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와 역사 3-11주차(12/4) 공지
이번 시간엔 <분서> 권4 잡술편과 <하버드 중국사 원명>6-7장을 함께 읽었습니다. 이번 잡술편은 유학에 대한 해석과 불법에 대한 해석, 일상에서 공부하고 구도하는 삶의 태도들을 이탁오의 언어로 들려주고 있습니다. 생사의 이치가 너무 궁금해서 공부를 하게 되었다는 그의 말처럼 죽음의 문제에 대해 정리한 부분도 있습니다. 저희는 죽음의 문제로 이야기를 시작했는데요, 이탁오가 남은 평생을 궁리해 얻어낸 이치를 몇 글자로 알기 어려웠던지라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어도 정리된 것보다 질문이 더 많이 남았습니다.
그는
“삶에 이유가 있다면 그 죽음에도 반드시 뭔가가 있어야 한다.” 고 말합니다.
“이왕에 목숨을 바쳐도 좋을 지기가 없으니, 나는 장차 나를 알아주지 않는 사람들 앞에서 죽음으로써 나의 분노를 씻어낼 것이다.” 라는 말에선 자신을 음해한 자들에게 죽음으로 저항한 그의 태도가 일면 이해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죽음의 공포가 큰 사람이라야만 아침에 도를 깨닫고 저녁에 죽는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는 법이다.” 라는 부분에선 상반된 언어들에 메이기도 했는데요, 공포가 큰 만큼 세밀하게 질문하고 궁구할 것이라고 억지춘향으로 이해해 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죽음을 우리의 문제로 가져와서는 말이 길어지고 질문만 난무했지요. 죽음에 대한 두려움, 연명치료 거부, 안락사, 좋은 죽음에 대한 상, 자신이 죽고 싶은 죽음의 모습 등 많은 얘기들이 있었으나 여전히 어려운 것은 ‘삶과 죽음이 다르지 않다’ 는 부분이었어요. 언어로는 이해되나 명쾌하게 수용하기엔 우리의 한계가 있었던 것 같아요. 샘은 질문을 나누어 구체화시켜 보라고 하셨는데, 우리도 우리의 공부로 이 질문을 쥐고 가 보죠.
도덕 기상학
사람들은 세상의 질서가 올바른지 여부를 세 가지 힘의 조화에서 판단했는데, 그 세 가지 힘은 각각 하늘 땅, 인간이다. 황제로부터 가장 비천한 백성에 이르기까지 이상 기후를 단순히 날씨의 변화로 이해하는 사람은 없었다. 나쁜 날씨는 세 가지 힘의 부조화를 나타낸다.(...) 도덕 기상학은 황제를 난처한 입장에 빠트렸다.(...) 황제의 자격이 도마에 오를 수 있었다.
티모시 브룩은 <하버드 중국사>에서 원명의 정치를 논하며 맨 먼저 소빙하기와 용의 등장을 정치와 연동시켰지요. 그는 날씨와 정치의 상관관계에 주목했습니다. 그는 ‘도덕 기상학’이라는 절묘한 명명도 했는데요. 우리는 시즌2 연암이나 괴테의 여행에서 날씨가 곧 신체임을 확인했었는데, 그보다 더 나가는 거 같죠. 날씨를 천지인 조화의 문제로 규정합니다. 인간의 마음이 천지를 변화시키고, 천지의 기운이 인간의 마음을 변화시킨다는 사유 안에서 살고 있었던 것이죠. 이를 천인감응이라고 합니다. 샘께선 우리가 호흡을 하면 그 숨이 우리의 환경을 만들고 그걸 우리가 다시 들이마시는 과정을 생각하면, 이 사유가 비합리적인 것이 아니라고 하셨죠. 환경이 나를 변화시키고 내가 다시 환경을 만드는 이 순환관계를 제대로 이해한 것이죠.
현재 우리가 날씨를 생각하는 것과는 너무나 다른 감수성입니다. 폭우와 폭설에도 지하철이 다니고, 날씨가 우리의 길을 막는 일은 거의 없죠. 지금 우리는 입만 열면 기후변화를 우려하면서도, 기술로 방어할 길을 찾고 있죠. 문제는 여기에 윤리가 빠져 있다는 거죠. 기후변화의 해결은 의지로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까요. 저는 도덕 기상학이 윤리와 직결된다고 하신 샘의 말씀에 너무나 공감이 되었는데요, 날씨의 변화가, 기후 문제가 곧 나 자신의 문제라고 생각할 때에야 윤리의 문제가 된다는 거지요. 기후 문제에 여러 탓을 할 수 있겠죠, 원자력의 문제, 석탄 산업의 문제, 폐기물의 문제, 각종 개발과 상류 소비층까지 어디든 책임을 물을 수 있겠지만 자신이 그 문제 안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서 출발한다는 것이 다른 점이죠. 원명 시대는 이런 사유가 왕에게도 있었던 사회였다는 걸 포착한거죠. 이런 윤리가 있을 때에야 아홉마리 용이나 기후문제가 있다는 것을 조짐으로 읽는 능력이 생깁니다. 날씨의 변화는 곧 인간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조짐입니다. 조짐을 읽어야 인간이 이렇게 살면 안된다는 지금과는 다른 시도를 해 볼 수 있습니다.
기상 현상을 어떻게 다루는가는 이처럼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무감하게 여기는 것은 지질의 시간은 인간의 시간이 다르게 흘러서이죠. 몇억 단위로 흐르는 지질의 시간과 달리 인간의 역사는 아주 빠르게 흘러갑니다. 리듬이 달라 우리가 알아채지 못하고, 직접적으로 천지의 작용을 느끼지 못할 뿐이라는 겁니다. 그러다 어떤 순간에 지질의 리듬이 인간의 시간이 영향을 주게 되는데, 화산 지진 등도 그 중 하나입니다. 인간의 아주 작은 개입으로도 지질의 시간에 인간이 영향을 받는데, 지금은 인간의 시간이 지질의 시간에 너무 많이 개입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는 샘의 말씀도 있었죠. 기후가 이상하다고 할 것이 아니라, 이 이상한 기후에 우리가 어떻게 개입하고 있는가를 보는 것이 필요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어떻게 할 것인지를 보아야 한다고 것입니다. 너무나 현재적인 문제제기라는 생각이 드네요. 마음이 어긋난 사람과 한 공간에 있으면 아무 말을 안해도 힘들어지듯이, 확장하면 인간의 마음장이 우주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 이해도 되지요.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할지 마음이 세워졌나요?
믿음의 문제
유목민인 원나라는 이질적인 것에 대한 배타성이 적습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농경 사회가 오랜 세월 정주하면서 배타적인 문명을 이룬 것과는 다른 것 같습니다. 지난 시간엔 진정한 세계사를 이룬 민족이 몽골이었다고 했는데요, 몽골인은 동서를 횡단하며 문명을 뒤섞고 개척해 놓았죠. 그리곤 칸의 카리스마로 이질적인 것들을 수용하고 통치할 수 있었습니다. 중국의 역사는 이민족과 한족이 번갈아 만든 것입니다. 이민족의 카리스마를 가진 황제와 유학의 이념으로 시스템 통치를 꿈꾼 한족의 대립과 통합의 결과이죠. 그러나 유학의 문치는 너무나 힘이 없고 위기 대응력이 떨어졌죠. 몽골 이민족을 멸망시키고 세워진 명나라는 유학이념으로 문치를 이룬 송을 계승했지만 몽골의 정책을 다분히 이어받아, 칸의 카리스마와 황제를 혼합해 강력한 왕권을 수립하고자 했습니다.
12-3세기 원나라가 중아아시아를 통합하면서 15-6세기는 다양한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졌습니다. 사상 역시 다양해지면서 종교나 철학보다 “믿음”의 문제가 더 중요해졌는데요. 많은 부분에서 사람들의 의견이 엇갈렸기에, 진리라는 건 믿음의 체계에 불과했던 것이죠. 명의 특징 중 하나가 유불선 삼교회통을 들 수 있습니다. 백성들의 삶에서 이 세 가지는 비슷하게 믿는 바가 되었고, 다양한 방편으로 잘 활용하였죠. 사상적 통일이 이루어진 배경엔 삶이 있었던 겁니다.
삼교회통의 대표적 사상가는 이탁오의 스승인 왕양명입니다. 양명은 본성을 추구하는 성리학에서 벗어나 마음에 진리가 있다는 심즉리(心卽理)를 강조했지요. 샘게선 왕양명과 동시대 사상가 루터를 비교하며 설명해 주셨는데요. 둘의 공통점은 중세가 무너지는 시대에 새로운 사유를 펼쳤다는 점입니다. 루터의 테제는 ‘진리가 너희를 구원케 하리라’ 입니다. ‘신의 은혜로만 구원’이 가능하다는 기존의 구원론을 넘어 ‘진리’를 말함으로써 인간이 스스로 자기 구원에 이를 수 있는 길을 열었고, 이것이 종교 개혁으로까지 이어졌죠. 심즉리도 마음에 진리가 있지, 하늘에 있지 않음을 강조하죠. “무엇보다 일하는 위에서 연마하라” 는 사상마련(事上磨鍊)의 정신은 일상 속에서 진리를 찾는 것이지 초월적 진리가 없다는 걸 말하고 있습니다. 이탁오 역시도 일상의 구원, 일상의 진리를 이번 잡술편 곳곳에서 강조합니다. 세속에서 깨닫지 못하면 출가해서도 깨닫지 못하는 것이기에, 돌보아야 할 일이 있다면 그 일을 하면서 공부하면 된다고 합니다. 진흙 속에서 피는 연꽃처럼 말입니다. 이탁오는 깨달음이라는 것도 자기 삶을 자유롭게 살기 위해 필요하다고 하죠. 지금 자기에게 가장 절실한 걸 들고 자기가 자기 질문을 풀 수 있는 방식으로 공부를 하는 것으로요. 에세이 주간이니까 이러저러한 자신의 습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할 텐데요. 넘고자 하는 욕망이 클수록 질문도 커지겠지요. 그리고 이렇게 고민하는 일상이 우리를 다른 길로 데리고 갈 거라 믿습니다. 많이 춥네요. 남은 두 주 건강 관리 잘해서 아프지 않고 마칠 수 있으면 좋겠네요. 공지가 늦었습니다. 월요일에 뵈어요.
*** 11주차 (12/4) 공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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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 책
《분서2》 : 권5 독사(讀史)편
《하버드 중국사 원,명》 : 8-9장
* 과제
- 문학 : 나누고 싶은 문장을 뽑고 자신의 생각을 담아 숙제방에 올립니다.
- 역사 : 연표 정리하여 숙제방에 올립니다.
* 10주차 후기 : 재순샘
욕망이 클수록 질문도 커진다고 했는데 이 자잘자잘한 욕망들에 이끌려 마음 먹은 바를 손바닥 뒤집 듯 욕망이 죽 끓듯 하는 세상을 사나봅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