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간에는 채운샘의 보충 강의가 있었습니다. <안티 오이디푸스> 3장을 좀더 정리해주시고 4장의 분열-분석의 핵심이 무엇인지 짚어주셔서 앞으로 4장을 읽어나가는 데 도움이 될 듯합니다. 강의 중에서 기억에 남는 부분을 간단히 정리해보겠습니다.
지난 강의에서도 잠시 언급되었지만, 들뢰즈와 과타리는 자본주의가 보편적이라고 주장하지요. 이는 자본주의가 ‘탈코드화의 흐름’에 기반하기 때문인데요. 전-자본주의 사회들은 모든 걸 코드화하려고 했기에 코드화되지 않는 것들, 달아나는 것들을 공포스러운 위협으로 느꼈습니다. 그래서 방계 결연을 맺어 코드의 영역을 확장하거나 하나의 코드로 덮어버리려 했고요.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는 완전히 다릅니다. 코드를 벗어나는 것들을 두려워하지 않죠. 자기 경계를 확장시켜 사회 안으로, 자본주의 공리계 안으로 쏙 집어넣어버리면 그만이기 때문입니다. 두려워하기는커녕 오히려 그 위협들로 잉여를 생산하고 이윤을 창출하지요. 잉여 생산, 이윤 창출은 자본주의의 제1목표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자신에게 위협이 될 만한 것들까지 모두 부품으로 가지고 있는 사회기계가 바로 자본주의 기계입니다. 그런 점에서 들뢰즈와 과타리는 자본주의를 보편적이라고 보았고, 두려울 게 없어 보이는 자본주의는 영원히 망하지 않을 것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그 사실은 우리에게 무력감을 안겨주기도 합니다.
자본주의 기계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이런 체념의 정서와 싸우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샘의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푸코도 <안티 오이디푸스> 서문에서 “투사가 되기 위해서는 슬퍼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언급하지요. 어쩔 수 없다는 체념이나 슬픔이 아닌, 기쁨의 정서를 전염시키지 않으면 투쟁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을 부연해주시며 샘께서는 <안티 오이디푸스>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렇게 정리해주셨죠. ‘자본주의에 우리 삶을 내어주지 않는 그런 기쁨을 어떻게 발명할 것인가.’
어쩔 수 없다는 체념은 절대 기쁨의 정서를 이끌어내지 못합니다.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출발점으로 삼아야만 가능합니다. 들뢰즈와 과타리가 분열-분석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것도 바로 그 점입니다. 분열증 환자를 비정상으로 보고 정상으로 되돌리려는 치료에 집중했던 정신분석과 달리, 분열-분석은 분열증 자체를 다른 ‘할 수 있음’으로 전환시키려고 한 과타리의 고민에서 나온 것이라고 하는데요. 정신과 의사였던 그는 분열증 환자가 사회에서 ‘정상’으로 분류되는 사람들과 함께할 수 없다면 누구와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궁리했다고 하지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상으로 분류된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자본주의 공리계에 속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는 여러 공리들이 존재하죠. 소유의 공리(내가 소유한 것은 내 맘대로 해도 된다), 교환의 공리(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어야 한다), 가치의 공리(내 가치는 내가 노력해서 얻은 것이다) 등... 이런 공리들을 굳건하게 가지고 있는 한 자본주의 안에서 탈주선을 발명하는 일은 불가능합니다. 샘께서 짚어주신 것처럼, 이 공리들을 하나씩 의심해보고 그것이 작동하지 않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장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것이 자본주의 기계이지만, 모든 고장이 이윤을 뽑아내는 지점으로 작동하는 건 아닙니다. 자본주의를 빠져나가는, 자본주의의 이윤 창출로 환원되지 않는 고장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런 고장을 만들어내는 것, 자본주의로 환원되지 않는 구멍들을 만드는 것, 그것도 슬픔이 아닌 기쁨의 정서 속에서, 다시 말해, 세계는 우리가 파악할 수 있는 것들을 뛰어넘는 능동적인 힘들로 우글거린다는 믿음 속에서 그렇게 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자본주의와 싸우는 방법이라고 저자들은 말하고 있는 듯합니다. 샘께서는 자본주의와의 싸움이 '투쟁'보다는 뭔가를 좀먹고, 갉아먹고, 구멍내는 이미지에 비유할 수 있다고 하셨죠. 이런 이미지를 간직하며 4장을 따라가면서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좀먹고 구멍낼 수 있을지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4장은 앞의 내용이 다시 모두 등장하며 정리하는 장이어서 두 번째 읽는 기분일 거라는 샘의 말씀을 믿으며(^^/) 마지막까지 잘 따라가보아요 샘들!
- 다음 시간에는 <안티 오이디푸스> 4장 1,2절을 읽고 메모를 적어옵니다.
- 간식은 규창샘께 부탁드리겠습니다.
수요일 저녁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