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와 역사 2주차(2월 20일 수업) 후기 / 이은옥
2주에 걸쳐서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다 읽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생각거리들이 지난주 보다 넘쳐났던 것 같습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토론했던 갔네요. 개인적으로는 저랑은 다르게 인물과 사건이 해석된 관점들이 재미있었고 그것에 동화되어 예전과는 다르게 느껴보는 맛도 보았습니다. 인상에 남았던 점들을 짧게 적어보겠습니다.
헉, 짐, 톰, 세 사람의 우정을 보면서 서로 간의 이해에 대한 꽉 찬 밀도가 어디서 생겨나는 것일까 라는 얘기를 가장 길게 토론한 것 같은데요, ‘딱, 이거다’ 싶은 결론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토론의 과정에서 헉과 짐처럼 그런 우정의 관계가 없는 저를 비춰보자니 상대방에 대한 편견이 문제이며 편견을 갖는다는 것은 자신이 전제하고 있는 것들에 대한 강한 고집에서 나오는 것이지 않았나... 제가 맺고 있는 (우정)이란 관계가 보이더라구요.
그다음 본능과 양심에 관한 내용이었는데요. 지원샘께서는 본능이라는 것이 관계에 따라 발현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요, 본능이란 인간에게 원초적으로 장착된 무엇이라고 생각한 저로서는 낯설게 다가왔는데요 근데 묘하게 맞는 이야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헉은 노예를 숨겨주고 그의 도망을 도와줬다는 것에 계속해서 양심의 가책을 받게 되지만 결국 양심을 저버리고 자신의 본능을 선택하는 걸 보면 그간 뗏목에서 함께 지낸 관계에서 생겨난 우정, 이 우정이란 본능이 발현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희샘께서는 짐이 자신의 어린 딸의 뺨을 때린 어리석은 과거의 사건을 헉에게 이야기하는 장면을 읽고 인간의 숭고함(?)을 생각하게 되었다고 하셨는데요, 우선 저는 사건을 바라보는 것이 이렇게 다를 수가 있구나~ 라는 생각에 다시 한번 뜨악 했습니다. 저는 사실 이 사건을 사람들이 어리석어서 실수한다고 생각하고 넘어갔거든요, 근데 경희 샘은 다르게 사건을 해석하셨는데요. 짐은 자신이 노예여서 백인에게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한 피해자 또는 약자로 생각하면서 살아왔을 텐데 자신도 이유 없이 폭행하는 가해자의 모습을 발견한 거죠. 자신의 폭행을 한 번의 실수라고 변명하지 않고 평생의 굴레로 안고 가려는 짐의 모습이 잘 묘사된 것 같다고 합니다. 자신의 추악한 밑바닥을 마주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혹시 마주하더라도 우리는 서둘러 그럴싸한 변명을 만들어 내고 덮어버리죠. 내 안에 숨어있던 추악함을 발견했을 때 그 자체로 자신의 굴레로 삼는다는 것이 어쩜 인간이 할 수 있는 숭고한 행위이구나 . 경희샘이 말한 숭고함에 공감되었습니다.
이상 후기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샘 말씀처럼 매주 토룬을 하며 서로 다른 8개의 시선이 교차하는 즐거움을 느끼고 있죠. 어느 부분에 시선이 가는지 비교해 보는 것으로도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것 같구요.
지독한 감기로 고생하는 와중에 후기까지 올려주시고....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