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는 루쉰전집 3권 아침 꽃 저녁에 줍다 중에서 오창묘 제놀이,무상,백초원에서 삼미서옥으로,아버지의 병환을 읽었습니다.
토론시간 내내 어렵다는 말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뭐가 어려웠던 걸까요? 역사를 함께 공부하니 루쉰이 살았던 시대적 배경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도 있겠지요. 그러자니 아는 지식이 별로 없어서 그걸 찾자고 이것저것 뒤지고 맞추다보니 어딘가가 어그러지기도 합니다. 다른 쪽으로 그때 처한 상황에서 그의 정서를 찾기도 하고 그 정서를 들여다 보며 자신의 정서가 일으키는 부분과 만나게 되어 더 복잡해지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어렵다고 느낀다는 것은 그 만큼 글을 쓰면서, 책을 읽으면서 고민을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어렵다에서 끝나는게 아니라 뭐가 어려웠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던 토론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제 생각에만 꽂혀서 글을 써내려 갔는데 토론 중에 배경 지식이 되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던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시대 감략이라는 역사서를 외우게만 했던 사회 비판적인 시선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외우라고 했던 아버지의 강압적이 태도에 시선이 머물지도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 시선에서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 시선으로 이야기 하는 선생님의 말이 어렵게 느껴진건 아닌지에 대해 고민할 수 있었습니다. 다른 샘들의 글을 미리 읽고 고민하고 토론에 임하면 그런 것이 조금 덜 할텐데 라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제가 이해력이 부족해서 그런지 토론 직전에 혹은 토론 시간에 읽는 것으로는 샘들의 글이 잘 와 닿지 않을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아버지의 병환에서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한 선생님께서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는 글을 쓰시면서 이번 어버이날 어머니와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겠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개인적으로 후일담을 꼭 듣고 싶네요. 아버지의 병환에서는 아버지의 병을 낫게 하고자 동분서주 하는 루쉰의 모습에서 자식의 도리에 관한 이야기와 임종 직전의 연부인이 하라고 했던 행위에서 관습을 무턱대고 따라야만 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 되었습니다. 서양의학과 중의학에 대한 견해 차이도 있었는데 결국 우리는 어떤 것들에 예속되어 있는지를 돌아봐야 하지 않겠냐는 이야기로 아릅답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루쉰을 너무 심각하게 읽고 있다는 채운샘의 말씀에 루쉰을 너무 무겁게 그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왠지 루쉰은 웃지도 않을 것 같고 세상 심각한 얼굴로 살았을 것 같았는데 그게 아니었더라구요. 루쉰과 잠시 공부를 함께 했던 일본의 중문학자 마스다 와타루의 책 '루쉰의 인상' 서문을 조금 인용해보겠습니다.
문장으로 보는 루쉰과 직접 이야기 나눌 때의 루쉰은 조금 다른 듯했다. 그는 심각해 보이는 얼굴과 말투가 전혀 없이 항상 가벼운 유머를 날리고 빙글빙글 웃는 스스럼없는 사람이었다. 나는 함께 마주하고 있는 동안 긴장감 등을 느낄 수 없었다. 루쉰의 문장에 보이는 야유나 독설은 그림자조차 없고 오히려 어린애 같은 천진한 인품이었다. 붓을 잡을때의 그와 일상적인 담화를 나눌 때의 그는 왜 그렇게 달랐던 것일까? 밖으로 향할 때와 안으로 향할 때의 그가 다른 것을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한 장의 판자벽이라도 바깥쪽으로 향하고 있는 면은 비바람에 시달리고 마구 두들겨 맞아 거칠게 들뜨고 색깔이 검게 변하지만, 안쪽 면은 원래 판목 그대로 거칠어지지 않고 색깔이 밝다. 원래는 같은 성질이었지만 드러난 면이 달라서인데, 나는 이것이 그의 인품이 밖으로 향하든 안으로 향하든 그저 겸허하고 천진하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것으로 생각한다. 바깥의 비바람을 가볍게 받아넘기면서, 비바람은 비바람대로 겸허하고 성실하게 받아들이며 방위하며 속임수를 용납하지 않는 그의 성격 때문에 바깥쪽 피부가 거칠고 부스스하게 일어나 거무스름한 색으로 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본 바탕은 안이나 밖이나 성실함 한 가지 였다.
와타루의 문장에서 마크 트웨인이 연상되기도 하지 않나요? 저는 트웨인과 순간 겹쳐 보이더라구요. 심각하게 읽지 않고 트웨인을 함께 떠올리며 그때 했던 생각들과 연결해서 다른 생각들을 만들어 가요~
다음 주에는 또 샘들과 어떤 이야기가 펼쳐 질지 기다려지고 역사 강의 시간에 방출될 채운샘의 센다이 방문 사진들도 기대되네요~^^
흥미진진하게 읽었네요. 루쉰도 마크 트웨인도 다시 만나고 싶단 생각을 하면서요.
가볍고 유쾌한 루쉰을 만나보고 싶긴 하네요. 전 루쉰이 참 섬세하다고 느꼈는데, 일본의 학자는 겸허하고 천진하다고 표현하는군요. 후기 대타도 흔쾌히 받아주시고 재미있는 후기도 올려주시고요. 두루두루 감사. ㅎㅎ 월요일에 가볍게 봅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