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다음 시간 공지하겠습니다. <아프리카 대륙의 일대기> 4부를 읽어 오시면 돼요. 그리고 이제 슬슬 어떤 지도를 그릴 것인지 고민하셔야 합니다. 제 생각에는 이번에 아프리카 읽으면서 우리가 몰랐던, 그러나 상식으로 잘못 믿고 있었던 것들을 담아내면 어떨까 합니다. 가령, 아프리카와 유럽의 관계, 아프리카 내부 사정을 보여주는 사건 중 하나는 ‘노예 무역’이죠. 노예 무역은 유럽에게 착취당하기보다 아프리카 고유의 핵심 사업 중 하나였고, 여기에 온갖 이해관계가 매우 복잡하게 얽혀있었죠. 아프리카를 이해하려면 ‘노예 무역’이 어떻게 일어났는지를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되죠.
이런 식으로 ‘아프리카’를 이해할 만한 여러 키워드를 선정하고 그에 맞게 지도를 그리면 될 것 같습니다. 나왔던 후보 중에는 ‘광석도(圖)’, ‘농업도(圖)’가 있었죠. 확실히 아프리카 대륙을 이해하는 키워드 중 ‘광석’은 중요한 것 같아요. 물론 좀 더 자료를 찾고, 생각을 다듬어야겠죠! 앞으로 지도 시간에는 서로의 진행 상황을 적극적으로 공유할 테니, 미리미리 준비해주세요. ㅋ 간식은 영님쌤께 부탁드리겠습니다~
기후가 빚어낸 생활 양식
아마도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권은 사계절이 뚜렷하고 먹을 게 풍부해서 그런지, 그리고 지금 기술력으로 너무 편리하게 살고 있어서 그런지 기후에 적응한 생활 양식을 따로 떠올리기가 어려운데요. 사실 모든 생물의 진화와 마찬가지로, 인간도 환경에 적응하면서 살아왔습니다. 인간의 문화도 이 자장을 벗어날 수 없죠. 아프리카 대륙에서 살고 있던 인간들도 어떻게든 자신이 놓인 척박한 환경에 적응해서 살아야만 했습니다. 그것은 성실함이나 게으름, 잔인함이나 관대함 같은 가치 평가로 측정될 수 없는 이들만의 독특한 생존 전략이었죠.
지금이야 인종차별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지만, 예전에는 흑인을 게으르거나 야만적이라고 차별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프리카에 살던 사람들(흑인)이 게으른 것처럼 보인 것은, 무더운 곳에서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한 나름의 생존법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생존법을 발명할 수 있었던 데에는 자신들의 에너지를 가늠하는 예민한 신체성이 뒷받침됐습니다. 언제 식량을 채집해야 하는지, 최소한 어떤 것을 어느 정도로 먹어야 하는지 등을 스스로 시험하고 있었던 것이죠. ‘추가 달린 땅 파는 막대기’, ‘창이나 활과 화살에 사용하기 위한 발사체’, ‘토기’, ‘마차’, ‘등자’ 같은 문명의 이기들은 이러한 시험과 같은 맥락에서 발명됐습니다. <아프리카 대륙의 일대기>의 저자 존 리더에 따르면, 식인문화도 부족한 식량을 해결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됐다고 하는데요. 어쨌든 생존을 위한 노력이 문화를 만들고, 이런 계산들 속에서 나온 모습은 그 자체로 도덕적 평가를 할 수 없습니다. 존 리더가 반복해서 말하듯이, 환경에 적응한 힘을 발휘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히려 지금 현대인들은 아프리카인들이 발휘한 것과 같은 적응력을 잃어버린 건 아닌가 싶습니다. 스마트폰 같은 문물을 발명하면서 과거보다는 분명 편리하고 쾌적한 생활을 누리고 있지만, 과연 우리가 과거보다 더 뛰어난 적응력을 발휘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지금보다 과거가 더 낫다고 얘기할 수는 없지만,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기술이 환경에 적응하도록 촉진하는지 아니면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을 감소시키고 있는지는 한 번 점검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말하기, 사회화의 핵심
이번에 읽은 부분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말하기’였죠. ‘말하기’는 ‘인간’이라는 종의 고유한 능력입니다. 언어 자체는 다른 생물들도 가지고 있지만, 특정한 의미와 형태를 가진 기호를 가지고 소통하는 것은 인간만이 유일하죠. 인간의 신체는 이런 ‘말하기’에 적합하도록 진화했습니다. 실제로 발성기관을 살펴보면, “인간은 콧로리를 완전히 배제한 발성을 할 수 있”도록 구조화되었다고 하죠. 존 리더는 인간의 말하기는 “150만 년 전 호모 에렉투스에게서 시작된 것으로 추측”합니다.(147)
왜 이런 말하기 능력이 발명됐을까요? 여러 가설이 있지만 단순히 사냥이나 채집 같은 생존을 위해서는 아닙니다. 사자 같은 집단적으로 사냥하는 육식동물 같은 경우만 봐도 오히려 사냥에서 소리를 내는 활동은 방해됩니다. 존 리더는 말하기의 두 가지 효과를 설명하는데요. 첫 번째는 사냥감을 폭력적으로 분배하는 사태를 방지한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사냥에 나가지 않아도 서로를 돌보게 되는 것인데요. 두 효과가 가리키는 것은 끈끈한 사회적 유대감을 형성한다는 것입니다.
인간과 같은 조상을 가진 침팬지도 무리를 지어서 생활하고 사냥하는데요. 침팬지들은 사냥한 이후에 극도로 난폭해져서 서로에게 폭력을 가하다가 신체적 힘으로 고기를 분배합니다. 반면에 인간은 비슷한 상황으로 진행되다가도 말하기를 통해 난폭함을 잠재우고, 그 과정에서 서로에게 은혜를 입히거나 갚는 식으로 고기를 분배하죠. 그리고 침팬지나 다른 유인원이 기생충을 잡아주고 피부를 청결하게 해주는 목적을 위해 서로 돌보는 반면, 인간은 이 자리에 없는 다른 구성원들 간의 정보를 교환함으로써 둘 사이에 있었던 균열을 치유합니다. 뒷담화를 통해 소원해진 관계망이 보다 끈끈해지는 것인데, 이는 다시 말해 특정 목적을 상정하지 않지만, 말하기를 반복함으로써 사회가 견고해지는 것이죠. 동물은 맺지 못하는 복잡한 관계망이 ‘말하기’를 통해 기억되고 형성됩니다.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곧 사회화의 과정이라는 얘기는 우치다 타츠루의 커뮤니케이션론과 연결되는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여러모로 신박한 분석이었습니다.
앞으로 더 공부해야겠지만, 아프리카 역사 공부는 ‘인류’에 대한 공부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프리카는 공부하고 있지만, 그 실질적 내용은 결국 인간은 어떻게 두 발로 서게 됐는지, 인간 문화와 사회는 어떻게 탄생했는지 같은 것들이니까요. 약간은 과장된 야심 같지만, 나중에 한 3년 정도 지나서 세계의 대륙들을 공부한 다음에는 각 대륙마다 표어를 붙여봐도 재밌을 것 같네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