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와 역사 1-12주차(5/8) 공지
이번시간엔 <고사리를 캔 이야기>와 <검을 벼린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즐거운 오프라인 만남 후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해주셔서 글에 대한 코멘트와 공감도가 높았던 시간이었습니다. 남원과 제주도행이 확정되고 잘못하면 광저우까지 갈 뻔 했으니 그럴만했죠. 그 전에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는 게 함정이긴 하지만, 나와 글의 관계를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리라 봅니다.
이번 에세이는 저희의 그 “툴툴~”에 걸맞는 주제입니다. 자신의 글쓰기를 돌아보는 시간이 될 텐데요, “나의 글쓰기의 문제점”에서 출발해 “마크트웨인과 루쉰의 글쓰기로부터 배운 것이 무엇인지”, 나아가 “글이 무엇이고, 글을 쓴다는 게 무엇인지”를 1학기에 읽은 텍스트들과 자신이 글에 담았던 생각들을 참조해 정리하면 되겠습니다~~.ㅠㅠ 하하... A4 3장입니다. 나의 글쓰기 문제점 요걸로만 3장 충분히 채울 수 있다고들 하셨는데.... 듣는 사람도 배려하는 의미에서 간략히 그러나 세밀하게 분석하는 게 우선일 것 같네요.
‘그로데스크’와 ‘투창’ 사이
<고사신편>의 소설들을 영화로 만든다면? 루쉰이 어렵다고 해서일까요? 샘께서 강의 첫머리에 루쉰의 이 소설들이 영화로 만들어지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저희도 토론에서 <검을 벼린 이야기>가 너무 호러 같다고 했었는데, 영화로 만든다는 상상에 정말 공 감이 되었어요. 이 그로데스크한 이야기를 어떻게 그려낼지 실제 궁금해졌어요. 어떤 대목을 살리고 어떤 배우를 쓰면 자연스러울까 샘은 이 좋은 소재를 왜 영화화하지 않는지 안타까워 하셨죠. 영화화된다면 단체관람 예약!! 그로데스크하다고 말하는 것은 실제 소재가 그러하기도 하지만, 이야기 하나에 아주 많은 중층적 의미를 담고 있어서이기도 합니다.
미간척은 명검을 만들어 바친 아버지를 죽인 왕에게 복수를 다짐하고 있습니다. 그날을 위해 연마하고 있는 미간척 앞에 대신 복수해주겠다는 “연지오자”(宴之傲者)가 나타납니다. 연지오자는 잔치훼방꾼 정도가 될까요. 그의 복수 조건은 미간척의 머리와 미간척의 아버지가 이런 날을 예견하고 복수를 위해 남긴 칼입니다. 미간척은 흔쾌히 수락하고, 연회날이 되자 쇼를 위해 솥에 물을 끓입니다. 연지오자는 미간척의 머리를 잘라 쇼를 시작하고, 이를 구경하던 왕의 머리가 잘리면서 복수를 완성하지요. 그리고 그 후 연지오자의 머리도 잘려 솥 안에는 세 개의 머리가 뒹굴고 있었죠. 셋의 머리라니, 이 부분은 토론에서도 많은 시간을 들였던 것 같아요. 복수의 순간에 자신의 목숨을 내놓으면서까지 부패한 권력에 대항하는 자객이 연지오자이죠. 연지오자는 왜 대신 복수를 도와주었을까요? 많은 선생님들이 인용한 대목에서 근거를 찾을 수 있을까요? “총명한 아이야 내가 얼마나 원수를 잘 갚는지 너는 아직 모르겠지. 너의 원수가 바로 내 원수이고, 다른 사람이 곧 나이기도 하단다. 내 영혼에는 다른 사람과 내가 만든 숱한 상처가 있단다. 나는 벌써부터 내 자신을 증오하고 있단다.”
복수는 자신의 죽음을 전제합니다. 자신의 머리를 먼저 바침으로써 복수는 시작되고 완성된다는 사실이 전 어쩔 수 없이 비장하게 느껴졌는데요.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 자기 자신을 내 놓음으로써 대의명분이 아니라, 갚아주는 것 자체로 자신의 실존을 드러낸다는 강의를 들으니 더 선명해졌어요. 자기회복과 자기몰락은 동시적이란 사실이요. 채운샘은 이를 ‘간극 없음’으로도 설명해주셨는데, 너의 원수가 나의 원수라고 하는 말에서 실존적 간극은 찾아볼 수 없숩니다. 인간의 무기력은 이 간극에서 나온다고 하니 글을 쓰면서 가장 고민해야하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샘의 <고사신편> 해석 중 또 하나가 공간에 대한 상상이었습니다. 같은 이야기가 다른 공간에서 펼쳐질 때 만들어내는 코믹함이 이 소설 안에 있다는 것이죠. 안중근이 지금시대에 폭탄 투척하겠다고 도시락 들고 왔다갔다 한다면?? 지금 영화로 나오는 너무나 비장한 안중근이 아니라 루쉰이라면 이렇게 상상했겠죠. 백이숙제도 자신의 공간이 달라졌을 때 너무 무능한 모습을 보이죠. 루쉰은 자신의 시대로 이야기를 끌어오며. 고전을 經으로만 받드는 고문학자들을 겨냥하죠. 시대의 변화에도 새로운 해석을 거부하며 젠 체하는 엄숙주의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자신의 장난기를 유활이라고 명하며 경쾌한 웃음을 유발합니다. 이 유머 때문에 루쉰을 즐겁게 읽으라 샘은 주문하시지만, 그는 내용 없는 허무맹랑한 글을 극도로 혐오했습니다. 당시 외세 문화의 영향으로 엄혹한 시대와 상관없는 차, 여행 취미생활 등에 대한 소품문이 상당히 유행했다고 합니다, 이에 반해 루쉰은 글이란 무릇 “투창과 비수”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긴박한 시대에 우회할 시간이 없습니다. 바로 적을 찌를 수 있어야 합니다. 글의 행간에 드러나는 긴박감과 결단은 글을 읽으며 지나칠 수 없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우리의 읽기가 그로데스크함과 투창 사이에서 헤매고 있는 것 같은데요, 자신의 문제의식과 간극이 없게 벼리는 만큼 어딘가 머물게 되겠죠. 우리가 헤매는 거 당연해요.
새로운 시대의 도래와 낡은 사상
2,3주전 토론시간에 한 선생님이 어떻게 중국이 공산화가 되었는지 궁금하다고 하셨어요. 청나라의 상황만 보면 영국, 미국, 프랑스, 일본과의 교역이 훨씬 빈번하니 공산화와는 거리가 멀어 보여서였죠. 3부에 그 단서가 있네요. 이번에 읽은 중국역사 부분은 청이 망하고 러시아 혁명이후 마르크스주의의 확산, 5,4운동, 국공합작으로 이어지는 숨 막히는 중국사가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청 왕조에 내재해 있던 문제는 지방과 중앙권력 사이의 균형문제가 늘 불씨였죠. 근대적 국민국가에 대한 열망은 진보적 지식인들의 꿈이었어요. 지방 정부의 세력을 확장하는 국민투표가 최초로 1912년 시행되었지만 결국은 위안스카이에 의해 금지당하고 권력은 결국 위안스카이에게 돌아갑니다. 그리고 난징에는 쑨원을 중심으로 한 국민 정부가 들어서면서 두 개의 정부가 수립됩니다. 이를 계기로 중국에서는 전무후무한 지적 자기비판의 시기에 돌입합니다. 서양 과학 탐구의 필요성이 생기고 이를 통한 국민국가의 형성이 이들이 바라는 바였습니다.
이 결과로 일어난 운동이 중국의 5.4운동입니다. 1919년이니 우리나라에선 삼일운동이 일어난 해이구요. 5,4 운동은 세계 제 1차 대전 종전 후 연합국이 승전국 중국의 지위를 묵살하고 일본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5월 4일 중국 전역에 반일 시위가 발발한 것을 이릅니다. 5,4운동은 역사상 최초로 지식인, 노동자와 기업인이 손잡고 과거의 무능한 중국에 대항하기 위해 동원된 운동이지요. 5,4운동 2년 전인 1917년엔 이웃나라인 러시아에서 혁명이 일어났죠. 마르크스 사상이 지식인들 사이에서 유행했고, 러시아 혁명이 열어준 비전에 중국 민중들이 일어나 중국의 힘을 보여준 것이지요. 러시아 혁명과 5,4 운동 이 두 가지는 중국에서 전혀 새로운 정치 세력이 형성되는 계기가 되었고, 그것이 1921년 창당된 중국 공산당입니다.
루쉰은 정치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구체적인 정치적 조작이 아닌 지식인으로서의 입장, 계몽적 입장을 고수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 국공합작과 장제스의 배신으로 쑨원이 영국 망명길에 오르는 일련의 일들을 겪게 되죠. 루쉰은 전장에서 같이 싸웠던 전우들이 이렇게 변할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경험하고서 더욱 비탄에 빠졌던 것 같습니다.
5,4운동은 신문화 운동의 절정판으로 문단에도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복고주의를 주장하는 고문학자 등 국수파는 낡은 제도를 수호하려고 했고, 득세하는 외세의 힘에 대항하지니 힘이 부친 신문화파의 사람들도 “어느 편에도 치우치치 않는” 가장 공정한 인물임을 자처하는 일이 발생했죠. <고사신편>에서 루쉰이 비판하고 있는 인물들이 이들입니다. “그들에게 탄복하는 점은 오직 한 가지가 있다 그것은 여러분들이 그러한 글도 당당하게 발표할 용기가 있다는 그것이다”(루쉰전, 191p) <채미>의 소병군이나 백이숙제의 우유부단함을 비판하는 것도 투창의 면모로 보입니다. 주검<鑄劍>에서 루쉰이 자신까지 내 건 연지오자를 자처한 이유가 충분한 것 같습니다. 이제 루쉰도 한 주차를 남겨 놓고 있네요. 아쉽지 않도록 양껏 읽어보아요.
*** 12주차 (5/8) 공지 합니다 ***
* 읽을 책 : 《고사신편》
<관문을 떠난 이야기> : 호진샘, 경희샘
<전쟁을 막은 이야기> : 은옥샘, 재순샘
<죽음에서 살아난 이야기> : 지원샘, 현주샘, 정옥
《현대중국울 찾아서1》 : 15장~끝까지
* 과제
1) 맡은 부분 씨앗문장과 나눌 생각거리를 적어 숙제방에 올려주세요.
2) 다음 시간에 “암송”할 씨앗문장 선정해 옵니다.
3) 역사시험 대비 “예상문제”도 뽑아옵니다.
* 11주차 후기 : 재순샘
월요일 아침에 상쾌하게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