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간에는 <베르그손주의> 마지막 장인 5장 ‘분화의 운동으로서 생의 약동’을 읽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 장에서는 ‘분해와 분열에 의해 나아가는 생의 본질’에 관해, 그리고 그러한 분화가 증언하는 잠재적이고 원시적인 전체성, ‘잠재’의 본성에 관해 논의합니다.
3장에서도 기억의 문제를 이야기하며 ‘잠재’와 ‘가능’을 간단하게 언급했는데요, 들뢰즈는 ‘가능’을 가짜 문제의 원천으로 지목하기도 했지요. 5장에서는 현행화와 현실화의 측면에서 이야기합니다. 가능은 현실(réalité)의 반대이며 현실과 대립합니다. 가능한 것은 실재하지 않는 것입니다. 여러 가능한 것들 가운데서 현실화된 것만 실재하는 것이 됩니다. 따라서 가능은 비록 현행성을 가질 수 있어도 현실을 갖고 있지는 않습니다. 반면 ‘잠재’는 현행적이지 않지만 “그 자체로 현실을 소유”합니다. 그리고 자신을 실현하는 게 아니라 자신을 ‘현행화’합니다. 실재는 그것이 실현하는 가능성과 유사하지만, 현행은 그것이 구현하는 잠재성과 유사하지 않습니다. 현행화의 과정에서 일차적인 것이 차이이기 때문입니다.
들뢰즈는 이 문제를 앞에서 보았던 ‘막대한 기억’ ‘우주적 원뿔’의 모든 층위에 공존하는 잠재적인 전체와 관련해 풀어내기도 하고, 진화의 측면에서 베르그손이 제시한 분화와 관련해 풀어내기도 합니다. 나중에는 ‘감정’과 ‘사회’로까지 논의가 이어지는데요... 따라가기 어려워서 토론 시간에도 산발적인 이야기들이 오고갔던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들뢰즈를 읽어오면서 매번 그렇긴 했지만, 베르그손은 유난히 개념들이 더 명확하게 잡히지 않는 것 같아요. 뭔가 전부 연결되어 있다는 건 알겠는데....
들뢰즈도 이 책을 시작하며 서두에서 밝히고 있지만, ‘지속’과 ‘기억’ ‘생의 약동’의 개념은 베르그손 철학의 주요 여정을 보여주며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베르그손의 잠재적 무의식>을 쓰신 김재희 선생님에 따르면, 베르그손의 철학은 ‘지속’이라는 개념을 발견하고 심화시키고 강화시켜나가는 방향으로 발전해나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합니다. 베르그손은 처음에 ‘지속’이라는 개념을 발견하고 그 통찰을 박사 논문에 담아 썼고, 이후에 <물질과 기억>에서는 기억의 문제를 가져와서 다시 지속의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창조적 진화>에서 다시 생명의 진화, 발생과 같은 문제와 관련해서 지속의 문제를 다루고, 이후에는 다시 사회, 종교, 도덕의 문제를 지속의 틀 안에서 해석합니다.
이처럼 최초의 직관을 점점 확장해나가면서 강화하는 방식으로 사유가 흘러갔는데, 그 근본 직관인 ‘지속’은 ‘지속으로서의 시간’을 말합니다. 이는 시계로 잴 수 있는 시간이 아닌 ‘실재 시간’, 앞에서 우리가 생각해보았던 ‘공간화되지 않은 시간’이지요. 베르그손은 과학에서의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난 후 이런 지속의 개념을 발견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베르그손의 개념들은 지속이라는 개념을 반복하면서 차이화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모든 개념이 다 연결되어 있고, 한편으로는 같은 걸 말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이 개념이 저 개념 같고 저 개념이 이 개념 같고... 그래서 저희는 정리 강의를 듣기 전에 저희끼리 개념들을 정리해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지속, 기억, 차이, 잠재성’ 중에서 자신이 맡은 개념을 정리해옵니다. 간식은 제가 준비하겠습니다. 다음 시간에 뵈어요!
네그리와가 질문했듯, 들뢰즈의 관심사는 '제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걸 책 뒷부분에서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감정'과 '사회'로까지 연결되는지는 어렴풋이라도 잡힌 게 없습니다아... 뭔가 시몽동도 생각나는 것 같고 그랬지만, 흐음... 그냥 이런 논의가 있다는 정도로만 일단 체크! ㅋ
그나저나 개념을 정리해야 하는데, 또 다시 이 개념을 저기다 찍어 붙이고 저 개념을 여기다 찍어 붙이는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도...?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