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간에는 마르크스의 <『정치경제학 비판 요강』 서설>을 읽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프로이트와 라캉의 정신분석학에 이어 마르크스의 이론을 만나게 되었는데요, 다시 새로운 분야의 생소한 용어들을 접하게 되어 어려웠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그동안 어깨 너머로 들어왔던 그의 이론을 만날 수 있게 되어 반갑기도 합니다.
이번에 저희가 읽은 것은 <서설>인데요, 『정치경제학 비판 요강』은 『경제학-철학 초고』(1844)와 『자본론』(1867)과 함께 마르크스 경제학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저작입니다. 『정치경제학 비판 요강』에는 마르크스가 1857년 7월부터 1858년 5월까지 쓴 세 편의 경제학 수고(<바스티아와 캐리> <서설> <정치경제학 비판 요강>)가 실려 있습니다. 이 글들은 마르크스가 자기 이해를 위해 쓴 것이라고 하는데요, 이 작업을 통해 마르크스는 자신의 경제 이론의 중요한 기본 사고를 발전시켰고, 이후 『자본론』으로 이어지는 첫 단계를 완성하게 됩니다. <서설>은 『정치경제학 비판 요강』에 실린 세 편의 수고 중 하나입니다. 『정치경제학 비판 요강』의 미완성 초안으로, 단편적이고 미완성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각별한 의의를 지닌다고 합니다. 정치경제학의 대상과 방법에 관한 마르크스의 사고를 근본적으로 제시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서설>에서 과학적으로 올바른 방법으로 언급하는 ‘추상적인 것으로부터 구체적인 것으로 상승하는 방법’은 그가 『자본론』을 서술하며 사용한 방법이라고 합니다. 다음 시간부터 읽게 되는 김수행 선생님의 『자본론 공부』를 참고하면,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경제를 분석 연구하기 위해 자본->화폐->상품의 순서로 '더 복잡한 것에서 더 단순한 것'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가장 본질적이고 가장 추상적인 노동가치설‘을 발견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분석과 연구를 마친 후 『자본론』을 서술할 때에는 노동가치설을 토대로 상품->화폐->자본의 순서로 ’더 단순한 것‘으로부터 ’더 복잡한 것‘으로 서술하고 있습니다.(<자본론 공부>, 46~47쪽)
『자본론 공부』를 읽다보니, 이번 시간에 두서없이 나눈 이야기들이 좀더 이해되기도 하는데요, <서설>은 가까스로 따라가며 읽기는 했지만 대략적인 내용만을 파악할 뿐이었습니다. 저는 그랬지만, 경제학을 전공하신 샘이나 이전에 마르크스를 조금 공부하신 샘들께서는 마르크스의 탁월함이 새삼 느껴지셨던 것 같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지는 생산, 소비, 교환, 분배가 무엇인지 하나하나 꼼꼼하게 따져나가는 것이 흥미로웠다고도 하셨고요. <서설>의 앞부분에서 마르크스는 우리가 '생산'이라고 말할 때 전제하는 일반적인 조건들, 추상적 계기들에 관해 언급합니다. 그리고 이것들로는 실제의 역사적인 생산에 관해 이해할 수 없다고 하지요. 그는 생산, 분배, 교환, 소비가 '정연한 삼단 논법'을 이루면서 서로 연관된다는 점을 설명합니다. 생산은 직접적으로 소비이기도 하고, 소비 또한 직접적으로 생산이기도 합니다. 마르크스는 소비와 생산 사이의 일체성이 삼중적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하는데, 앞에서 말한 1)직접적 일체성 외에도 2)각자가 타자의 수단으로 나타나는 것이자 타자에 의해 매개된다는 것, 즉 상호 종속적이라는 것, 3)각자는 자신을 완결함으로써 타자를 창출하고 스스로를 타자로 창출하기도 한다는 점을 듭니다. 분배와 교환에 대해서도 다양한 면에서 따져보며 이것들이 어떻게 생산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생산의 한 계기인지를 설명합니다. 그렇게 해서 다다른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생산, 분배, 교환, 소비가 일치한다는 것이 아니라, 이들 모두가 하나의 총체성의 분절들, 하나의 통일체 내에서의 차이들을 이룬다는 것이다. 생산은 생산의 대립적인 규정에서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계기들도 총괄한다. 과정은 언제나 생산으로부터 새롭게 시작된다. 교환과 소비가 총괄적인 것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생산물의 분배로서의 분배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생산 행위자들의 분배로서의 분배 자체는 생산의 한 계기이다. 일정한 생산이 일정한 소비, 분배, 교환과 이 상이한 계기들 상호간의 일정한 관계들을 규정한다.”(69쪽)
저희는 마르크스의 주장들이 『안티 오이디푸스』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도 생각해보았는데요, 동시적으로 작동하는 생산, 분배, 소비라는 아이디어가 세 종합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생산 영역들의 총체 속에서 활동하는 것이 언제나 일정한 사회체, 사회적 주체'라고 본 점 역시 개인적 욕망과 사회적 욕망이 하나라고 말하고 있는 『안티 오이디푸스』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이렇게 마르크스와 첫 만남을 가졌는데요, 함께 이야기 나누고 자료들을 찾다보니 점점 더 궁금해집니다. 『자본론 공부』를 잘 따라가보아야겠습니다.
- 다음 시간에는 『자본론 공부』 1~3장을 읽어옵니다.
- 발제는 문빈샘: 1장, 민호샘: 2장, 영주샘: 3장
- 간식과 후기는 재겸샘께 부탁드리겠습니다.
수요일에 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