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 세미나 / 우연과 필연, 맥스웰의 도깨비(3장) / 재겸
생명체는 합목적성을 그 속성으로 한다. 생명체를 특징짓는 그 속성은 어떤 메커니즘으로 간주할 수 있다. 합목적성은 어떤 정해진 방향을 향하는 정합적이고 건설적인 행위라고 정의할 수 있다. 1. 생명체란 화학적 기계다. 기계가 작동하는 화학적 메카니즘을 ‘대사’라고 한다. 그 메카니즘의 작동 방향이 일정하고 높은 성과를 내는 것은 단백질 = 효소가 특이한 촉매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2. 화학적 기계의 기능적 정합성을 위해서는 수많은 지점에서 이뤄지는 화학적 활동을 관리하고 규제하는 어떤 사이버네틱스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사이버네틱스 시스템은 ‘조절’ 단백질이 화학적 신호를 탐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3. 유기체는 자기 자신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기계다. 즉, 유기체는 그의 내부에서 작용하는 건설적인 상호작용들에 의해서 자율적인 방식으로 스스로를 만들어낸다. 그 상호작용은 단백질에 의해서 작동한다. 단백질이야 말로 생명체의 정합성을 생성하는 주역이다. 그렇다면 단백질의 어떤 특질 때문에 정합적인 사이버네틱스 시스템을 성립시키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단백질의 입체특이적인 상호작용 때문이다.
촉매 작용을 하는 효소 단백질
- 각각의 효소는 오직 한 가지 유형의 반응만을 촉매한다.
- 그러한 유형의 반응을 겪을 수 있는 여러 화합물 중에서 효소는 일반적으로 그들 중 오직 하나에 대해서만 작용한다.
그렇게 한 가지 유형에만 반응하고 그 것도 오직 하나의 화합물에만 작용하는 이유는 단백질이 입체특이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사례가 ‘기하 이성질체’이다. 가령 푸마르산과 말레산은 화학적으로 동일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 (79쪽 그림 참조) 그러나 효소 푸마라아제는 푸마르산에만 작동한다. 말레산에 푸마라아제를 가해도 사과산으로 바뀌는 일은 없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바로 단백질이 입체적인 특이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2차원적으로 보면 동일한 화학구성이기 때문에 그런 일은 일어날리 없지만 단백질은 ‘입체특이성을 갖는 복합체’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촉매작용을 하는 효소는 여러 기하 이성질체 중에서 하나다. (다수의 이성질체 중 L형 아스파라긴산 만이 효소로서 단백질 합성에 참여한다.)
공유결합과 비공유결합
공유결합은 두 개 이상의 원자가 전자쌍을 공유함으로써 생기는 결합이다. 중요한 것은 두 유형의 반응에 관여하는 ‘활성화 에너지’ 상의 차이에 있다. 87쪽 그림 1에서 볼 수 있득이 처음상태에서 최종상태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에너지를 일정정도 이상을 사용하는 중간단계를 거치게 된다. 분자들은 이 활성화 에너지를 일시적으로 얻어야지만 반응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그 중간상태를 얻으려면 온도를 높이거나 촉매를 사용해야 한다.
- a) 공유결합이 관련되는 반응의 활성화 에너지는 높다. 따라서 반응이 일어나려면 높은 온도나 촉매가 필요하다.
- b) 비공유결합이 관련되는 반응의 활성화 에너지는 아주 낮다. 따라서 반응은 낮은 온도나 촉매가 없는 경우에도 매우 빠른 속도로 일어난다. 효소와 기질 사이에 상호작용하는 복합체가 생명현상이라는 의미에서 그는 공유적 결합체에서 일어난다. 효소-기질 복합체는 매우빠른 속도로 만들어지고 해체될 수 있어야하기에 비공유결합에서 가능해진다. 또한 그 작동이 정합적으로 일어나야 되기 때문에 (그 복합체가 형성될 수 있는 경우란) 오직 효소 분자가 기질 분자의 형태와 정확하게 아귀가 맞아 떨어지는 ‘상보적인’ 부위를 포함하고 있을 때에만 복합체가 형성된다. 효소는 작용을 위한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음에 틀림없다. 구조의 정보들을 창조가고 전달할 수 있다.
맥스웰의 도깨비
단백질은 다른 분자들과 비공유적으로 결합한 ‘입체적 특이성을 갖는 복합체’를 형성할 수 있다. 한 가지 유형의 반응과 하나의 화합물에만 작용하는 이유는 복합체가 ‘입체적 특이성’을 갖기 때문이다. 그런데 맥스웰의 도깨비를 굳이 거론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명작용은 엔트로피 법칙을 역행하는 질서를 창조하는 행위이다. 효소는 미시적인 차원에서 질서를 창조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하지만 모든 정보의 획득은 그 자체로 에너지를 소비하기 마련인 어떤 상호작용을 전제로 한다. 질서의 창조는 화학적 포텐셜을 소비하는 대가로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자신이 실행하는 프로그램에 의해 선택된 길을 따라 화학적 포텐셜을 흘려보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