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간에는 <들뢰즈가 만든 철학사> 13장 ‘베르그손 1859~1941’, 14장 ‘베르그손에게 있어서의 차이의 개념’을 읽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베르그손은 입문서를 읽지 않고 들뢰즈를 통해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요, 그런 만큼 많이 어려웠지만 한편으로는 앞으로 읽어나갈 <베르그손주의>에서 만나게 될 논의들에 대한 전체적인 그림을 본 것 같다고나 할까요.ㅎㅎ;
들뢰즈는 14장의 논문에서 베르그손의 철학을 ‘차이에 관한 철학이자 차이의 실현에 관한 철학’으로 규정합니다. 그리고 주요 철학적 개념인 ‘지속’, ‘기억’, ‘생의 약동’, ‘직관’을 통해 베르그손이 보여주고 있는 것이 바로 ‘차이가 그 자체로서 있다는 것, 차이는 새로움으로서 실현된다는 것’임을 설명합니다. 그 개념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건 알겠는데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던 저희는 먼저 눈에 들어왔던 부분부터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제일 먼저 이야기를 나눈 것은 ‘시간’과 관련된 내용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아직 프루스트의 여운이 가지시 않은 데다 칸트에서부터 계속 등장하는 주제이기도 하고요. 들뢰즈에 따르면, 베르그손이 선배 철학자들에 대해 본질적으로 비판하는 점이 바로 그들이 ‘본성의 진정한 차이들을 놓쳐버렸다’는 점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본성의 차이란 ‘내재적 차이’, ‘차이 그 자체로서의 차이’, ‘자기의 자기 자신과의 차이’ 등으로 언급되는데요, 이러한 차이들을 사유하기 위해서는 공간 속에서 사유하는 일을 포기해야만 한다고 들뢰즈는 강조합니다. 공간이 아닌 시간 속에서 사유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지난 세미나에서도 이야기가 나왔지만 우리는 모든 것을 공간화시켜 생각합니다. 심지어 시간도 공간적으로 생각하는데요, 잠시도 멈추지 않고 흐르는 시간을 정지시켜 생각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시간에 관해 말할 수조차 없기 때문이지요. 시간뿐 아니라 모든 것이 그러합니다. 우리 눈에는 멈춰 있는 것처럼 보여도 세상만물은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운동하며 변화하고 있습니다. 어떤 것을 시간 속에서 사유한다는 말은 그것의 ‘운동성’,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음’을 본다는 말과도 같습니다.
들뢰즈는 공간상이 아니라 시간상의 차이를 이야기할 때 차이 개념을 구체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시간상의 차이 속에서 사물들이란 곧 (차이) 개념 한복판에 펼쳐진 수많은 뉘앙스 또는 수많은 정도와 다른 것이 아니기 때문”(338쪽)이라고 하는데요, 베르그손주의가 ‘차이를 시간 속에 두는 것’ ‘차이와 더불어 (차이) 개념을 시간 속에 두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의미에서라고 들뢰즈는 설명합니다. 이와 관련해서 들뢰즈는 베르그손의 세 개념(지속, 기억, 생의 약동)이 차이 개념의 세 측면을 형성한다는 점, 즉 ‘지속’은 (차이 개념 자체로서의) 자기 자신과의 차이를, ‘기억’은 차이의 정도들의 (잠재적인) 공존을, ‘생의 약동’은 차이의 (현실적인) 차이화를 가리킨다는 점을 설명하는데... 이와 관련하여 이어지는 논의들을 저희는 따라갈 수가 없었습니다. 앞으로 <베르그손주의>를 읽으면서 좀더 자세히 짚어보게 될 것 같습니다.
그 외에도 <차이와 반복>에서 나왔던 베르그손의 원뿔 그림을 소환하며 지속과 관련된 수축과 이완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고, 베르그손의 세 개념과는 조금 다른 듯한 ‘직관’은 대체 무엇인지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여전히 어렴풋하기는 하지만 모든 내용이 마구 엉켜있는 것만 같았던 처음보다는 조금 정돈은 된 것 같습니다. 적어도 앞으로 어떤 내용들과 씨름하게 될 건지는 알게 된 듯하니까요; 다음 주부터 하나하나 알아가보아요. 우선 다음 주에 읽을 ‘직관’과 ‘지속’부터!
다음 시간에는 <베르그손주의> 1장과 2장을 읽고 내용을 정리해옵니다. 간식은 주영샘께서 맡아주셨습니다. 다음 주에 뵈어요!
지속과 생의 약동 사이에 있는 기억... 차이 자체와 차이화의 실현으로서의 기억... 56년 들뢰즈의 매운 맛을 봐버렸습니다...
그래도 용어에 조금씩 익숙해질 것이라 믿고 계속 읽어가면 왠지 재미날 것 같아요 ㅎㅎ (원뿔에 대한 심오한 이해를 위해, 주영샘 저는 월드콘 기본맛으로 부탁드립니다)
베르그손과 들뢰즈의 만남 흥미롭습니다. 여전히 직관과 지속에 대해서는 감을 잡기도 쉽지 않지만~~
지성과 상보적인 방법이며, 지속과 시간을 사유하기 위한 철학적 방법론으로서의 직관에 대해 더 궁금합니다.
총체적 기억으로서의 원뿔, 순수기억으로의 원뿔 단면, 매 순간 나의 현재를 그리며 나아가는 운동으로 원뿔의 꼭지점으로 설명하는 것도 재밌었는데, 우리는 꼭지점과 단면 사이를 수축과 이완운동을 통해 움직이고 있죠. (더 구체적인 얘기를 위해 간식으로 콘을 준비하겠습니다. ㅋㅋ)
베르그손은 정신을 의식의 초긴장 상태로 봤고 공간을 의식의 완벽한 이완 상태로 봤고, 물질성은 정신과 반대로 공간성을 향해 가는 도상에 있는 운동이라는데~~ 어렵네요.ㅎㅎ
같이 얘기하다 보면 뭔가 정리가 되겠죠? 기대기대!!
들뢰즈님의 초기저작들을 읽어갈수록 선배철학자들을 등에 업고 자유로이 전유하면서 마지막에는 자신의 개념을 만들어내는 들뢰즈님이 놀라울 따름이란 생각이 듭니다.
지난주에 처음 만난 들뢰즈-베르그손 역대급 눈 뱅뱅 돌만큼 어려웠는데 그나마 나들이 샘들과 얘기하고나니 이번주 좀 읽을만 하네요.
자신을 자신이 아닌 것으로 나뉘 며 끊임없이 본성을 계속 바꾸는 것으로서의 지속. 그런데 이것을 주체적 잠재적이라하고.. 이번에 읽은 것에는 이런 지속을 또 수적이지 않은 다양체라고 까지 하네요. 하하하! 오늘도 만만치 않겠어요.
저는 월드콘 매운맛으로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