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간에는 <들뢰즈, 초월론적 경험론> 13장과 14장을 읽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들뢰즈의 책을 읽다보면 같은 개념을 다양하게 변주하여 설명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데요, <차이와 반복>은 그야말로 책 한 권이 차이와 반복에 대한 이야기였죠.ㅎㅎ 들뢰즈 철학의 지도를 그려 보여주는 이 책도 비슷합니다. 들뢰즈의 개념들이 어디에서 왔고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설명하고 있는데, 저희는 이러한 설명들이 결국 ‘잠재적인 것’과 ‘현실적인 것’ 그리고 그 둘의 공존을 말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시간에 이야기를 나눴던 ‘문제와 해’도 그렇습니다.
저자는 이 둘의 관계를 ‘스피노자의 실체와 그것의 양태들이 맺고 있는 관계’와 유사하다고 설명하는데요, 이런 의미입니다. “해는 문제를 현실화하지만, 그 문제는 자신의 현실화 아래에서 존속하고 내속한다.” 무슨 말일까요?
문제와 해의 관계는 들뢰즈가 ‘사유의 이미지’를 설명하며 언급했던 것이기도 한데요. 우리는 문제를 풀면 해가 도출되면서 문제는 사라진다고 생각하지요. 문제는 해에 선재하며 해의 바깥에 존재하는 것이라고요. 하지만 들뢰즈는 문제와 해를 잠재적인 것과 현실화된 것, 둘이면서 하나인 것으로 보았습니다. 문제는 ‘잠재적인 이상적 사건’과 관련되며, 해는 그러한 문제를 시공간적 평면에서 실효화하는 ‘문제의 현실적 분화’로 나타납니다. 해는 문제에 대한 응답이지만, 해가 문제로 환원되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외부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문제는 해가 아닌 다른 곳에서 규정되지 않으며, 해들보다 앞서 주어져 있지도 않고, 해들에 대한 개념적 의미로 작용하지도 않습니다. 문제와 해에 대한 이러한 규정은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로트망의 이념/문제들의 이론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하는데요. 로트망은 문제를 규정하는 세 가지 특질을 사용합니다. “문제와 해들 간의 본성상의 차이, 자신을 경험적으로 현실화하는 해들에 대한 문제의 초월성, 자신을 뒤덮고 있는 해들에 대한 문제의 내재성.” 이 세 가지 특질은 함께 기능하며, 어떤 경우에도 서로 분리될 수 없습니다.
모든 개념은 문제의 현실적 분화로 볼 수 있습니다. 들뢰즈는 이렇게 말합니다. “모든 개념은 하나의 문제, 아니면 여러 개의 문제들을 가리킨다. 이 문제들이 없었다면 개념은 아무런 의미도 갖지 못했을 것이며, 이 문제들 자체는 그것들의 해에 따라서만 얻어지거나 구성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문제와 해의 관계는 이념-문제와 사건(혹은 의미) 간의 관계로 정식화되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념에 준하며, 이념은 항상 문제제기적입니다. 이념-문제는 사유를 촉발합니다. 다시 말해, 문제에 대한 응답으로서 사유의 해가 드러납니다. 문제와 사유의 이접적인 만남은 ‘의미’를 산출합니다. 의미는 사유에 주어지는 ‘사건’이기도 한데, 해가 문제로 환원되지 않듯이, 사건은 그것이 촉발하는 현실화로, 그것이 사유 속에서 얻게 되는 의미작용으로 환원되지 않습니다.
이처럼 잠재적인 것과 현실적인 것, 잠재화와 현실화는 동시에 작동하며 공존하고 있고, 들뢰즈는 세계의 이러한 모습을 다양한 측면에서 설명합니다. 지난 시간에도 언급되었던 아이온과 크로노스도 그 중 하나이고요. 서로 연결되어 있는 개념들은 늘 그렇듯이 이해가 되었다 안 되었다 하지만, 반복해 읽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쪼끔씩 더 이해가 되는 것 같습니다.^^ 이제 마지막 장과 결론만을 남겨두고 있는데요, 우리의 친절하고 꼼꼼하신 안 소바냐르그 샘께서 어떻게 마무리를 지으실지 기대되네요. 마지막 강의도 기다려지고요!
다음 시간에는 결론까지 읽고 내용을 정리해오시면 됩니다. 간식은 성연샘께서 맡아주셨습니다. 다음 시간에 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