과 대면하게 해주는지, 6강이 끝날 무렵 현주샘의 질문에 답을 찾을 수 있기를요. 읽을 것도 많은데 후기 쓰느라 애썼어요~ 낼 줌에서 만나요!
제 이름이 두번이나 나와서 놀랐네요. ㅋㅋ. 제 생각이 현주샘한테 자극이 되었다니 신기방기합니다. 후기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