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잘 보내고 숙제처럼 남았던 3학기 지도 그리기를 마무리했습니다~! 역시 지도 그리기는 항상 원대하게 계획을 세우기 절반, 당장 그릴 수 있도록 지도를 수정하는 것 절반인 것 같습니다. 어찌어찌 그리긴 했지만, 이번에도 계획대로 그리진 못했어요. 원래는 ‘이 지도만 있다면 낙양과 장안을 여행하는 데 충분한다!’라는 생각이 들도록 연표와 사건, 인물을 종합적으로 그리려고 했는데, 실패했습니다. ㅋ 그래도 꾸준히 독특한 해석과 관점이 담긴 지도를 그릴 수 있도록 연습하고 있습니다! 몇 년 더 연습하면 좀 나아지겠죠?
방학을 한 주 땡겨 쉬었으니, 바로 4학기로 갑니다! 《하버드 중국사 송》 1~3장, 《랍반 사우마의 서방견문론》 1~2장을 읽어 오시면 됩니다. 간식은 현주쌤께 부탁드릴게요!
이번 지도에는 인물이 여럿 등장합니다. 화백 성민호 선생도 초대해서 하나 부탁했죠. 결과는...!
이렇습니다! 최대한 많은 정보를 담아내려 했으나, 결국 아는 만큼만 보이는 불친절한 지도가 되고 말았습니다. ㅋ;; 다음엔 좀 더 나은 지도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재밌게 읽은 마리 파브로의 《호르드》에 대한 얘기도 간단하게 정리해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호르드》, 주치조의 역사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건 러시아와 몽골의 관계, 분열이야말로 유목 제국의 고유한 역량이란 점이었습니다. 다른 제국들과 달리, 마리 파브로는 몽골 제국은 분열하는 가운데 더 문화적으로나 철학적으로나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죠. 정주 사회에서 분열은 곧 약화로 이어지는 반면, 유목 사회에서는 분열하는 만큼 발전의 기틀이 마련된다는 게 매우 흥미로운 지점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이를 가장 잘 활용한 것이 주치 울르스, 호르드였죠. 파브로는 호르드가 몽골 제국보다 더 오래 몽골의 방식을 이용해서 살아남은 제국이었다고 평가하는데요. 몽골이 오랫동안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었던 것도 아마 이 덕분인 것 같습니다.
이슬람, 러시아의 역사를 공부할 때는 몽골의 지배가 러시아인들에게 족쇄가 되었다고 배웠습니다. 이를 ‘타타르의 멍에’(정주민들은 몽골 유목민들을 ‘타타르인’이라고 퉁쳐서 불렀죠)라고 했는데, 실제로 역사를 살펴보면, ‘타타르의 멍에’ 같은 건 후대에 러시아의 민족성을 고취하기 위해 생긴 개념이었습니다. 적어도 이반 3세가 러시아의 전신, 키예프 루시의 주권을 확보했을 때조차도 그들은 몽골과의 유대를 부정하지 않았죠. 책에서는 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흥미롭게도 1480년 어떤 러시아의 사료도 타타르의 멍에로부터 자유롭게 되었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15세기에 모스크바 대공국은 몽골의 정치적 유산을 거부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반대로 모스크바는 호르드를 자신의 합법성과 권력의 근원으로 바라보며 팽창하던 국가였다.”(408~409)
역사는 공부하면 할수록 우리의 편견과 근거 없는 이미지를 깰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데요. 이번에 몽골 제국의 공부, 특히 호르드 공부는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우리의 생각보다 더 오래 전부터 중앙아시아를 무대로 한 유목민들이 세계를 뒤섞고 있었고, 호르드는 비교적 최근까지도 그러한 흐름 속에서 살았던 사회였죠. 마르크 블로크의 《봉건사회》를 읽으면서도 세계가 유연한 경계선 속에서 마구잡이로 뒤섞이고 있다는 걸 알게 됐는데, 호르드도 그러한 흐름을 만들어낸 주요 집단 중 하나였죠. 아마 호르드가 없었다면 아마 블로크의 이야기도 매우 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유럽인들이 활로를 찾아 서진했을지도 모르고, 서부-중부의 유럽 문화가 동쪽으로 이동해서 완전히 다르게 형성됐을지도 모르고, 그러면 서구의 근대가 완전히 다르게 나타났을지도 모르고, 지금 우리의 문화도 어떻게 됐을지 모르고... 역사를 단순히 퍼즐 맞추듯이 짜맞출 순 없지만, 하나의 흐름처럼 보이는 것에 너무나도 많은 것들이 함께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건 뭔가 시야가 탁 트이는 기분입니다. 이번 4학기에도 재미나게 공부해보죠!
확실히 몽골 제국을 배우면서 분열하는 것에 대한 이미지가 바뀌는 것 같습니다! 분열을 유연하게 받아들여 새로운 제국 형태로 변환시키는 유목민이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연한 경계속에서 마구잡이로 뒤섞이는 세계에서 유목민의 유연함을 배워봅시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