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문빈입니다^^ 이번 시간에도(저번 시간과 마찬가지로) 저희는 <발견, 『한서』라는 역사책>이 관통하고 있는 키워드, “역사는 운명이다!!”로 수다를 떨었습니다. 역사가 운명이라는 말은 역사가 특출난 개인에 의해 흘러가는 게 아니라 개인을 넘어서는 복잡한 흐름 속에서 구성됨을 의미합니다. 누군가는 동네 아저씨로 살아가다가 우연히 왕이 되기도 하고, 승승장구하며 잘 나가던 가문이 어느 순간에 풍비박산이 나기도 합니다. 반고는 역사 서술을 통해 한 개인의 능력보다 ‘때’가 먼저 있음을 보여줍니다. 한 사람의 생애에는 태어나고(生), 성장하고(長), 성숙하고(收), 쇠퇴하는(藏) 커다란 흐름이 있듯이, 국가의 역사도 생장수장(生長收藏)하는 조건 속에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여기서 질문이 듭니다. 우리 삶에서 때가 먼저 작동하는 것이라면, 나는 거기서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복잡하게 작용, 반작용하며 변화하는 천지 자연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저희는 이 주제로 여러 가지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우선, 때에는 크게 두 가지 차원이 있다고 말이죠. 우리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차원과 ‘어찌할 수 있는’ 차원으로요! 자연 재해, 전쟁, 전염병, 기타 우발적인 사고들은 그 누구도 어찌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주역>을 떠올려보면 내가 처한 때(卦)에 각각의 위치(位)가 있고, 그 위치에서 무엇을 어떻게 행하느냐에 따라서 길흉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우주 전체가 작용, 반작용하고 있듯이 나 역시 한 영역에서 자리를 차지하여 우주적 운동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미미할지라도 나의 작용은 때에 영향을 끼칩니다. 그래서 <발견, 『한서』라는 역사책>에서도 역사적 인물의 행위를 해석할 때, 어떤 경우에는 시대적 조건과 때를 문제로 삼지만, 또 어떤 경우에는 능동적으로 때를 만들어가지 못한 개인의 태도를 지적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점을 봤을 때, 때에 순응하여 산다는 것은 단순히 자신에게 닥쳐오는 사건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사는 게 아니라 우리가 능동적으로 만들어가는 부분도 분명 존재함을 알 수 있습니다^^!
책에서는 그 예로 27일 만에 폐위된 황제 '유하'와 구사일생으로 황제에 오른 '유병이'를 비교하며 보여줍니다. 유하와 유병이 두 인물의 공통점은 위기의 상황에 빠졌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인연’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두 사람은 비슷한 상황과 조건 속에 있었지만, 전혀 다른 결과를 낳습니다. 유하는 찾아온 인연을 내팽개쳤지만, 유병이는 찾아온 인연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천운으로 만들어낸 것입니다. 한 사람은 인연을 비극으로, 또 한 사람은 인연을 천운으로, 이렇게 다른 결과를 만들어낸 데에는 두 사람의 마음과 관련이 있습니다. 저자는 유병이가 인연을 천운으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사심 없는 마음’ 덕분이고, 그 마음을 기르기 위한 자기 수행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저희는 때에 순응하면서도 우리가 능동적으로 행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는가에 대한 답으로 자기 수양을 이야기했습니다.
곽광은 아내의 비리를 눈감고, 막내딸을 황후로 앉힌 일이 어떤 결과를 불러오게 될지 알지 못했다. 반고가 곽광을 두고 “학문과 경술이 없어 대리(大理)에 어두었다”고 말한 건 이 때문이다. 대리란 지혜로서 나의 선택과 행동이 나의 죽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또 다른 씨앗이 되어 후대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연기를 내다보는 안목이자, 길흉이 결코 다른 자리에 있지 않음을 아는 것, 나아가 자기의 욕망을 알고 이를 조절하는 능력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대리를 체득하는 방법은 오직 공부를 통한 자기 수양뿐이다. p315
왜 우리는 자기 수양을 해야 하는가에 관한 이야기는 곽광이라는 인물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곽광은 죽을 때까지 최고의 권력을 누린 인물입니다. 그리고 그의 가문도 곽광과 더불어 승승장구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곽광의 가문은 어느 날 한순간에 몰락하게 됩니다. 곽광의 가문이 몰락의 이유는 곽광의 사심 때문입니다. 곽광이 살아 생전에 행했던 사사로운 행동(“아내의 비리를 눈감고, 막내딸을 황후”로 앉히는)은 씨앗이 되어 나중에는 걷잡을 수 없는 결과를 낳은 것입니다. 저희는 이 부분을 보면서 <주역>에서는 왜 貞한 태도를 강조하는지, 그리고 중천건 괘에서 왜 자강불식(自强不息)을 강조하는지 연결하면서 이해했습니다. 때時가 우리의 인과로는 도저히 포착할 수 없는 거대한 변화의 흐름이라면, 그 때를 살아가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좋은 씨앗을 심는 것뿐이라는 것을요. 어떤 씨앗이 현실화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선의 씨앗을 심는 일은 우리 스스로가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1교시를 마무리하고, 2교시는 <중앙아시아사>를 공부했습니다. <중앙아시아사>를 공부하면서 인상적인 것은 중앙아시아의 ‘지리적인 위치’였습니다. 주역에서 위(位)를 강조하듯이 세계의 역사를 봐도 위(位)는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중앙아시아는 말 그대로 세계의 중앙에 위치합니다. 유럽, 러시아, 중국, 인도, 이란, 이집트 등등 온갖 나라들에 의해 둘러싸여 있는 것입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와는 전혀 다른 지리적 감각이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ㅎㅎ) 이렇게 지리적으로 중앙에 위치하다 보니 이 지역은 ‘교류’의 중심지가 됩니다. 사방을 둘러싸고 있는 민족과 국가 간의 교류가 이 지역을 중심으로 왕성하게 일어난 것입니다. 그래서 중앙아시아의 특징 중 하나는 언어와 문자가 무척으로 다양했다는 점입니다. “각종 문서들과 명문들은 중국어, 티베트어, 투르크어, 토하라어, 인도어, 그리스어, 아르메니아어, 다양한 셈어파 언어, 이란어, 그 밖에 덜 알려진 언어들도" 쓰였습니다. 이렇게 중앙아시아는 다양한 민족과 다양한 언어가 뒤섞여 공존하고, 교류하는 역동적인 공간이었습니다.
물론 '종교'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마니교, 그리스도교, 불교, 이슬람교, 토착 종교 등등 서로 다른 종교가 함께 있었고, 그러면서 “소그드인들은 여러 종교에 관심을 갖고 또 관용적 입장”이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다민족, 다언어, 다종교가 교차하는 공간이었기에 다른 것에 관용적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서로 다른 문화가 겹쳐 있다 보니, 재밌는 점은 종교 간에 '융합'이 왕성하게 일어났다고 합니다. 중앙아시아는 사람과 사람이 섞이고, 언어와 언어가 섞이고, 사유와 사유가 섞이고, 종교와 종교가 섞이면서 새로운 것이 왕성하게 생성됐던 아주 멋진 공간이었습니다.
그리고 1250년부터 1350년까지 중앙아시아에는 “정주 세계를 정복한 가장 큰 유목제국”인 몽골 제국이 들어옵니다. 몽골 제국은 유라시아의 초원 지역, 삼림 지대, 다수의 인근 국가들(중국, 이란, 중세의 루스 공국)을 하나의 광대한 세계 국가로 통합한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그리고 지리적으로 연결된 육상 제국입니다. 몽골 제국으로 인해 인류 전체 역사를 하나로 묶어서 보는 ‘세계사’라는 개념도 탄생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세계'를 통째로 보는 것의 시작이 바로 몽골이라니... 멋지지 않나요? ㅎㅎ <중앙아시아사>에 이어서 또 다른 책들을 통해 몽골 제국의 역사와 칭키스 칸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공부할 생각을 하니 벌써 기대가 됩니다^^
이번 후기는 여기서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사기 본기> 항우, 고조 편을, <중앙아시아사>는 나머지를 읽어 오시면 됩니다~~
확실히 주역에서도 흥미로운 개념이 位인데, 세계사에서도 位가 아주 중요한 요소로 다뤄지네요. 세부적으로는 다른 맥락이지만, 이것과 저것의 관계를 함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역과 세계사 둘 다 位에 주목하고 있다는 건 확실히 함께 읽으면 재밌는 부분인 것 같아요. 나중에는 주역적으로 역사를 읽는다면? 반고처럼 생장수장의 리듬으로 읽을 수도 있겠지만, 位에 입각해서 읽는 것도 매우 흥미로울 것 같아요.
그리고 반고는 확실히 주역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나의 행위가 어떤 흐름에 있는지 명확하게 알 수는 없고 어찌할 수 없더라도, 마음을 貞하게 하고, 씨앗을 심는 것. 이번에 저희가 계사전에서 읽는 부분과 직결되네요. ㅋㅋ 왜 貞해야 하냐면, 하나 씨앗이 어떤 결과로 산출될지는 몰라도, 최소한 공공을 위한 마음에서 비롯된 씨앗이 비극과 불행으로 직결되지는 않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사심에서 비롯된 씨앗은 누군가로 하여금 사익을 챙기도록 촉발하는 흐름에 들어가게 하지만, 천심(?)에서 비롯된 씨앗은 그러한 흐름에 이바지하지는 않으니까요. 사마천의 사기를 읽으면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기대되네요!
안녕하세요, 마이너 세계사 독자입니다^^
2023-03-02 15:11
( •̀ .̫ •́ )✧"순응한다는 것이 무엇인가?" (마이너 세계사 팀은 아니지만😉 모든 공부가 서로 연결돼 있음을 배워가고 있으므로) 요래 질문을 따라가니 이야기가 너무나 재밌네요. 지난주 '때를 읽는 것'을 즉각적인 자기 유용성만을 따져 판단함을 유보하는 것이라고 할 때, 어떤 국면에 대해 좋고, 나쁨이라는 마음을 내려놓는 것을 '순응'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것도 되게 힘들죠... 자기 기질도, 협소한 경험도 우주 전체 운명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급🤢 겁이 납니다. 자기가 어떤 마음으로 사느냐가 중요할 뿐 아니라, 지성적 힘이 능동적 순응을 끌어내는 것이지 않을까 말하고 계신 것 같아요. 그래서 자기 일상에도 계속 영향을 주고 있는, 우리 시대의 전쟁과 역병, 자연재해, 기후 변화 등이 던지는 질문에, 우리 지성이 필요하고, 마음이 동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 가장 먼저 공부해야 할 것은 역시 '역사'인 것 같아요. 자기 관점이 얼마나 협소한지 한 방에 깨지지 않겠지만요. 열심히 읽고 생각해보고, 타자의 말에 귀를 기울여 배우고…. ㅎㅎㅎ 이렇게 역사적 관점이라는 것을 하나하나 배워 나가면서 앞으로 재밌게 읽겠습니다. "마이너 세계사", 파이팅!!!
역사에서 서로 섞이고 부딪히고 융합될 때, 그 변화의 장에서 가장 생명력 넘치고 풍요로워지는 것이라고 하신 말씀을 다시 되새겨 보니... 무엇이 흥이고 망인지 모호해집니다. 그러한 모호한 경계를 통찰하며 지혜를 터득하는 것이 때에 순응하는 것일까요....역시, 말씀대로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해지네요. 지금 우리 시대가 겪고 있는, 도리 없이 겪고 있는 타자의 고통을 마주함에 있어, 우환 의식'에 대해, 더 성숙한 태도를 갖기 위해 역사 공부! 열심히 함께해여~~ o(* ̄▽ ̄*)ブ
확실히 주역에서도 흥미로운 개념이 位인데, 세계사에서도 位가 아주 중요한 요소로 다뤄지네요. 세부적으로는 다른 맥락이지만, 이것과 저것의 관계를 함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역과 세계사 둘 다 位에 주목하고 있다는 건 확실히 함께 읽으면 재밌는 부분인 것 같아요. 나중에는 주역적으로 역사를 읽는다면? 반고처럼 생장수장의 리듬으로 읽을 수도 있겠지만, 位에 입각해서 읽는 것도 매우 흥미로울 것 같아요.
그리고 반고는 확실히 주역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나의 행위가 어떤 흐름에 있는지 명확하게 알 수는 없고 어찌할 수 없더라도, 마음을 貞하게 하고, 씨앗을 심는 것. 이번에 저희가 계사전에서 읽는 부분과 직결되네요. ㅋㅋ 왜 貞해야 하냐면, 하나 씨앗이 어떤 결과로 산출될지는 몰라도, 최소한 공공을 위한 마음에서 비롯된 씨앗이 비극과 불행으로 직결되지는 않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사심에서 비롯된 씨앗은 누군가로 하여금 사익을 챙기도록 촉발하는 흐름에 들어가게 하지만, 천심(?)에서 비롯된 씨앗은 그러한 흐름에 이바지하지는 않으니까요. 사마천의 사기를 읽으면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기대되네요!
( •̀ .̫ •́ )✧"순응한다는 것이 무엇인가?" (마이너 세계사 팀은 아니지만😉 모든 공부가 서로 연결돼 있음을 배워가고 있으므로) 요래 질문을 따라가니 이야기가 너무나 재밌네요. 지난주 '때를 읽는 것'을 즉각적인 자기 유용성만을 따져 판단함을 유보하는 것이라고 할 때, 어떤 국면에 대해 좋고, 나쁨이라는 마음을 내려놓는 것을 '순응'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것도 되게 힘들죠... 자기 기질도, 협소한 경험도 우주 전체 운명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급🤢 겁이 납니다. 자기가 어떤 마음으로 사느냐가 중요할 뿐 아니라, 지성적 힘이 능동적 순응을 끌어내는 것이지 않을까 말하고 계신 것 같아요. 그래서 자기 일상에도 계속 영향을 주고 있는, 우리 시대의 전쟁과 역병, 자연재해, 기후 변화 등이 던지는 질문에, 우리 지성이 필요하고, 마음이 동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 가장 먼저 공부해야 할 것은 역시 '역사'인 것 같아요. 자기 관점이 얼마나 협소한지 한 방에 깨지지 않겠지만요. 열심히 읽고 생각해보고, 타자의 말에 귀를 기울여 배우고…. ㅎㅎㅎ 이렇게 역사적 관점이라는 것을 하나하나 배워 나가면서 앞으로 재밌게 읽겠습니다. "마이너 세계사", 파이팅!!!
역사에서 서로 섞이고 부딪히고 융합될 때, 그 변화의 장에서 가장 생명력 넘치고 풍요로워지는 것이라고 하신 말씀을 다시 되새겨 보니... 무엇이 흥이고 망인지 모호해집니다. 그러한 모호한 경계를 통찰하며 지혜를 터득하는 것이 때에 순응하는 것일까요....역시, 말씀대로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해지네요. 지금 우리 시대가 겪고 있는, 도리 없이 겪고 있는 타자의 고통을 마주함에 있어, 우환 의식'에 대해, 더 성숙한 태도를 갖기 위해 역사 공부! 열심히 함께해여~~ o(* ̄▽ ̄*)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