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몽골 제국의 관대함
이번주 마이너 세계사에서는 <말 위의 개척자, 황금 천막의 제국> 4장-6장을 읽었습니다. 이번 주에 인상적으로 읽은 부분 중 하나는 유목 제국의 ‘관대함’이었습니다. 유목 정권은 상인들에게 굉장히 후한 대접을 베풉니다. 상인들이 물건을 가져오면, 원가의 몇 배 이상 가격을 쳐주었고, 상업 행위에 대해 가벼운 세금을 부과하고 안전을 보장해주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 마리 파브로는 유목 제국의 관대함을 단순히 칸의 개인적 아량으로 혼동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지적합니다. 그들이 관대할 수 있는 이유는 관대함이 자신들을 더욱 강력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입니다. 몽골 칸들은 순환은 보존보다 더 큰 부를 가져다준다고 확신했습니다. 흥미롭기도 하고, 또 멋지다고 느껴졌던 일화로 라시드 앗 딘의 기록이 한 가지 있습니다. 그에 따르면, 우구데이는 “카라코룸의 기반을 놓은 어느 날 재고로 들어가서 거의 10만에 달하는 [은] 덩어리를 보았다. ‘쌓여 있는 이 모든 것들로부터 우리가 무슨 이익을 얻는가?’라고 물었다. ‘왜 이것들을 항상 지켜야 하는가? 덩어리를 원하는 모든 사람은 와서 하나씩 가져가게 하라.’” 자본주의 시대에 살아가는 저희의 시선에서는 아주 독특한 부에 대한 태도로 보였습니다.
마리 파브로는 칸이 이렇게 부를 순환시키는 이유를 여러 가지로 분석합니다. 칸의 위치는 ‘인간 세계의 위에 있는 존재’입니다. 하여, 무역에 활발히 참여하거나 영리를 추구하지 않습니다. “칸은 사지 않는 대신에 하사”하는 존재였습니다. 그리고 무역은 칸 개인의 이로움이 아닌 제국의 안정과 사람들의 안녕을 위한 것이었고, 순환은 몽골의 신앙 체계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몽골은 상품을 비물질적인 무엇인가를 담는 그릇이나 매체로 보았고, 이 비물질적인 것의 순환은 세상의 우주론적 균형에 필수적이었다.” 특히, 재분배는 살아 있는 자만이 아니라 죽은 자를 위한 것이기도 했습니다. 당장 눈앞에 있는 물건들, 초월적인 행위, 그리고 이 세상으로의 환생 간의 복합적인 상호작용을 통해서, 몽골인들은 그들이 공유하고 배분하고 순환시키는 것들이 사회의 안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덕분에 몽골 제국에서 상인들의 무역은 활발하게 이루어졌습니다.
2. 분열하는 몽골 제국
그리고 다음으로는 몽골 제국이 분열하는 흐름을 보여줍니다. 1259년 8월 대칸 뭉케의 죽음은 계승 분쟁의 소용돌이를 몰고 옵니다. 뭉케의 동생인 아릭 부케와 쿠빌라이가 각각 대칸의 역할을 주장했고 자신들만의 즉위 쿠릴타이를 조직합니다. 양측은 모두 주변 세력들로부터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었고, 누구도 양보하거나 물러서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칸의 위치를 차지하려면 전투에서 상대를 패배시켜야만 했습니다. 이러한 정치적 상황 속에서 주치 울루스의 베르케는 아릭 부케의 편을 들었고, 일칸국의 훌레구는 쿠빌라이의 편을 듭니다. 서로 국경이 맞닿아 있는 베르케와 훌레구는 쿠빌라이와 아릭 부케와 마찬가지로 서로 전쟁을 시작하면서 몽골 제국은 각각으로 갈라지는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결론적으로는 계승 전쟁은 1264년 쿠빌라이의 승리로 끝이 나고, 아릭 부케의 편에 선 베르케 또한 큰 피해를 입습니다.
그런데 이야기는 또 다른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저희는 기본적으로 분리되고 분열하는 움직임을 부정적으로 보고, 그것은 몽골 제국이 쇠약해지는 징조로 바라봅니다. 그러면서
하나의 질서에 통합되어 있는 상태가 안정적이고 강력한 제국이라는 관념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분리되고 분열하는 운동을 유목민족의 자연스러운 운동 방향으로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분열하는 흐름을 꼭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습니다. 몽골 계승 전쟁의 패배로 주치 울르스는 많은 것을 잃었고, 또 중앙의 힘(쿠빌라이)으로부터 많이 떠나게 됩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그것이 오히려 주치 울르스에게는 ‘확실하게 독립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했습니다. 주치 울르스는 패배 이후 어려움은 있었지만, 그 시간을 잘 버텨내면서 새로운 부의 자원을 확보하고, 노예, 소금, 모피 무역에 대한 통제를 확고히 할 수 있는 기회를 잡으며 오히려 강인한 조직으로 성장을 할 수 있게 됩니다.
3. 팍스 몽골리카
마지막으로 주치 울르스의 칸, 베르케가 죽은 이후 주체 울루스를 지배하는 세 개의 오르도가 나타납니다. 각각은 자신만의 케식과 영토를 가지고 있었지만, 세수를 포함한 자원들을 공유하면서 하나의 단일한 정권을 구성하고 있었습니다. 중앙은 칸이, 동쪽은 오르다의 후손들에게, 서쪽은 호르드의 최고위 군사 지휘관이었던 노가이에게 속합니다. 수년 동안 이들은 서로 화목했고 협력하여 주치 울루스를 운영합니다.
그 결과로 1260년대 중반부터 14세기 중반까지를 ‘팍스 몽골리카’라고 일컫습니다. 이번에 읽은 부분에서 저희는 ‘팍스 몽골리카’ 개념이 흥미롭다는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팍스 몽골리카’는 몽골 제국의 번영을 일컫습니다. 그러나 몽골 제국의 번영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이 하나의 황금기에 머무는 것, 안정적으로 제국을 운영하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 독특한 지점입니다. 호르드의 계속된 번영을 가능하게 한 것은 안정보다 ‘유연성’이라는 것을 저자는 지적합니다. 몽골 제국은 정권이 강해지고, 부유해질수록 정치적인 문제가 더욱 많이 발생했고, 주치 울루스는 살아 있고 숨쉬는 존재처럼 정책을 끊임없이 조정했으며, 변화를 낳는 새로운 환경을 탄생시킵니다.
다음주에는 <말 위의 개척자, 황금 천막의 제국> 끝까지 읽어오시면 됩니다! 그리고 2교시에는 지도 그리기로 이번 학기를 마무리 합니다. 간식 준비는 제가 하겠습니다~~!
제국이라고 해서 모두 동일한 제국의 운동을 따르지 않는다는 점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중앙집권적 권력을 형성하지 않고, 오히려 분열하는 게 제국적이라니, 뭔가 신박했습니다. ㅋ 그리고 대칸의 경쟁에 뛰어든 결과가 우리의 예상과 다르게 나타난 것도 인상적이었어요. 승자인 쿠빌라이에게 붙은 훌레구는 독립의 근거를 잃어버렸지만, 베르케는 대칸 경쟁을 계기로 더욱 독립할 수 있었으니까요. 이건 몽골 제국만의 독특함이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겠지만, 사건을 좀 더 넓은 시간 속에서 볼 수 있는 역사만의 독특함이기도 한 것 같아요. 몽골 제국의 역사는 여러모로 아이러니함으로 가득한 것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