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후기
Seminar Bo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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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 나는 예술가를 그런 존재들로 이해한다. 예술가는 정의로운 정치인이나 사명감에 불타는 언론인이 아니다(그런 정치인과 언론인이 있는지는 모르곘지만). 세상을 바꾸자고 사람들을 선동하는 혁명가도 아니고 모든 고통받는 이들을 구원하겠노라 떠벌리는 성직자는 더더욱 아니다. 예술가는 다만 '있는 그대로'를 진실되게 느끼고 보려 하는 존재다.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이 지옥일지라도 그 지옥의 한가운데서 "지옥 속에 살지 않는 사람과 지옥이 아닌 곳"을 찾아내서 그들과 함께 이야기를 짓고 웃음을 만들어 내는 존재다. 그런 이들에게 '예술가'라는 타이틀이 무슨 소용 있겠는가마는, 나는 그런 존재를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의미에서 예술가, 즉 '공생하는 기예의 장인'으로 명명하고자 한다. 우리 삶의 근거가 되는 타자의 존재를 소거한 채 우리가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은 없다. 설령 우리에게 상처를 입히는 존재들일지라도, 그들 또한 우리를 살게 하는 힘이다. 예술은 혐오를 모른다. (채운, <예술을 묻다>, 봄날의 박씨, p.3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