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간에는 1966년의 영화 <알제리 전투>를 보면서 아프리카의 아픔이 그리 오래된 게 아님을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알제리 전투는 1954년에 시작해서 1962년 알제리가 독립하는 것으로 마무리됐습니다. 하지만 알제리 전투의 후유증은 금방 해결될 수 있는 게 아니었죠. 저희가 본 <알제리 전투>는 알제리 전투가 시작된 초기, 그러니까 알제리 독립군의 게릴라가 어떻게 일어났는지를 보여주지만, 2007년 <친밀한 적>은 알제리 전투가 어떻게 진행됐는지를 보여주죠. 두 영화 모두 나름대로 알제리 전투의 끔찍함을 잘 포착한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알제리 전투>가 좀 더 쇼킹한 것 같아요. 생각해보면, 알제리가 독립한지 겨우 4년 만에 개봉한 거고, 아마 아직 알제리 문제는 매우 민감했을 텐데, 그런 분위기 속에서 알제리 배우들을 고용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를 찍은 감독의 마음이 어땠을까,를 생각하게 됩니다. 영화도 영화 나름대로 다시 보고 싶긴 하지만, 그것을 찍는 사람들의 마음도 그려보게 되네요.
다음 시간에는 7부를 읽어 옵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요! 마지막 지도 그리기를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이니, 어떤 지도를 그리고 싶은지 꼭 정해오세요. 간식은 이우에게 부탁하겠습니다~
간단하게 지난 시간의 내용을 정리해볼게요. 근대 아프리카를 이해하려면, 단순히 그 침략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그곳에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살게 됐는지도 같이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한반도만 거의 예외적으로 여러 민족과 인종이 섞이지 않았을 뿐이지 세계의 거의 모든 곳은 아주 많이 섞였어요. 아프리카도 대표적으로 여러 지역의 사람들이 혼합된 곳 중 하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야말로 아프리카의 정신을 표현하는 집단이 여러 등장하죠.
이번에 나온 ‘아프리카너’란 집단이 그 대표적 예죠. 이들은 “아프리카에 정착하려 했던 모든 유럽 집단들 가운데 가장 아프리카인과 비슷해진 집단”입니다.(609) 아마도 식민지 사업 도중 고국을 돌아갈 수단을 잃어버리고 고립된 이들, 정착을 시도하게 된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이들은 “스스로를 아프리카너라고 부르면서 짧은 역사를 통해 아프리카의 토양과 정신에 잘 부합했다고 주장”합니다.(610) 그리고 기존의 토착 아프리카 부족을 본인들보다 미개하고 열등한 존재로 여기고, 그들의 재산을 빼앗고 노예로 삼죠. 이것은 나중에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 헤이트’로도 연결됩니다.
아프리카너처럼 기존의 토착 민족을 배척하고, 그들과 섞이는 것이 지금의 아프리카의 현주소입니다. 여기서 저희는 아프리카에 어떤 피가 흘렀는지 자세하게 따질 필요가 있지만, 그 결과 어떤 집단이 형성되고 있는지도 같이 봐야 할 것 같아요. 이번에 본 <알제리 전투>에서는 알제리인들을 매우 차별하는 장면이 많이 나왔죠. 그리고 실제로 프랑스인들은 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과 전투할 때 자신들을 위해 자원한 알제리 군인들을 가장 위험한 곳으로 먼저 내몰았었다고도 하죠. 이런 인종차별의 역사는 분명히 파악해야 하지만, 동시에 지금 아프리카는, 특히 북부와 남부는 아직 이 흔적들이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아있습니다. 알제리가 해방됐으나, 아직 프랑스에 대한 감정이 남아 있고, 프랑스인들도 어떤 세대는 아직 알제리를 자신들의 노예로 간주하는 것처럼 말이죠.
이것은 단순히 누가 잘했고, 못했는지 민족적, 인종적으로 따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이미 몇 세대가 그곳에 거주하면서 피가 섞인 마당에, 누구는 토착 부족이고 누구는 이방인인지 구분하기란 불가능합니다. 아마 ‘아프리카너’가 스스로를 가장 ‘아프리카에 가장 잘 부합하는 새로운 민족’이라고 주장할 수 있었던 건, ‘아프리카’라는 정체성이 얼마나 혼재돼 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가 아닐까요? 뿌리 깊은 역사적 아픔과 그러나 뿌리를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섞여버린 아프리카에서 우리는 도대체 어떤 역사를, 누구의 역사를 주목해야 할까요? 아프리카의 역사를 공부하고 있는데, 도대체 누구의 어떤 역사를 공부하는 것인지 점점 더 알쏭달쏭해집니다. 단순히 '피해자의 역사'를 얘기할 수도 없을 것 같고, 그렇다고 유럽 중심적 서술은 더더욱 아닌데 말이죠. 이번 학기 마무리를 어떻게 할지 난감합니다요~!
자유롭게 영화를 보는 사진을 첨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