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1 6주차(3/20) 공지
저희는 요즘 역사 공부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고 있어요. 《미국 민중사》에서 보여주는 날 것 그대로의 사실들이, 마크 트웨인의 비유에서 어떻게 그려지고 있는지 찾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채운샘께서도 이 부분을 많이 짚어주고 계시죠. 읽은 게 되짚어 생각나기도 하고, 훨씬 세밀하게 읽히는 걸 모두 느끼고 있는 것 같아요. 《허클베리의 모험》에서도 톰, 헉, 짐의 태도가 다르게 보이고, 소설에서 이름 붙인 것 하나, 글이 무엇을 비판하고자 하는지 보이기 시작했으니까요. ‘글역’샘 중엔 ‘소설도 좋아하지 않고, 미국 역사도 전혀 몰랐는데, 그 배경을 알고 나니 너무 놀랍고 소설 읽는 재미가 있다’는 간증도 있어지고 있구요. ㅎㅎ 하워드 진과 마크 트웨인이 깊은 공부의 길로 우리를 안내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마크 트웨인의 세 번째 책 《최면술사》를 읽고 있습니다. 그의 글은 읽을수록 그야말로 ‘하트 뽕뿅’ 하게 됩니다. 솔직함과 담담함에 심쿵했다가 뒤따라오는 반전이 주는 유머에 ‘내적 아우성‘이 일어납니다. 샘들도 하고 싶은 얘기가 점점 많아져, 칼같이 시간을 분배하고 시작하는데 훌쩍 예정 시간을 넘겨버립니다.
없음에서 시작되는 소유
《최면술사》에는 8개의 산문과 2개의 단편이 실려 있어요. 그중 산문 <최면술사>는 거짓으로 최면에 걸린 연기를 했던 트웨인의 이야기인데요, 그의 연기가 너무 리얼해 모두가 거짓 최면 상태에서 했던 그의 말을 진실로 믿게 됩니다. 그가 사람들에게 최고의 각광을 받고 싶어 바늘의 2/3를 찔러 넣는 아픔도 참아가며 연기를 한 덕분에요. 그런데 후에 거짓된 상황을 참지 못하고 트웨인이 진실을 고백했을 땐, 누구도 믿지 않는 기현상이 벌어지죠. 부모님조차도 어린 그가 최면이 아니라면 그 고통을 참을 수 없을 거라며 믿지 않습니다. 트웨인은 우리가 외적 의도를 설정하는 한 모두가 ’최면’에 걸린 상태로 살아간다고 말하는 것 같아요, 거짓을 참이라 믿으며 자신도 거짓연기를 하며 살아가는 건 아닐까요??
시대의 최면이라면 아무래도 자본이 만들어내는 ‘가치’라고 하는 거짓 환상이 단연 으뜸일 겁니다. 1800년대는 원주민을 학살하고, 이주시키고, 분열 동화시키면서 ‘미국’이라는 국가가 만들어지는 시기입니다. 아무 것도 없는 땅에서, 국가가 어떻게 건설되는지를 근대를 통과하며 미국이 여실히 보여주고 있지요. 산문 <3달러>는 애초에 아무것도 없는 자에게 어떻게 3달러가 생기는지를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신문사 운영에 3달러가 꼭 필요했던 트웨인은 돈을 구할 방도를 떠올리며 길을 가다 길 잃은 개를 만나게 됩니다. 주인 없는 개를 쓰다듬고 있는데, 한 장군이 다가와 개를 팔라고 하죠. 더 많은 돈을 제시했지만 그는 단지 필요한 3달러만 받고 개를 팝니다. 잠시 후 개 주인이 나타나 개를 봤냐고 물어보며 개를 찾아주면 사례하겠다고 하죠. 트웨인은 장군에게 3달러를 돌려주고 개를 찾아와 주인에게 수고비로 3달러를 받아 챙깁니다. 無에서 돈이 창출되었어요. 토론에서도 노동과 가치의 문제, 소유의 문제, 생명체가 물건으로 인식되는 것에 대하여, 진실된 돈벌이가 있는가, 3달러는 하나의 ‘이상’이다라는 열띤 논쟁이 있었어요.
채운샘은 강의에서 애초에 ‘3달러’가 필요하다고 시작하는 것이 문제라고 하셨어요. ‘물건’의 필요가 아닌 ‘돈’의 필요가 문제라고요. 자본은 모든 것을 돈으로 회귀시키고 그 시작점이 돈인 것처럼 인식하게 합니다. 그러니까 개를 놓고 말도 안 되는 흥정이 가능해지는 것이죠. 공장을 지으려 해도 땅이 있어야 하고, 농사를 지으려 해도 땅과 물이 필요한데, 자연의 증여에 대해 우리는 전혀 인지하지 못합니다. 원래 없던 3달러는 누가 만들어낸 것일까요? ‘가치’만이 거래되는 투기자본은 이런 허구적 상황들을 전제하고 있습니다. 투기에서 투자로 투자에서 재테크로 용어를 바꿔가며 합법화하고 심지어 능력이 되게 하는 이 판을 읽어야 자본에 본성을 잃어버리지 않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샘은 자본주의에 자신을 내어주지 않는 건강한 인물들이 트웨인의 소설 곳곳에 등장한다고 하셨죠. 그들의 태도에서 지표 삼을 만한 것이 있지 않을까요?
교육, 세련된 자본의 길들임
보편교육을 통해 시대의 이데올로기가 내면화된다는 것이 이제는 일반적인 이야기가 되었지요. 하워드 진이 이번에 그 증거를 찾아주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요, 우리가 들어 알 만한 미국의 기업들이 1800년대 후반 공통적으로 한 일은 학교를 설립하는 일이었습니다. 콘월의 템플대, 록펠러의 시카고 대학, 샌트럴 퍼시픽 철도회사에서 세운 햄프턴 기술대학이 있고 존스홉킨스대 코넬대 스탠퍼드대는 백만장자들이 세운 학교입니다. “새로운 산업시대 교육받은 노동력” 이 필요했고, 자본의 이 허구성을 이해해야 일을 시킬 수 있으니까요. 3달러에 개를 흥정하고 사고 팔 수 있어야 거래가 성립 가능하다는 말이죠. 이 룰을 이해하지 못하고 의문을 품으면 노동자를 부리기 위해 설명해야할 게 너무 많아지죠.
교육은 같은 언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함으로써 근대 주체를 만드는 세련된 길들임의 방식이죠. 기본적인 교육, 읽고 쓰고 계산하는 일을 가르치지만 여기엔 ‘권위에 복종하는 법’ 품행을 관리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죠. 이걸 가장 원한 것은 공장주들이었구요. 우리나라도 대기업이 학교에 투자를 하거나 인수하는 일이 많죠. 이것이 대학의 퀄리티를 다르게 만들기도 하구요. 우리는 이 상황을 자연스럽게 수용하고 있죠.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헉의 야만성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요? 채운샘은 강의 때마다 인간의 본성에 대해 언급을 하십니다. 인간의 본성은 길들여지지 않고자 하는 것이며, 착취하지 않고, 매이지 않고자 한다구요. 미국 원주민들이 보여준 모습이 그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하는데요, 어쩜 어리석다고 생각될 만큼 백인의 말을 믿고 또 믿지만, 그들을 길들일려고 하는 것에는 끝내 저항하기를 선택했습니다. 헉이 소설 마지막에 ‘원주민 마을로 가능한 빨리 들어가겠다’고 하는 말이 함축하는 바인 것 같습니다. 마크 트웨인의 글에는 절대적 도덕 관념이나 선악이 존재하지 않아요, 대신 인간의 이중성 양가성을 유감없이 드러내죠. 이 양가성은 자본주의에 살지만 또 거기에 압도당하고 싶지 않은 본성을 우회적으로 묘사하는 것 일수도 있지요. 트웨인은 계속해서 이 틈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 같습니다.
공지가 늦어져 죄송합니다. 몸 관리 잘 하시고, 시즌1-1의 마지막 시간 모두 건강하게 만나요. 역사 시험 준비도 잘 하시구요.
*** 6주차 (3/20) 공지 합니다 ***
* 읽을 책 : <최면술사> (101p ~ 끝)
<미국 민중사> 12~13장 (505p ~ 끝)
* 과제 : 나누고 싶은 문장을 뽑고, ‘뽑은 이유’와 간단한 생각을 적어 일요일 10시까 지 숙제방에 올려주세요. 원활한 토론을 위해 수업시작 전 다른 선생님들이 올린 글을 되도록 읽고 참여해 주세요.
* 역사 : 읽는 내내 우리의 피를 1도씨는 높인 <미국민중사1> 파이널 테스트 있습니다.
* 5주차 후기 : 지원샘
6주차 후기 : 현주샘
3달러와 자본 이야기... 후기만 읽었을 뿐인데 몰입도가 대단하네요!
트웨인 바람이 불고 있다는 소문이 있던데 과연 멋지군요
허클베리핀의 모험에 나오는 '헉'의 야만성. 헉! 저에게 '야만성'이라는 말이 멋지게 들리다니, 이런 날도 오네요. 길들여지지 않은... 그런데 정말 현실에서 뭔가 길들여지지 않은 것 같은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을 피해서 저만치 떨어져 빙 돌아갈 것만 같아요, 교양과 고상함을 쫓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