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 세미나 2학기 네 번째 시간에는 <안티 오이디푸스> 2장 1~3절을 읽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2장은 ‘정신분석과 가족주의’라는 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정신분석학이 욕망을 어떻게 오해하고 있는지 집중적으로 들여다봅니다. 지난 몇 주간 프로이트와 라캉을 읽은 덕분에 낯설지 않게 논의를 따라갈 수는 있었지만, 역시 자세히 들어가니 혼란스러운 부분이 적지 않네요.
“무의식은 기계 작동하며 기계적이다. 무의식은 상상계도 상징계도 아니다. 무의식은 현실계 그 자체요, <불가능한 현실계> 및 그것의 생산이다.”(102쪽)
들뢰즈와 과타리는 정신분석학이 무의식(욕망)을 오이디푸스 구조에 가두는 ‘맹렬한 오이디푸스화’에 전념한다고 비판합니다. 욕망적 생산을 “상상적이면서도 구조적인 오이디푸스”로 억압하고 탄압한다는 겁니다. 이들에 따르면 욕망적 생산은 ‘욕망 기계들’이기도 하며, 욕망 기계들은 어떤 구조나 인물로도 환원될 수 없습니다. 또한 욕망적 생산은 ‘현실계’ 자체이자, 그것의 생산이기도 합니다. 저희가 읽었던 <라캉 읽기>에서는 현실계가 ‘실재계’로 소개되었지요. 실재계는 라캉이 계속 변화시켜나간 복잡한 개념이라고 하는데, 후기에는 이전의 규정을 완전히 뒤집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저희는 어떤 면에서 라캉의 실재계가 들뢰즈와 과타리가 말하는 욕망적 기계처럼 ‘작동’하는 측면이 있는 것으로 느껴지기도 했어요. 한편으로는 분명히 두 저자가 비판하는 것처럼 이미 존재하고 있는 어떤 것, 불변항, 구조처럼 느껴지기도 했고요. 저희의 짧은 지식으로는 명쾌하게 정리할 수 없었지만, 들뢰즈와 과타리가 비판하는 지점이 무엇인지는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무의식은 오이디푸스도 모르지만 거세도 모른다. 무의식이 부모도, 신들도, 법도, 결핍도... 모르는 것처럼 말이다.” (115쪽)
들뢰즈와 과타리는 정신분석이 수행하는 ‘오이디푸스 제국주의’가 ‘부재’와 ‘결핍’에 근거하고 있음을 지적합니다. 그 과정을 완성하며 우리에게 체념을 가르쳐주는 것이 ‘거세’입니다. 들뢰즈와 과타리는 오이디푸스화의 과정을 “무의식을 거세하고 거세를 무의식 속에 주입하는 조작”으로 보았습니다. 이러한 조작은 “전적으로 정립적이고 전적으로 생산적인 욕망 기계들의 수천의 흐름-절단들이 하나의 똑같은 신화적 장소, 즉 기표의 단일한 자취 속에 투사될 때” 얻어집니다. 그로써 주체는 특정한 성을 가진 고정된 자아로 규정되고, 그 주체는 “하나의 결핍으로서 전제군주적인 완전한 대상에 필연적으로 예속해” 살아갑니다. 하지만 이러한 거세와 오이디푸스화에 저항하는 존재들이 있습니다. 바로 ‘분열자’들인데요, 들뢰즈와 과타리는 이들을 ‘영토성 바깥에 있는 자들’, ‘자기 흐름을 사막까지 가져간 자들(무슨 뜻일까요?)’로 표현합니다. 이들이 보여주는 히스테리나 강박 형식의 ‘저항들’은 모든 것이 오이디푸스 구조 안으로 환원되지 않음을, ‘오이디푸스의 마개’가 욕망의 흐름들을 제어할 수 없음을 증언하는 것, 다시 말해 ‘욕망적 생산의 요란한 아우성’을 증언하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분열자마저도 오이디푸스화하는 것만이 중요할까? 아니면 다른 어떤 것, 심지어 정반대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분열증화하는 것, 즉 무의식의 장을, 또 역사장 · 사회장을 분열증화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그리하여 오이디푸스의 속박을 풀어 도처에서 욕망적 생산들의 힘을 다시 발견하고, 정신분석 기계, 욕망 그리고 생산의 연줄을 심지어 현실계에 다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101~102쪽)
정신분석의 오이디푸스화에 대항하는 것으로 들뢰즈와 과타리는 '분열증화'를 제안합니다. 1학기 인트로 강의에서도 이들이 ‘과정으로서의 분열증’에 주목한 사실을 들었는데요, 우선 바로 이어지는 '무의식의 세 가지 종합'에서 좀더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주에는 그 중 하나인 ‘연결 종합’까지 읽었는데, 세미나에서는 시간이 없어서 거의 다루지 못했네요. 저자들은 연결 종합의 사용을 두 가지로 구분합니다. 정신분석은 이를 ‘온전하고 특유한 사용’ 즉 초월적 사용으로 만들어버리지만, 프루스트의 작품은 ‘부분적이고 비-특유한 사용’의 예를 보여줍니다. 다음 시간에 분리 종합과 결합 종합을 다루면서 이 부분도 좀더 이야기를 나눠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 다음 시간에는 <안티 오이디푸스> 2장 4~5절을 읽고 내용을 정리해옵니다.
- 간식과 후기는 문빈샘께 부탁드리겠습니다.
수요일에 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