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차이와 반복>을 아~~주 천천히, 꼼꼼히 읽는 나들이 세미나 시즌1이 마무리됐습니다. 역시 생각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텍스트였지만, 생각 이상으로 알아먹을 수 있었습니다. 들뢰즈의 개념을 무기로 삼기에 1년은 짧은 감이 있었지만(저희에게는), 들뢰즈의 매력을 느끼기에는 충분했죠. 큰일이다 싶을 정도로 독해 불가능한 구절들이 많았어도 책 마지막 문장을 읽었을 때는 후회는커녕 감동으로 충만했습니다. 물론 아직 들뢰즈에 대해, 그가 말한 것들에 대해 한마디 하는 것조차 어려운 것은 여전합니다만. ^^;;
들뢰즈는 니체의 영원회귀를 윤리적 실천으로 독해했습니다. 아~주 거칠게 요약하자면, 그건 이전과 다르게 살게 되는 일종의 실존적 결단이라 할 수 있습니다. 채운샘은 영화 ‘그린 나이트’에서 죽음으로부터 달아났던 가웨인이 결국 의연하게 받아들이게 되는 것, 붓다가 질문을 안고 궁을 떠나게 된 것을 예로 드시면서 다른 삶에 대한 결단을 내리는 순간들을 말씀해주셨습니다. 그리고 그런 결단은 일상적으로 질문을 놓지 않는 사람만이 가능하다고 하셨죠. 다시 말해, 조금의 간단없이 수행하는 것처럼 질문하는 사람만이 사건을 흘려보내지 않을 수 있습니다. 들뢰즈는 그것을 <차이와 반복>이라는 텍스트를 쓰는 것으로 수행한 것 같고, 저희는 그런 들뢰즈의 사유를 차근차근 소리 내고 토론하면서 읽는 것으로 수행했습니다. 안 했다면 모를까, 이미 시작한 이 여정을 어찌 그만둘 수 있을까요! 앎과 무지가 뒤섞이는 것을 긍정할 수 있게 해주는 세미나는 참으로 흔치 않지요!
지난해는 계획한 것 이상으로 잘 마무리됐습니다. 올해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ㅎㅎ
다음은 이 감동을 함께 맛본 선생님들의 후기입니다. 이 감동을 함께 맛보고 싶으신 분들은 얼른 나들이 세미나에 탑승하시죠. ^^
영주쌤
'계란으로 바위치기'가 이런 기분일까요?
다른 수업에서 잠깐 맛만 봤던 <차이와 반복>을 제대로 읽고 싶어 세미나를 시작했다가 읽어도 이렇게 도무지 뭔 소린지 모를 수 있는지 당혹스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또 읽는 내내 울렁이게 만드는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일 년 동안 천천히, 꼭꼭 씹어먹다 보니 결국 다 읽게 되었네요.^^ 물론! 우리 나들이 세미나 벗들 독수리오형제들이 아니었다면 이것은 불가능했단 건 확실하구요.
늘 헤매고 뭔 말인지 모르겠는데도 다들 꿋꿋이 분량을 읽어 오시고 또다시 뭔지 몰라 길을 잃었음에도 한결같이 만나 또 '모름'을 확인하며 돌아갔던, 하지만 또 가끔씩 느꼈던 뭔지 모를 기분 좋은 울렁임들 덕에 그래도 <차이와 반복>을 진하게 만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우리의 길(앞)잡이 채운샘의 도움은 말할 것도 없구요.
우리 올해도 소처럼 우직하게 들뢰즈님의 사유들을 찬찬히 따라가 보아요!
정아쌤
작년 프로그램들 중 가장 먼저 시작했는데 거의 마지막으로 마무리를 하네요. 한 권의 책을 일 년에 걸쳐 읽는 세미나여서 부담 없이 시작했지만 역시 만만치가 않았습니다. 막바지에 잠시 방황(?)하기도 했지만 우리 독수리오형제 형제님들 덕분에 끝까지 읽을 수 있었어요. <차이와 반복> 읽기는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재겸샘 말씀처럼 무지와 무지가 만나 앎이 되는 기이한 체험도 하고, 도저히 불가능해 보였던 에세이(<차이와 반복> 에세이라니요!)도 쓰고... 이 모든 건 채운샘이 ‘도우미’로 활약해주시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거예요. 모두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한 해를 보내고 나니 들뢰즈가 더~~더 궁금해지네요. 올해도 한 발 한 발 함께 가봐요, 샘들!
영님쌤
어려운 책. 힘들었지만 끝까지 읽어서 기뻐요. 이 힘으로 다시 초기 작품을 읽을 기운을 내봅니다.
재겸쌤
함께한 덕분에 차이와 반복을 완독한 0.1%가 될 수 있었네요. 이런 책은 함께 읽어야만 뭐라도 된다는 확인까지 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1년 감사했습니다. 규창샘이 반장 역할 잘 해줘서 편안하게 세미나 할 수 있었습니다. 다들 ,채운샘의 말씀처럼, 천천히 그렇지만 면면부단히 공부를 이어갔으면 합니다.
<차이와 반복>을 읽고 간단하게나마 에세이로 정리해서 발표했습니다. 물론 잘됐다고 할 수는 없지만, 사실 그게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이렇게 공부할 수 있는 관계를 형성한 걸요. ㅋ 무엇보다 인원이 그리 많지 않았음에도 부족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 간식 때문은 아닌 것 같고 ㅋㅋ, 그만큼 저희가 들뢰즈 공부로 충만해졌다는 거겠죠. 간단하게 그날의 풍경을 남겨봅니다~
오~ 선재라 선재라~! 길(앞)잡이? 혹은 관찰자로서, 진심으로 경하드립니다! 앞으로도 계속될 독수리(참새 아니고?ㅋㅋ) 오형제의 들뢰즈 세미나 여정에 적당한 번뇌와 적당한 환희가 함께 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