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와 역사 2-4(6/19) 공지
이번 주엔 <이탈리아 기행> 1권 끝까지와 <혁명의 시대> 평화, 혁명, 민족주의 부분을 읽었습니다. 역사 과제도 추가되었는데 모두 꼼꼼히 정리해 주셨어요. 음,,.날이 이렇게 적당한 때 여행기를 읽는 일은 유목적 욕구를 부추기는 것 같아요. 날은 적당하고 7주차는 방학이고.... 해서 글역팀은 방학 맞이 ‘남원행’을 결정하였습니다.ㅎㅎ 경희샘댁 근처에서 놀게 되겠지요. 글역 꿈나무이신 현주샘의 숨은 명소 안내까지 기다리고 있습니다. 가기도 전에 쉰~~나요.
자연주의자 괴테
로마에 머물던 괴테는 이제 나폴리로 왔어요. 로마가 지성을 준다면 나폴리는 자신을 들뜨게 만든다고 말하는 괴테인데요, 나폴리를 여행하고 바다 건너 시칠리아섬까지 다녀옵니다. 자연에 대한 탐색은 여전하구요, 나폴리에선 배수비오 화산에도 다녀오지요. 배수비오 화산은 이탈리아 최고의 휴양도시 폼페이를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해 더 유명하지요. 아직 활화산으로상태인데 괴테가 여행할 무렵에 분화가 있었다고 하던데요, 그런 곳에 간거라 거의 모든 선생님이 글에서 언급을 할 정도로 쪼큼 놀란 건 사실입니다.
근데 괴테는 왜 이토록 자연에 탐닉할까요? 그에게 자연은 어떤 의미일까요? 괴테의 자연주의는 ‘고요한 단순함’으로 정리할 수 있다고 해요, 로코코 시대의 아기자기하고 화려한 것에 대한 환멸과 반발이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의 단순성으로 회귀하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사조를 나열하는 게 좀 어색하지만, 괴테를 낭만주의에서 고전주의에 걸쳐있는 작가라고 보는 것 같아요. 낭만주의는 자연에 대한 사랑을 특징으로 합니다. 자연의 힘을 믿으며, 자연이야말로 인간을 행복으로 이끌어줄 거라 생각하죠. 그래니 인간이 자연을 직접 만나는 것을 매우 중요한 덕목이었죠. 그런 면에서 괴테의 태도가 일면 이해가 되는데요.
자연과의 대면에서 어떤 것을 얻을 수 있었을까요? 나폴리가 괴테에게 준 영감은 양면성에 있습니다. 항구 도시 나폴리는 당대 파리 런던을 이어 3번째로 번화한 도시였다고 해요. 이 번영과 함께 언제 나를 덮칠지 모르는 배수비오 화산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배수비오 산에 올랐다 돌아가는 길에 괴테도 이 극단적 대조가 마음을 교란시킨다고 했는데요.
“극단적 대조라는 것이 얼마나 마음을 교란하는가 느낄 수 있었다. 아름다운 것의 무서움, 무서운 것에 대한 아름다움은 결국 서로를 상쇄해서 결국 무관심한 감정밖에 일으키지 않는다. 만약 나폴리 사람들이 신과 악마 사이에 끼어 있다고 느끼지 않는다면 적어도 그들은 특별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353p)
괴테가 자연에서 깨달은 것은 우리 자신이 전체 자연 속에서 이루어진 존재라는 시실이었습니다. 우리는 수많은 제약 속에서 살아가고 있고, 이게 삶의 조건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죠. 아름다운 자연도 이글거리는 용암의 자연도 자기 삶을 구성하는 조건입니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나폴리와 배수비오산의 위험 앞에 이것들을 기꺼이 감내하며 살겠다는 마음을 낸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무관심한 감정’이란 ‘감내의 태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겁니다. 전체 속에서의 나임을 인식하는 것은 삶이 ‘개인’으로 도태되는 것을 막아줍니다. 폐허 속에서도 삶은 계속 작동할 것이고, 현실의 나는 그 작동과 함께 살아갈 테니까요. 괴테가 여행을 시작한 1787년은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기 2년 전이죠. 산업혁명 이후 공동체는 붕괴되고 어디서도 구제받기 힘든 ‘빈민 개인’들이 수없이 생겨나는 때를 민감한 정치가 모를 리 없었겠지요. 민중들 역시 삶의 조건입니다.
또 주목할 것은 괴테가 끊임없이 자신의 기질을 바꿔 새롭게 되기 위한 노력을 했다는 점입니다. 곳곳에 “자신을 속속들이 개조하겠다는 재생의 움직임” “위대한 갱신” ‘암중모색 위해 공부하고 수련하겠다’ “어떻게 통찰에 도달할까” 등 부단이 자기 변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여행 초기에 자신이 ‘지나치게 격정적이다’ (흠.. 정확한 페이지를 못찾겠네요, 안보여요ㅜㅜ)라고 자기진단을 하는 부분이 있어요. ‘본연의 나 찾기’는 이런 기질의 변화를 포함합니다. 바이마르의 재상이라는 특권도 거부하고 고생하며 배우겠다는 낮은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샘은 부연해주셨어요. 괴테를 그린 그림을 보면 그는 퀼로트(귀족이 입는 반바지)를 입고 있죠. 사서 고생할 필요가 없다는 말입니다. 많은 괴테 해석자들이 그의 작품 경향을 이탈리아 기행 전후로 나누던데요, 이런 자기 성찰의 결과가 아닌가 싶네요. 1권을 다 읽고 나니 그래도 이 여행의 의미가 조금 돞아지는 것 같아요. 고대 최고의 도시 폼페이가 배수비오 화산이라는 자연 앞에서 하루 아침에 무참히 사라진 그 무상함 앞에, 우리도 건드려지는 게 많은 시간이었죠. 나의 습, 나의 기질 나의 아집도 이 무상함 앞에 스러지는 성찰을 할 수 있었으면 바래보았어요. 괴테의 여행은 자기 성찰의 시간이네요.
만들어진 역사
홉스봄은 현대 자본주의의 기원을 18세기 산업혁명과 프랑스혁명에서 찾고 있습니다. 우리의 삶이 어떻게 두 혁명의 영향 아래 있는지 말이죠. 그런데 관점을 좀 달리해 볼까요? 약 45억년 전 생성된 지구의 관점에서 호모 사피엔스의 시간은 3초라고 하죠. 생명체 출연도 30억 년정도이니 인간의 역사란 역사랄 것도 없어 보입니다. 관점에 따라 매우 다른 시간이 생겨납니다. 샘은 강의를 시작하면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과거’의 범위가 어디까지일까? 라는 질문을 던지셨죠. 그 질문은 “어떤 것과 함께 인간을 볼 것인가” 하는 문제와 연동되어 있지요. 지질학적 관점인지, 생명체 시작의 관점인지, 자본주의를 중심으로 볼지. 어떤 인과를 엮는가에 따라 역사는 다르게 구성됩니다. 요즘 홉스봄을 읽으며 역사라는 게 실체가 없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어디서 풀어야 할지 답답했었거든요. 샘의 질문에서 저의 답답함이 좀 해소된 것 같았어요. 어떻게 인과가 구성되는가에 따라 매번 역사는 재구성되는 것이죠. 이 무궁한 힘은 현재의 문제의식에 있겠지요. 아날학파의 미시사가 이 관점을 잘 보여주었고 푸코나 니체가 인과를 구성한 역사는 그대로 그들의 철학이 되었죠. 역사는 있는 사실을 열거하는 것이 아니라 “인과의 구성”입니다. 박근혜 정부 때인가, 역사 통합교과서를 만든다고 할 때가 있었죠. 하나의 관점으로 역사를 단일화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현대를 사는 우리의 사고의 현재를 보여주는 것이었죠. 하나의 척도가 가능하다는.
우리의 매우 다양한 삶의 층위에서 살고 있죠. 홉스봄의 논지만 따라도, 산업 혁명은 인간 삶을 뿌리 뽑아 정주하지 못하고 부유하게 했으며, 모든 가치를 화폐라는 단일척도로 환원되게 했죠. 프랑스 혁명은 유럽 구체제를 무너뜨리고 유럽인들을 세계로 나가게 하였죠. 이것이 동양에는 폭력적인 근대화 과정이었고요. 영국 네델란드의 항해가 일본에 미치고 다시 대한제국의 식민지로 이어지니 우리에게도 바로 영향을 미친 것이죠. 우리가 앞의 영향 아래 있다면 똑같이 지금 우리의 삶이 후세에도 영향을 끼치며 작동하게 될 텐데요. 강의 시간에 후쿠시마 방류 이야기가 있었는데요, 방사능이 분해되는데, 그나마 세슘과 같은 것은 300년 정도 지나면 거의 소멸되지만, 플루토늄은 10만년 이상 방사선을 내뿜는다고 해요. 실제 사용후핵연료의 방사능이 천연우라늄 수준으로 낮아질 때까지는 30만년이 걸린다고 하는 감도 안 오는 뉴스를 보았어요. 처음 샘이 제기하신 질문으로 다시 가보면, “영향을 미치는 과거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우리의 지금 판단이 언제까지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지금의 우리는 어떤 과거일까요?
*** 4주차 (6/19) 공지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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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 책
《이탈리아 기행2》 : 2부 나폴리까지(2권 ~126p)
《혁명의 시대》 : 8장 ~ 10장
* 과제
- 문학 : 나누고 싶은 문장을 뽑고 생각을 담아 숙제방에 올립니다.
<플러스 번외편> 여행과 관련해서, 지금 현재 죽기 전 한 곳만 갈 수 있다면 어디를 여행 할 건지 간단히 기록해 오시면 됩니다. 그 장소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지? 반복적 계기들이 있었는지, 만약 어떤 문인이나 화가에 끌렸다던가 하는 인연담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이것도 함께 준비합니다~~
- 역사 : 연표 정리하여 숙제방에 올립니다
* 3주차 후기 : 은옥샘
월요일 줌에서 만나요~~
배수비오 분화구에서 활화산의 위력을 겪은 괴테가 그 두려움에 아름다움을 떠올리는 그 감정은 이해가 될법했지만 결국 충분히 알지는 못했습니다. 토지의 비옥함을 만들어주는 화산이 다른한편 언제 자신을 덮칠지 모르는 죽음의 사신으로 둔갑할 땅에서 살아가는 나폴리 사람들은 그 죽음의 두려움을 어떻게 승화시킬 수 있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