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 세미나 여섯 번째 시간에는 프로이트의 <성욕에 관한 세 편의 에세이>를 읽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번 논문은 분량이 많기도 했지만, 성에 관한 많은 이야기들이 자세하게 논의되고 있어서 사실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나눠야 할지 조금 난감했습니다.^^; 이번 학기에 저희가 읽고 있는 논문들이 모두 그렇듯이, <성욕에 관한 세 편의 에세이>도 프로이트의 논문 가운데 중요한 논문으로 꼽힌다고 합니다. 그의 연구에 있어서 전환점이 되는 이 논문에서 프로이트는 ‘유아 성욕설’을 주장합니다. 유아에게도 성욕이 있어서 쾌락 지향적인 활동을 하는데, 이는 자기를 보존하려는 활동에서 시작되었다고 설명합니다.
프로이트는 이러한 유아기의 성욕이 다루어지지 못한 이유에 대해, 여섯 살에서 여덟 살 이전의 유년기 초기를 우리가 잘 기억해내지 못한다는 점을 중요하게 보았습니다. 그는 신경증 환자들이 보이는 '일종의 기억 상실'과 비슷하게, 그 기억들이 억압을 통해 의식에 떠오르는 것을 제지당한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어린 시절의 느낌들은 우리 정신에 가장 깊은 흔적을 남길 뿐 아니라, 나중에 모든 발달 과정에서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합니다. 이런 주장을 바탕으로 이후에 ‘프로이트의 심리 성적 발달 5단계’가 만들어지지요. 구강기, 항문기, 남근기, 잠복기, 생식기로 이어지는 이 발달 단계는 오늘날 우리에게 상식처럼 알려져 있습니다. 토론에서도 이야기가 나왔지만, 이 외에도 프로이트의 여러 이론들은 지금도 여전히 우리에게 당연하게 받아들여지지요. 나아가 상담이나 성교육 현장에서 여전히 기본 세팅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프로이트의 영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프로이트의 논문을 읽으면서 모든 걸 성으로 연결시켜(끼워맞춰) 설명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는데요. 당시에도 그런 비난이 많았던 모양인지 서문에도 그런 언급이 있네요.ㅎㅎ
또한 프로이트의 이론에서 극히 일부를 접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한편으로는 조금 억지스러워보이기도 하는 그의 이론이 아직도 우리 삶 전반에서 커다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이 좀 의아스럽기도 했습니다. 거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자본주의와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었습니다. <안티 오이디푸스>에서 확인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해봅니다.
저는 이번 논문에서 눈에 들어왔던 부분이 유아기의 ‘자가성애’에 관한 부분이었습니다. 자가 성애는 외적인 대상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쾌락을 만들어내는 활동을 말합니다. 프로이트에 의하면 유아기의 성 본능은 성적 대상이 없는 자가성애적 본능입니다. 아기는 어머니의 젖가슴이나 다른 대체물을 빠는 활동에서 즐거움과 만족을 느꼈고, 그 경험을 계속 새롭게 느끼기 위해 엄지손가락 빨기에 열중하게 된다는 겁니다. ‘내’가 ‘뭔가’를 빤다는 의식이 없이 오로지 빠는 행위와 즐거움만 있는 것. 주체와 대상의 구별이 일어나기 전의 차원에서 쾌감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유아기의 자가성애에 대한 묘사는 <안티 오이디푸스>의 욕망을 떠오르게 했습니다. 비슷하게 유아기의 성적 쾌감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안티 오이디푸스>의 ‘기계’ 개념이 떠올랐다는 분도 계셨고요.
이제 저희의 ‘좌충우돌 혼돈의 프로이트 읽기’도 마지막 한 시간을 남겨두었습니다. 마지막 논문은 ‘개인 심리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토대로 집단 심리를 설명하고 있는’ 저작이라고 하는데요. 이번 논문은 <안티 오이디푸스>와 연결시켜볼 만한 지점들이 꽤 있을 듯한 예감이 듭니다. 프로이트는 집단 심리를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지, 잘 읽고 또 머리를 모아보아요.
- 다음 시간에는 <집단 심리학과 자아 분석>을 읽어옵니다. 발제를 맡은 네 분은 내용을 정리해오시면 됩니다.
- 간식과 후기는 규창샘께 부탁드리겠습니다.
내일 저녁에 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