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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눈으로 본 아프리카의 역사 세미나 3주차 후기
안녕하세요. 문란드 입니다-! 이번 주에는 아모스 투투올라의 『야자열매술꾼』을 읽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야자열매술꾼』은 아모스 투투올라가 요루바 종족(아프리카 나이지리아에 위치)의 신화와 민담을 자기 구상에 따라 연결하고, 변형을 가한 문학 작품입니다. 하나의 주제로 짜임새 있게 흘러가는 작품이 아니라 각기 다른 신화와 신화, 민담과 민담을 연결하면서 진행되는 이야기라서 내용이 훅! 훅! 뛰어 난감할 때가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아프리카의 다양한 ‘이야기’를 엿볼 수 있어 즐거웠던 작품입니다.
『야자열매술꾼』은 야자열매술꾼의 요상한(?) 여행기입니다. 야자열매술꾼의 여행은 참으로 요상합니다ㅋㅋ. 여행을 시작할 때부터, 여행하는 과정, 여행의 마무리까지! 그는 ‘죽은’ 술시중꾼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나고, 또 여행하며 어느 순간 ‘신의 아버지’, ‘도마뱀’, ‘공기’, ‘나룻배’ 등 온갖 것으로 변하고, ‘북, 노래, 춤’이라는 생명체도 만나게 됩니다. 여행의 마지막에는 초반에 죽었던 아버지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살아서 나옵니다. 그 밖에도 이 작품에는 온갖 기괴하고, 비현실적이고, 신비로운 이야기가 범람합니다.
세미나에서 저희가 주로 나누었던 주제는 ‘몸’입니다. 저희는 여러 신화와 민담 속에서 아프리카 사람들은 대체 ‘몸’을 어떻게 생각했을까를 추정해볼 수 있는 이야기가 있었는데요. 그 이야기를 간략하게 소개해보면 이렇습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이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몸을 가진 신사의 등장으로 시작됩니다. 훤칠한 키에 건장한 체격 팔등신 미남! 그런 그에게 어떤 처녀가 한눈에 반하고, 그녀는 하던 일을 다 제쳐두고 그를 따라가게 됩니다. 완벽한 신사는 별별 종류의 끔찍한 괴물들만 살고 있는 끝이 없는 숲속으로 들어갑니다. 그 숲속에서 처녀는 충격적인 장면을 보게 되는데요. 완벽한 신사는 자신의 몸 하나하나를 본래 소유주에게 돌려주고, 그들에게 빌린 값을 지불하기 시작하는 겁니다. 숲을 하나씩 지날 때마다 완벽한 신사의 몸은 하나씩 사라져갔습니다. 왼쪽 발, 오른쪽 발, 양쪽 팔, 목, 살가죽 등등. 결국에는 ‘해골’만 남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몸의 각 부분을 소유주에게 돌려줄 것,
또는 완벽한 신사의 신체 가운데
빌린 것은 반납할 것
(『야자열매술꾼』 / 열림원 / 아모스 투투올라 / p27)
우리는 보통 몸의 소유주는 우리 자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아프리카 민담을 보면, 아프리카인들은 몸의 소유주를 숲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지금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이 몸은 숲에서 잠시 ‘빌려온 것’으로 생각합니다. 저는 이 부분을 자연과 인간의 몸이 연결되어 있음을 강조한 것으로 읽었다면, 규창은 그 당시 아프리카의 현실을 반영하여 읽었습니다. 그 당시의 아프리카인들에게 숲은 미지의 공간, 두려움의 공간이었을 것이라는 겁니다. 팔, 다리, 심지어 생명까지 빼앗아 가는 두려운 생명체들이 우글거리고, 그러한 생명체들이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공포의 공간 말입니다. 그리고 정옥샘은 아프리카 사람들이 몸의 개념을 자연 만물(생물과 미생물)까지 확장한 것으로 보인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주인공이 도마뱀으로 변하기도 하고, 공기로 변하기도 하고, 심지어 나룻배로 변하기도 하는 장면 등등에서 우리 몸이 흙이 되고, 재가 되어 어디까지 변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이야기를 나눈 주제는 ‘백인’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아프리카를 떠올리면 빼놓을 수 없는 게 백인과의 관계인데요. 이전에 읽었던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에서는 서양 사람들이 아프리카에 들어오면서 발생한 혼란함(누군가는 백인의 문화를 받아들이고, 누군가는 전통 아프리카 문화를 지키려 하는 상황)을 그대로 보여줬다면, 『야자열매술꾼』에서는 백인을 ‘자비로운 어머니’로 묘사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덤불 속에 무시무시한 괴물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총과 탄약, 그리고 단검을 선물하고, 값비싼 옷과 담배, 고기를 주는 아주 고마운 존재로 말이죠. 무시무시한 자연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없었던 아프리카인에게 백인은 자비로운 어머니와 같이 보였을 수 있겠다는 점도 재밌었습니다.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야자열매술꾼』을 통해 아프리카 역사를 공부할 때 조금 더 섬세해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그동안 아프리카인은 백인들에 의해 침략받았고, 그러므로 백인은 악하고, 나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그런데 문학 작품 안에서 구체적인 시공간 안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보면, 서양도 서양 나름의 문제를 아프리카도 아프리카 나름의 문제들을 껴안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러면 여기서 우리는 어떤 시선을 가져야 할까요? 다음 책 『십자가 위의 악마』를 읽으면서 탐구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