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간에는 프로이트의 논문 <매 맞는 아이>와 <편집증 환자 슈레버>를 읽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읽으면서 떠오른 의문들에 대해 저희 나름대로 풀어보긴 했지만 여전히 의문들이 남습니다( 당연한 일이지만요). 무엇보다 저희가 읽고 있는 <안티 오이디푸스>와의 연결고리가 궁금했는데요, 아직 1장밖에 읽지 않은 상황이어서 많은 게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들뢰즈와 과타리가 욕망을 생산 과정으로 보고 욕망적 생산과 사회적 생산을 하나로 본 반면, 프로이트는 그 둘을 분리해서 보면서 욕망을 어떤 실체적인 것, 이미 존재하고 있는 어떤 것으로 보고 있다는 점은 알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 읽은 두 논문에서 프로이트는 꼼꼼하게 사례들을 들여다보고 기존의 이론에 적용해보며 자신의 가정을 시험하고 의견을 제시합니다. 그럼에도 저는 다양한 용어와 증상들, 많은 내용들이 잘 소화되지 않아서, 마치 모든 건 억압과 고착,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로 귀결되는 듯한 인상을 받게 됩니다. <프로이트 패러다임>을 쓰신 맹정현 선생님에 따르면, 프로이트의 글을 쉽게 읽는 것보다 어렵게 읽는 게 훨씬 더 어렵다고 하는데요. 프로이트가 새로운 환자들을 만나 새로운 개념들과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내게 된 맥락, 그러니까 개념 뒤에 있는 환자와의 만남, 분석 경험 등을 고려하지 않고 오직 개념 자체만을 보게 되면 프로이트 읽기의 경험은 그저 어디서 많이 본 이야기, 어디서 많이 들은 이야기가 되어버린다는 겁니다. 그래서 저처럼 ‘모든 건 오이디푸스 컴플렉스 때문’이란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버리게 되는 거죠.^^; 게다가 들뢰즈와 과타리가 비판한 내용이 어설프게 머릿속에 있다보니, 제대로 알기도 전에 비판적인 시선으로 정리해버리게도 되고요.
맹정현 샘에 따르면, 프로이트의 저술은 크게 네 개의 패러다임으로 나눌 수 있다고 합니다. 첫 번째는 ‘히스테리’에 기초한 패러다임(1895~1905)으로, 기억, 표상, 무의식, 욕망 등이 키워드로 작동하는 패러다임입니다. <히스테리 연구> <꿈의 해석> 등의 저술을 쓰기 시작한 때이기도 하고요. 두 번째는 ‘성충동’에 기초한 패러다임(1905~1911)으로, 충동, 성욕, 환상, 쾌락, 승화, 오이디푸스 등이 키워드로 작동합니다. <성욕에 관한 세 편의 에세이>는 두 번째 패러다임의 시작으로 볼 수 있는 저술입니다. ‘무의식과 욕망의 문제틀’에서 ‘충동의 문제틀’로의 이행이 이루어지는 저술이라고 하는데요, 여기서 프로이트는 ‘유아 성욕설’을 주장합니다. 문제의 틀이 바뀌면서 다양한 개념들이 들어오게 되는데, 우리가 지난 시간 <자아와 이드>에서 보았던 탈성욕화라는 의미에서의 ‘승화’라는 개념이 여기서 들어오게 되었다고 하네요. 세 번째는 ‘나르시시즘’이라는 개념에 기초한 패러다임(1911~1920)으로, 나르시시즘이라는 단어가 근본 개념으로 작동하는 시기입니다. 프로이트의 핵심적인 저술이라고 알려진 글들이 대부분 이 시기에 쓰였다고 하는데, 이번에 우리가 읽은 <매 맞는 아이>와 <편집증 환자 슈레버>가 모두 여기에 해당합니다. 마지막 네 번째는 죽음 충동에 기초한 패러다임(1920~1940)으로, <쾌락원칙을 넘어서>(1920)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우리가 마지막에 읽게 될 <집단 심리학과 자아 분석>(1921)이 이 시기에 해당하는 논문이지만 죽음 충동이라는 용어는 등장하지 않는다고 하네요. 그러다 우리가 읽은 <자아와 이드>(1923)에서 다시 등장합니다.
프로이트가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만들어낸 정신분석학 이론의 기원에는 ‘환자와 분석가의 만남’이 있다고 맹정현 샘은 말합니다. 환자들이 보이는 증상들을 해명하고 분해할 수 있는 이론적인 틀이 필요했고,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이론이 정신분석학이라는 겁니다. 새로운 환자들이 등장할 때마다 프로이트는 자신의 관점에서 어떤 한계에 봉착하게 되었고, 그러한 한계를 넘어가기 위해 관점을 전환하며 새로운 개념들을 고안해내면서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루어졌습니다. 그 방대한 저술들 가운데 저희는 여섯 편의 논문을 읽게 되는데요, 허겁지겁 내용만 훑어나가다보니 좀 답답한 면이 있어서 간단히 정리해보았습니다. <매 맞는 아이>와 <편집증 환자 슈레버>에 관해서는 주영샘께서 빵빵하게 정리해주셨으니 참고하시고요!^^
- 다음 시간에는 <성욕에 관한 세 편의 에세이>를 읽어옵니다. 발제를 맡은 여섯 분은 내용을 정리해오시면 됩니다.
- 간식과 후기는 황리샘께 부탁드리겠습니다.
수요일 저녁에 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