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와 역사 11주차(5/1) 공지
어렵다고 하면서도 그 안에서 묘미를 발견하며 루쉰을 읽고 있습니다. <조화석습> 읽기를 끝내고 지난주부터 <고사신편>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중국 역사부분도 드디어 1881년생인 루쉰이 태어난 시대로 접어들었고, 내외적 혼란에 휩싸인 청나라는 점점 더 복잡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구요. 세미나에서 선생님들도 당시 루쉰의 처지와 속내가 어떠하였을까 미루어 생각하는 말씀들을 하시는데요, 글로써 민중과 함께 하겠다는 그의 의지는 확고한 것 같습니다. 루쉰의 잡문집을 뒤지다 글쓰기와 관련해 이런 글을 보았어요. “다 쓰고 나면 두 번은 읽어 보았다. 스스로 입에 달라붙지 않으면 몇 글자를 증감해서 술술 읽히도록 했다. 들어맞는 입말이 없으면 차라리 옛말을 썼다. 누군가 알아 줄 사람이 있기를 희망하면서 말이다. 나만 안다든가 나도 모르면서 억지로 만든 자구는 되도록 쓰지 않았다.” <남강북조집>에 있는 ‘나는 어떻게 소설을 쓰게 되었는가?’에 나오는 부분입니다. 뒤이어 “일단을 뽑아서 내 생각을 거의 완전히 드러낼 수 있을 때까지 고치고 펼쳐 나갔다.”는 문장도 있네요. 글쓰는 것을 계속 미루고 머리로만 생각하며 게으름 피우다 화들짝 했습니다. 루쉰의 자세를 당위가 아닌 행위로 받아야 할 텐데...요. 모두 글쓰기에 대한 고민으로 만났으니 느려도 조금씩 걸어가 보아요.
그래도 토요일 오프라인 만남이 기다리고 있어서, 살짝 신났어요.
루쉰의 유활(油滑)
<고사신편>은 재미있기는 하지만 이해하기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역사 이야기와 신화, 전설들을 줄거리의 골격으로 삼고 있으면서도 현실적 사건, 인물들과 맞닿아 있어 이 부분들을 체크해가며 읽어야 하는데, 이 매치가 잘 안 되니까 답답하기도 했구요. 루쉰은 <고사신편> 서문에서 자신이 ‘장난기를 발동’해 글을 썼다고 말합니다. 마크트웨인도 한 유머 한 분이죠. 그는 유머를 위트나 풍자와 비교하며 유머는 그냥 그 자리에서 박장대소 하고 웃고 마는 이야기가 아니라고 했지요. 위트나 풍자와 달리, 유머는 핵심적인 것을 찌르는데 집으로 돌아가서야 웃을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라고 했죠. 생각거리가 남는 유머를 이렇게 표현한 것입니다. 루쉰의 유머를 해학(諧謔)이냐 골계(滑稽)냐 유머냐 논쟁이 있었다고 하는데, 루쉰 스스로는 ‘장난기’라고 말하며 문체의 한 방식으로 수용했다고 하지요.
<고사신편>은 민중들에게 익숙한 인물이나 사건을 가져와 사람들의 가치 관념을 전복시키는방식으로 이야기를 재창조합니다. 하나의 해석 ‘기원’에 집착하지 않는 새로운 고전 쓰기 방법을 제시하였는데, 이는 고사(故事) 스스로가 새로운 역사로 전변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일반적인 생각들이 여지없이 무너집니다, 치수사업과 부지런함의 대표자인 우임금은 부인이 보기엔 그저 일하느라 집에도 들르지 않는 ‘천번 만번 죽어도 싼 놈’이 되어버리구요. 태양도 쏴 맞출 만큼 활실력이 뛰어난 예도 순정을 다 바친 부인 상아가 자신을 버리고 혼자 하늘나라로 가버리는 버림받은 사람입니다.
루쉰은 유머도 골계도 해학도 아닌 자신의 유머를 “유활(油滑)”이라고 표현합니다. 이 유활(油滑) 속에는 자신의 글에 대해 비판을 서슴지 않던 제자와 문단에 대한 비판이 고사(古事)의 재창조로 그대로 들어있습니다. 고전에서 차용한 소재가 현실적 요소와 결합하여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지요.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 역사와 현실, 신화와 소설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그의 글을 읽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계속 해석 욕구를 불러일으키게 되는 것이죠. 그렇게 그의 글도 고전이 되어간다는 생각이 드네요. 마크트웨인도 그렇고, 루쉰도 그렇고 읽으면서 피식 터지는 웃음을 참지 못하게 합니다. 이번 시즌1 글쓰기 주제가 ‘유머’ 였는데, 이번 주 과제 하면서 유머의 바탕에 무엇이 있는지 분석해 볼 수 있다면 좋겠네요.
민중이 바뀌어야 혁명
이번에 중국역사에서는 혼란한 중국의 바로 세우기 위한 다양한 개혁 운동들을 보았습니다. 태평천국의 난 이후 중국은 세계열강들과 전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1856년 영국과의 2차 아편전쟁,(일명 에로우호 사건), 1884년 프랑스와의 전쟁, 1894년 청일전쟁을 겪으며, 자국의 힘을 길러야 한다는 생각이 커지게 됩니다. 자연히 국가를 부강하게 하기 위한 운동이 일어나죠. 리홍장이 중심이 된 양무운동과 캉유웨이 중심의 변법자강 운동 등이 그것입니다. 서양의 문물과 제도를 수용해 국가를 부강하게 만들겠다는 취지로 각각 아편전쟁 이후, 청일전쟁 이후 생겨난 운동입니다. 당대 지식인들의 고민임에는 분명하나 위로부터의 제도 개혁이라는 한계가 있었죠. 변법자강운동은 광서제가 수용하며 실행될 듯하였으나, 수렴청정의 위세가 남아있던 서태후가 변법파들을 체포하면서 실패하게 됩니다. 그리고 1898년 이를 보다 못한 민중들 사이에선 아예 외세를 배척하는 운동이 일어나는데, 의화단 운동입니다. 서태후는 이 부청멸양(扶淸滅洋) 운동에 편승해 세력을 유지하려다 결국엔 연합군에 쫒겨 북경을 버리고 도망가 버립니다.
1900년까지 이어진 의화단 운동 이후 청 정부는 이들을 진압한 서구 연합국에게 거액의 배상금을 물어야 했고, 이는 국가적 위기를 초래하는 동시에 청 왕조의 무능을 그대로 드러내게 하는 것이었어요. 이것이 청 왕조 반대 운동으로 일어나고 결국 1911년 신해혁명으로 왕조가 무너지는 과정으로 이어집니다. 지난 시간에도 채운샘은 전쟁이 왜 일어날까 질문을 하셨는데. 전쟁을 치르고서라도 지키고 싶은 것이 있고, 전쟁을 통해서라도 뺏어오고 싶은 것이 있어서죠. 이익을 위해서라면 못할 것이 없는 인간의 욕망, 전쟁은 그 마음 때문에 더 무서운 것 같습니다.
한커우 사건은 기득권자들이 이익을 추구할 때 어떤 일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는지 잘 보여주는 것 같은데요. 우리 글역팀의 역사 에이스인 현주샘이 이번에 읽은 중국역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되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한커우 폭발사건”을 언급했어요. 워낙 굵직한 사건이 많았는데도 신해혁명이 일어나게 만든 동인인 이 사건을 짚어 주었죠. 러시아 조계지(불평등 조약에 따른 치외법권지역)에서 혁명군들이 폭탄 제조를 하다 실수로 폭발 사고가 발생합니다, 조사하는 과정에서 봉기에 관한 계획이 들통 났는데, 왕조가 이들을 보호하기는커녕 세 사람을 체포하여 바로 사형시키면서 사람들의 마음에 분노의 불을 지피게 됩니다. 분노한 사람들이 일어났고 여기서 일어난 봉기가 결국 신해혁명으로 모습을 갖추게 되죠. 나라와 민중을 위해 싸우는 자들을 필요할 땐 이용하고 조금의 실수가 있을 땐 바로 처단하는 기득권의 기만적 행태에 대한 분노가 혁명으로 이어졌습니다. 기득권 세력이 민중을 배반하는 일은 중국에서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루쉰의 고민도 여기에 있었습니다. 아무리 혁명이 일어나도 기득권이든 민중이든 우리에게 내재한 자신만 잘살면 된다는 자기 이익을 구하는 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세상은 바뀌지 않을거라는 고민이죠. 권력을 가진 자들은 세상이 바뀌어도 돌아와 그 권력을 계속해서 유지합니다. 아Q처럼 정신승리를 하든 정말 괜찮다고 하든, 민중들도 자신에게 불이익이 되지 않는 한에서 무마해버립니다. 이런 태도라면 민중이든 지식인이든 권력자든 모두 아Q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채운샘은 루쉰이 ‘아Q와 전투’ 한 사람이었다고 하셨는데, 루쉰의 글을 읽고 모두가 분노했다는 말이 새삼 떠오릅니다, 우리 안에 아Q 같은 마음이 건드려진 것이겠죠. 저를 포함해서요. 루쉰의 글을 볼 시간이 이제 두 번 남았는데, 좀 더 치열하게 읽어보고 싶네요. 공지가 늦어 죄송합니다.
*** 11주차 (5/1) 공지 합니다 ***
♣ 읽을 책 : 《고사신편》
<고사리를 캔 이야기> : 재순샘, 은옥샘, 현주샘, 정옥
<검을 벼린 이야기> : 지원샘, 호진샘, 경희샘,
《현대중국울 찾아서1》 : 12~14장 (319p ~ 419p)
♣ 과제 : 카톡 공유한 것들 길지 않으니까 꼭 읽어 주세요.
1) 맡은 부분의 글 중, 어떤 부분이 무엇을 풍자하고 있는지
2) 지금 우리 사회의 누구, 어떤 사건과 비교해 볼 수 있을지
위 내용을 넣어 과제를 올려주세요.
♣ 역사 : 노트에 꼼꼼히 정리하며 읽어봅시다. 이번에도 암기할 게 좀 많네요.
♣ 에세이 주제와 암송 대목도 미리 골라 준비해 주세요.
♣ 10주차 후기 : 경희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