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간에는 <자본론 공부> 4~6장을 읽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번 부분에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실업자가 어떻게 생겨나고 유지되는지, 자본주의 사회가 새로운 사회로 옮아가는 과정은 어떤 모습일지, 자본의 유통과 가치증식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등에 관한 마르크스의 분석과 주장을 다루고 있습니다. 지난 시간에 이어 저희는 자본주의 체제가 굴러가는 방식에 관해 좀더 알게 되었는데요, 이 사회에서 살아오면서 막연하게 느끼고 있던 점들, 이를테면 국가가 항상 대기업 편에 선다든가, 정책은 항상 부자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만들어지는 등의 일이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필연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며 가슴이 답답해지기도 했습니다. 4장에서 다루고 있는 실업자의 문제도 그렇습니다.
마르크스에 따르면 자본주의 사회는 “주민들의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보다는 오직 자본가들의 이윤 획득 또는 자본의 가치 증식을 위해 봉사”(116쪽)합니다. 이 목적을 달성하며 체제를 계속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실업자(과잉 노동인구/산업예비군)’입니다. 마르크스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과잉 노동인구가 축적의 필연적 산물 또는 자본주의적 토대 위에서 부의 발전의 필연적 산물이라면, 이번에는 이 과잉인구가 자본축적의 지렛대가 되고, 심지어는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이 생존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 (120쪽)
대규모 실업자가 ‘산업예비군’으로 산업현역군 뒤에서 대기하고 있다는 점은 자본가들에게 커다란 장점으로 작용합니다. 갑자기 생산 규모를 비약적으로 확대해도 필요한 노동인구를 공급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호황기에든 불황기에든 이들을 지렛대 삼아서 취업노동자들의 요구를 억압하고 자본가의 독재를 확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자본가들은 끊임없이 잉여가치를 증가시키기 위해 새로운 노동 절약적 기술을 도입하므로 실업자가 필연적으로 생기게 된다고 분석하며, 자본주의 사회를 ‘제대로 개혁한다면’ 실업자가 모두 사라질 수 있을 뿐 아니라 노동자가 오히려 부족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는 결국 실업 문제가 자본가 개인이 아닌, 자본주의 사회가 해결해야 할 문제이고, 자본주의 사회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공권력을 가진 국가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건데요. 그래서 이 책의 저자인 김수행 선생님은 ‘어떻게 하면 취업할 수 있는가’를 묻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충고한다고 하죠. 도서관에 앉아서 스펙을 쌓으려고 노력하지 말고, 취직하려는 친구들을 모아 번화한 거리에 나가서 일자리 마련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정부 때문에 못 살겠다고 고함치는 것이 가장 빨리 일자리를 얻는 방법이라고요.
마르크스의 이론을 소개하는 이 책을 따라가면서 저희는 자본주의에 대한 예리한 분석에 감탄하고 공감하게 되지만, 한편으로는 고개를 갸웃하게 되기도 합니다. 위의 부분도 그 중 하나였는데요, 자본주의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 없이 저런 대안에 공감할 사람이 많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시간에도 얘기가 나왔지만, 오늘날의 자본주의 사회는 훨씬 복잡한 문제들로 얽혀 있는 데다,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가 마인드가 기본적으로 모두에게 장착되어 있을 뿐 아니라 모든 것이 그것을 바탕으로 돌아가고 있지요. 그래서 저희는 혁명이나 새로운 사회에 대한 마르크스의 전망도 너무 이상적으로(순진하게?) 느껴지기도 했고요.
지난 시간에 보았지만 마르크스는 인류의 역사를 ‘계급투쟁의 역사’로 봅니다. 자본주의 사회도 두 계급 사이의 모순이 ‘폭발’의 형태를 취하게 되면서 ‘혁명적 계급투쟁’이 일어나면 새로운 사회로 이행하게 될 거라고 보았고요. 노동자계급은 자본가계급의 모든 재산을 빼앗아 사회의 공동재산으로 전환시키고, 모든 인적, 물적 자원을 모두의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평등하고 자유로운 새로운 사회를 만들려고 노력하게 될 거라고 말합니다. 이런 혁명이 일어나려면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는데 그 첫 번째는 다음과 같습니다. "자본가계급의 지배를 없애더라도 노동자계급이 사회를 충분히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새로운 사회의 싹’이 이미 자본주의 안에서 자라나고 있어야"(146쪽) 한다는 것. 마르크스는 ‘주식회사’와 ‘생산협동조합’을 그 새로운 사회의 싹으로 꼽았는데, 그 중에서도 생산협동조합을 더욱 훌륭한 싹으로 보았습니다. “자발적 손과 임기응변적 정신과 즐거운 마음으로 자기의 일을 부지런히 하는 연합한 노동”(149쪽) 앞에서 노예노동이나 농노노동과 마찬가지로 일시적이고 저급한 형태의 노동인 ‘임금노동’이 사라질 운명에 있음을 증명한 것이 협동조합이라는 겁니다.
역사가 이미 증명하기도 했지만, 저희는 마르크스가 전망한 새로운 사회, ‘능력에 따라 노동하는 것이 노동하는 개인들의 의무이고 윤리인 사회’가 자본주의 사회를 대체할 수 있다는 의견에 동의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인간의 욕망을 너무 단순하게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인데요. 우리 자신을 돌아보기만 해도 바로 답이 나오죠. 그래서 들뢰즈와 과타리는 <안티 오이디푸스>에서 정신분석과 분열증을 마르크스의 혁명과 함께 이야기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누었고요.
자본주의 사회에 관해 알아갈수록 애초부터 계급적 불평등을 전제로 하는 이 사회, 타자의 착취를 기반으로 이윤을 얻고 자본을 축적하는 이 사회에서 다르게 살아갈 방법을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더욱 절실해집니다. 세미나 시간에도 이런저런 의견들을 나눠보았는데요, 우선 자본주의 체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자세히 들여다보고 세부적인 부분에서 다르게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 그리고 무엇보다 이 사회가 우리에게 제공하는 ‘편리함’과 싸우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이야기도 공감이 많이 되었습니다. 그 편리함에 가려진 공정들, 경로들을 세밀하게 추적해보는 것, 자신의 소비 습관을 들여다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겠다는 이야기도 나왔고요. 계속 마르크스를 따라가며 함께 생각해봐야겠습니다.
- 다음 시간에는 <자본론 공부> 7~10장까지 읽어옵니다.
- 발제는 7장: 황리샘, 8장: 재겸샘, 9장: 영임샘, 10장: 성연샘
- 간식과 후기는 성연샘께 부탁드리겠습니다.
수요일 저녁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