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와 역사1-2시즌 / ‘아침 꽃 저녁에 줍다’ 3회차 후기 / 이은옥
한 주 한 주, 겨우겨우 글쓰기 숙제을 하고 있는데... 이번 주는 후기까지 쓰려니 부담이 많이 되네요. 이렇게 글쓰기가 어렵다고 투덜거리면서 왜 나는 궂이 글쓰기 공부를 계속 할까요? 요즘 수업 듣고 있는 베르그손 관점에서 생각해보자면, 글쓰기가 어렵다하고 생각하는 것이 지성의 해석이라면 본능은 ‘글쓰기와 역사 수업’에 너무너무 재미있는 생명력이 약동되고(elan vital) 있음을 감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할 수 있겠습니다. 지성을 갈고 닦아서 언젠가는 ‘본능 너머의 글쓰기를 하리라’라고 마음을 다지면서 그럼 후기를 써보겠습니다.ㅋㅋ 그러나 이번 후기는 아주 짧게!
루쉰 책을 읽게 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여서 책을 읽는 동안 예전 강의에서 들었던 채운 선생님의 말씀들이 중간중간 생각났는데요, 이번에 ‘후지노 선생’을 읽으면서 ‘사건을 맞이한다’는 것에 대한 질문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루쉰은 일본 유학시절에 중국 사람 한 명이 러시아 정탐 노릇을 하다가 일본군에게 총살당하는 데 이때 이를 빙 둘러서서 구경하는 중국인들을 보여주는 영화 한 편을 우연히 보게 됩니다. 이를 계기로 의학 공부를 그만두고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병을 고쳐주는 의사가 아니라 중국인들의 어리석음을 깨우쳐주는 것이 그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인데요. 이 지점이 제게는 질문입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아Q’처럼 매번 사건을 접하고도 똑같은 해석방식으로 살아가는 것 같은데 어떻게 하나의 사건을 계기로 사고의 전환이 바뀌는가입니다. 한 학인은 그런 사고의 전환이 있기 위해선 평소 자기 질문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그렇다면 어떤 질문을 가져야 할까, 매번 저도 나름의 질문은 갖고 사는데 말이죠. 채운 선생님께서는 ‘다른 것들과 같이 살아가는 자각’을 말씀하셨는데요. 정말로 처음들은 내용도 아닌데 왜 전 매번 까먹고 있었는지.... 이걸 홀라당 다 까먹고, 여전히 ‘어떻게 나 혼자 잘살지?’ 질문만을 하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다른 것들과 같이 잘 살기 위해선 내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로 질문의 방향을 틀어야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결국 공부로 습관적 사고에서 멈출 수 있는 내공을 쌓아야겠죠.
또 하나 궁금증은 루쉰의 상황이 무겁고 어둡잖아요. 맨날 이 도시 저 도시로 도망 다니고 아끼는 제자들은 감옥에 들어가고 또 죽기도 하고, 상대 진영에게 날이 시퍼런 비판의 글만을 쓰고 소설도 사회적 비판을 다루고... 그래서 왠지 루쉰은 위대한 사회 계몽가로서 목표가 뚜렷하기에 이런 목적성이 삶의 동력이 되어 열심히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했는데요. 근데 ‘후지노 선생’에 대한 마음을 보면서 루쉰이 이런 힘든 상황에서도 살아갈 수 있는 힘은 그와 같이 함께했던 사람들과의 ‘정’이였음을 발견하고 놀랐습니다. 채운 선생님께서도 이 부분을 짚어 주셨는데요, 인간을 추동하는 작은 차원에서의 힘은 ‘나와 같이 함께하는 한 사람’이라고 말씀 하셨습니다. 생각해보면 정말 맞는 말인 것 같아요. (‘글쓰기와 역사’팀만 보더라도 저와 같이 함께하는 학인이 6명이나 되다 보니 누군가의 구박과 협박(쪽지 시험)속에서도 서로를 끌어주는 공부의 추동력이 어마어마하잖아요~)
루쉰의 에세이들을 보면서 그는 진정 자신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실천하면서 살았던 것 같아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실천한다는 것이 그에게는 사회를 향한 저항이기에 그의 적막함이 예전보다 좀 더 와 닿았습니다.
이렇게 차분하게 샘의 얘기를 풀어주시다니, 본능을 숨기지 못하는 '생의 약동'이 느껴지는 후기 네요. 같은 책을 7개의 시선에서 볼 수 있으니 어떤 이야기를 가져오실까 저도 매주 기대하게 되더라고요. 루쉰도 트웨인도 샘들의 이야기들도 차곡차곡 접어넣고 있습니다. 잘 읽었어요. 샘~~
오~ 은옥샘 후지게 쓰면 질타할라 했는데 엘랑비탈 담뿍 담겨있는걸 보니 자극 받네요!! 이번주 과제에 저도 샘의 영향을 받아 엘랑비탈 좀 담아봐야겠네요 ㅋㅋ 글구 이미 본능 너머 글쓰기를 하고 계신듯 사료되옵니다~^^
전환... 그 전환으로부터 달아나고 싶은 마음, ' 어떻게 나혼자 잘살지?'의 유혹을 늘 달게 받아먹고 있는데요. 그 중력장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너무 두려워하는 자신을 답답해하면서도 그 장 안에서 안도하지요. 결국 '혼자 잘 먹고 잘 살지'의 거대한 중력장에 있어요. 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