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 세미나 일곱번 째 시간에는 프로이트의 논문 <집단 심리학과 자아 분석>을 읽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번 학기에 읽은 논문 가운데 가장 흥미로웠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던 만큼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고갔던 시간이었습니다.^^ 1921년 발표된 이 논문에서 프로이트는 개인 심리에 일어나는 변화를 토대로 집단 심리를 설명합니다. 정신 해부학적 구조에 대한 프로이트 자신의 연구를 한 단계 진전시키고 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는 논문이라고 하네요.
프로이트는 머리말에서, 개인 심리학과 사회 심리학(집단 심리학) 사이에는 뚜렷한 차이가 없다는 말로 글을 시작합니다. 개인 심리학은 개개의 인간에 대한 탐구이지만, 개인과 타인 간의 관계를 무시할 수 있는 경우는 드물며, 개인의 정신생활에는 언제나 타인이 본보기나 대상, 조력자, 적대자 등으로 끼어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다시 말해, 개인 심리학은 애초에 사회 심리학이기도 하다는 말인데요. 그렇다면 개인의 욕망과 사회적 욕망이 하나라는 들뢰즈와 과타리의 주장과도 통하지 않나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프로이트는 여전히 개인과 집단을 확실하게 구분해서 보고 있는 것 같기는 합니다. 개인들이 하나의 통일체로 결합된다면 그 개인을 결합시켜주는 무엇인가가 있을 게 분명하므로 그것이 무엇인지를 규명하고자 합니다.
개인이 집단 속에서 경험하는 변화에 관한 내용은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주변에서 드물지 않게 보게 되는 현상이기 때문인데요. 프로이트는 개인들이 집단 속에 들어가면 전에는 갖고 있지 않았던 새로운 특성을 드러내보이는 이유로 다음의 한마디면 충분히 설명된다고 말합니다. ‘집단 속의 개인은 무의식적 충동을 억제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 놓여 있다.’ 본능의 억제를 벗어던진 개인이 보여주는 모습은 무의식의 표출일 뿐 새로울 게 없다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양심이나 책임감이 사라지는 현상은 당연한 것이고요. 프로이트는 양심의 요체가 ‘사회적 불안’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는 또 무의식에 대해 이렇게 표현하기도 합니다. ‘이것(무의식) 속에는 인간의 마음 속에 있는 온갖 나쁜 요소들이 기본 인자로 들어 있다.’ 토론 중에도 이야기가 나왔지만, 프로이트는 무의식에 대해, 욕망 자체에 대해 이처럼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듯합니다. 무의식이란 인간의 어두운 측면이며, 잘 억압하거나 승화시키는 것이 바람직하고, 그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병증으로 드러난다고 보았고요. 그런 의미에서 프로이트는 이런 무의식적 충동을 억제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집단’보다는 ‘개인’을 더 중요하게 본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자신의 무의식적 충동을 잘 억압하고 승화시킨 ‘똑똑한 개인'이 되는 것.
비슷한 맥락에서, 프로이트가 이처럼 사회를 적대적으로 느낀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다른 존재가 있다는 것, 개인들의 결합이 어째서 ‘역량의 강화’로는 생각되지 않았던 것일까. 사회 계약설을 주장한 홉스처럼, 사회 속의 다른 개인을 마치 언제라도 내 뒤통수를 칠 수 있는 존재로 보고 있는 듯한 느낌, 타인의 다른 유형을 생각하지 않는 느낌이었다는 말씀에 공감이 되었습니다.
논문에는 흥미로운 분석도 많았는데요, 프로이트는 집단 속의 개인이 경험하는 정신적 변화에 대해 다양한 심리학적 설명들을 제시합니다. 암시와 모방, 동일시, 그리고 리비도. 리비도는 감정 이론에서 유래한 낱말로, ‘사랑’이라는 낱말 속에 포함될 수 있는 모든 것과 관련된 본능들의 에너지를 부르는 말입니다. 프로이트는 이러한 리비도적 애정 관계(좀더 중립적인 표현으로는 감정적 유대)가 집단 심리의 본질을 이룬다고 주장합니다. 집단은 리비도의 힘(세상의 모든 것을 결속시키는 에로스의 힘)에 의해 묶여 있는 게 분명하고, 개인이 집단 속에서 자신의 개성을 포기하고 다른 구성원들과 대립하기보다 조화를 이루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는 것도 결국 리비도의 힘(그들의 사랑을 위해)일 거라는 겁니다. ‘기승전 리비도’ 같은 느낌이 없지 않았지만, 샘들의 말씀처럼 사람을 움직이는 근본적인 에너지로서의 리비도를 발견해낸 것이 대단한 성과임에는 분명한 것 같습니다.
이렇게 저희는 프로이트 읽기를 마치고 1학기 마무리인 정리 강의만 남겨두었습니다. 강의에서는 이번 학기에 읽은 <안티 오이디푸스> 1장의 내용으로 다시 돌아가게 되는데요, 프로이트를 읽느라 희미해져버린 기억을 되살려 각자 과제로 받은 개념들을 잘 정리해보아야겠습니다.
그럼 강의에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