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들뢰즈라는 고향에 돌아온 느낌입니다. 그렇지요. 이것이었지요. 이 답답함과 막막함. 새로 합류하신 선생님 한 분은 이게 정말 지구별 말이 맞냐고 물으셨는데요ㅎㅎ 그래도 지난해 이 답답함과 막막함을 일 년간 겪으신 분들은 아마 조금은 면역이 생기셨으리라 생각됩니다. 어쩌면 면역을 넘어서 이제 이런 상황을 즐기게(!) 된 건지도 모르겠네요. 나들이 세미나 역사상 처음으로 쉬는 시간에 간식을 먹으면서도 텍스트 얘기를 이어가는 상황이 벌어져서 저희 자신들도 깜짝 놀랐으니까요.^^ 아마 답답함과 막막함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발버둥의 일환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조금씩 터득해가는 맛(기쁨!)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겠고요. 전체를 다 이해하려 하지 말고, 이해할 수 있는 만큼 이해하면서 계속 가보자! 이런 마음으로 천천히 함께 헤매면서 가보아요 샘들~
이번 주에는 <경험주의와 주체성> 1장 ‘인식의 문제와 도덕의 문제’를 읽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들뢰즈는 흄의 철학이 제시하는 오성과 정념의 문제를 가져와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정신, 관념, 이성, 도덕에 대한 생각들을 흔들어놓습니다. 우리는 오성(이성)과 정념(감정)을 완전히 분리해서 생각합니다. 반면 흄에게는 두 가지 관점이 공존합니다. 흄은 오성과 정념을 두 개의 분리된 문제를 구성하는 것으로 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오성을 정념에 종속된 것으로 보기도 합니다.(“오성은 그 자체로는 사회화되는 정념의 운동에 불과하다”(20쪽)). 이러한 생각은 이성을 일종의 ‘감정(sentiment)’으로 보는 데로까지 나아갑니다. 그리고 도덕의 문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이 감정(정념, 느낌)이라는 생각으로 이어지고요.
흄의 이러한 관점에 대해 들뢰즈는 이렇게 정리합니다. ‘이성은 정신이 아니라 ‘정신의 감응(affection)’이며, 이런 의미에서 이성은 본능이고, 습관이고, 심지어 본성이라고까지 부를 수 있다.’ 이 부분에서 저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신체는 ‘커다란 이성’이며, 하나의 의미를 지닌 다양성이고, 전쟁이자 평화, 가축의 무리이자 목자이다”(책세상, 52쪽)라고 한 니체의 말이 떠오르기도 했는데요. 이번에 읽은 부분에서도 오성과 정념의 문제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고 서로 섞여서 함께 작동한다는 것을 계속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이러한 이중의 운동이 인간의 본성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고요.
다음 시간에는 2장을 읽고, ‘문화’와 ‘일반규칙’을 중심으로 정리해옵니다. 이번 주 샘들의 과제를 참고해서 마음에 드는 형식으로 작성해봅시다.^^ 과제는 9부 출력해주시고, 세미나 시간 전까지 숙제방에 올려주세요. 간식은 규창샘이 맡아주셨습니다. 그럼 다음주에 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