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와 역사 기말 에세이 발표(12/18) 후기
<글쓰기와 역사> 세미나를 무사히 마치신 선생님들, 축하드립니다!
매주 한 쪽 내외의 글을 쓰고, 작품과 연관된 역사책도 내용 정리 하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저는 뒤늦게 세 번째 시즌에 합류했는데, 과제를 하는 게 정말 만만치가 않더군요. 그런데 이 과정을 1년동안 꼬박꼬박 하셨다니 무지 존경스럽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저도 매주 글을 쓰는 연습을 해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서로가 써 온 글을 중심으로 하는 토론도 다이나믹해서 즐거웠구요. 채운샘의 강의와 더불어 역사와 함께 공부하니, 작가가 살았던 시대나 작품의 발생 배경 등을 알 수 있어서 글을 조금이나마 넓고 다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는 마지막 학기에 그동안 읽은 작품들을 통해 자신의 질문과 감상과 해석을 <00과 글쓰기>라는 제목으로 각자 펼쳐내었지요. 늘 온라인으로만 만나서 얘기하다가 직접 얼굴을 마주할 수 있어서 반가웠는데, 그보다는 글을 발표하는 떨림이 살짝 더 강했던 것 같네요. 우리가 그동안 어떤 책들을 읽고 무슨 내용으로 글을 썼는지 간략하게 되돌아 볼게요.
마크 트웨인(『허클베리 핀의 모험』, 『웃음과 비탄의 거래』, 『최면술사』)의 모순과 익살을 통해 에세이 쓰기와 발표에 대한 두려움을 풀어봄/ 죽음이 임박한 순간에도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던 루쉰이 자신의 작품들(『조화석습』, 『고사신편』)에서 스스로를 어떻게 바라보았는지 고찰해 봄/ 괴테(『이탈리아 기행』)가 이탈리아의 그림과 건축과 자연을 관찰하며 여행한 기록을 분석하며, 본연의 나를 깨닫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보고자 함/ 글쓰기를 좋아하고 습관처럼 익숙한데, 그 이외에도 글을 쓰는 삶을 이어나갈 수 있는 동력을 돈키호테의 모험(『돈키호테』)에 빗대어 생각해 봄/ 돈키호테의 광기를 다양한 관점으로 분석하고 이해를 시도함/ 연암의 글(『열하일기』)을 인용하며 자신의 몸을 돌본다는 것과 글쓰기의 신체성을 생각해 봄/ 자신의 글쓰기를 돌아보고 이탁오의 『분서』를 해석하며 이해하게 된 진실함과 저항으로서의 글쓰기는 어떤 것인지 적어 봄
글을 나누는 것은 일상적 대화를 나눌 때보다 서로를 더 찐하게 알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가장 신기하게 느끼는 것은, 각자 자신의 고민을 적어낸 것이지만 그것이 곧 우리 모두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코멘트를 들을 때도 마찬가지인데요. 채운샘도 개별적인 글에 대해서 얘기하시기도 하지만 결국 우리 모두를 향해 말씀하시죠.
이번에도 여러 가지 말씀을 해 주셨는데요. 우선, 우리를 늘 미끄러지게 하는 강한 중력을 가진 이분법들(이상/현실, 당위/욕망, 내면/외부 등)에서 벗어날 것을 강조하셨고, 글을 쓸 때 질문을 더 세밀하게 쪼개서 하나씩 차근차근하게 밟아나가며 글을 쓰라고 당부하셨습니다. 그리고 글쓰기의 기본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려주셨어요. 제목을 먼저 정하고 글의 뼈대를 토대로 글을 전개해 나갈 것과, 각자가 출발점이 다르다는 것을 늘 잊지 말고, 거기에서부터 나아가라고 하셨습니다. 여러 가지 이야기 중 제게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글쓰기가 어떤 것을 사야 할지 몰라 고민하는 선택 장애의 고통스러움이기도 하지만, 무엇을 사도 좋은 즐거움이기도 하다'는 말씀이었습니다. 단어의 뉘앙스의 차이를 가늠해 보고, 이렇게 쓰면 어떤 의미가 될 지를 고민하는 순간들이 미묘한 즐거움이 되는 지점들이 있다고 말이지요. 쓴다는 행위 자체가 아직 낯선 제게는 한참 먼 얘기 같습니다만, 아무튼 글쓰기를 너무 머리 아프게만 생각하지 말고 즐기라는 샘의 당부이자 달램이셨습니다.
아! 생각해 보니, 저희 낭송도 했었지요. 이탁오의 『분서』시가편에 나온 <독서의 즐거움>이라는 서문과 시를 각자 분량을 나누어서 따로 또 함께, 더듬기도 하고 주춤하기도 하면서 발표해 보았습니다. 에세이 쓰는 것도 힘든데 역사 시험 공부와 낭송까지, 휴~ 정말 정신없었지요? 이 모든 걸 하느라 고생한 우리 모두를 좀 칭찬해도 될 것 같네요. 자랑스럽습니다요!
에세이 발표를 마치고 떠난 제주도 여행에 저는 함께 하진 못했지만, 카톡방에 올라온, 아름다운 경치와 샘들의 즐겁고 행복한 사진을 보면서 덩달아 힐링이 되었습니다. 그중에 붉은 동백꽃과 하얀 눈사람이 잘 어울리는 사진 한 장 올립니다^^ 즐거운 연말 보내시고요. 내년에 뵙겠습니다~~
글쓰기와 역사는 보기보다 강도 높은 프로그램이었지요.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부담도 있었지만 역사 정리 역시 만만치 않았죠. 그래도 근, 현대 미국과 중국사, 중세 유럽과 중국, 조선 후기 역사까지 아쉬운 대로 훑어 보았네요. 적게는 5장에서 많게는 10여장이 넘어가는 정리가 뭔가는 남겼을 겁니다. ㅋㅋ
글쓰기는 글을 쓰기 위한 애티튜드와 성실성을 여러 작가들을 통해 배운 거 같아요. 그걸 에세이에서 써보려고 했던 것 같구요. 모두 애쓰셨습니다.
유치 feel을 조금 섞은 암송 준비도 즐거웠어요. ㅎㅎ 무엇보다 함께 참여해 주신 성실한 샘들 덕분에 즐거운 공부 시간이었습니다. 문사철 심화 과정에서 또 뵈어요.~~!
차분하고 꼼꼼한 후기 잘 읽었습니다~~^^
은이샘 후기와 정옥샘의 댓글에 생각과 감정들이 새록새록합니다.
에세이 발표날에 혜화역을 향해 가던 지하철에서 함께 뽑은 역사 예상 시험 문제지를 들고 사건의 이름과 발생년도를 외우던 긴박함도 살아나구요. 8명이 입을 맞춰 외우던 독서의 즐거움 중 제게 할당됐던 부분도 떠올라요. "마음의 휴식이 바로 책 사이에 있으니 이 세계가 얼마나 좁고 책 속의 세계가 얼마나 넓던가" , "책의 숲에서 휘파람 부니 ... 송골매 후드득... 노래와 울음이 연달아 이어지니 그 즐거움 무궁무진이로다."등등.
정옥샘 말대로 저야말로 한 명 한 명의 성실함과 협업에 기대어 제법 강도 높은 글역의 과정을 잘 건너왔네요. 이젠 글역 과정이 마무리 되어 다시 돌아갈 수 없군요. ㅎㅎ.
갑자기 일본 영화 러브레터의 한 장면이 떠오르네요. "오겡끼데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