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야심차게 시작했던 마이너 세계사 시즌1도 슬슬 끝이 보이네요. 어디서도 시도되지 않았던 세미나 - ‘지도 그리기를 목표로 삼았다’ - 란 자부심이 있었는데, 그 결과를 확인하려니 약간 좀 쫄리네요. 흠흠. 그래도 이번 시즌을 계기로 앞으로 쭈욱쭈욱 마이너 세계사를 이어나갈 수 있겠다는 확신을 얻었다는 것만으로도 큰 수확입니다! ㅋ
다음 주에는 오전에 그동안 <역사학의 거장들>과 <세계의 역사>를 따라가면서 들었던 여러 생각들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이때 서로 보고 읽을 수 있도록 A4로 정리해와주세요. 분량은 최소 한 장 이상입니다. 그리고 오후에는 채운 선생님의 정리 강의가 있습니다. 세미나 하면서 풀리지 않았던 질문들도 이때 던져보시죠! 간식은 은주쌤께 부탁드리겠습니다~
후기는 영님쌤께서 꼼꼼하게 정리해주셨으니, 저는 이번에 공부하면서 생각하게 된 ‘우리는 왜 역사를 공부할 수밖에 없는지’를 간단하게 정리해볼게요.
맥닐이 보여줬듯이, 세계의 역사는 너무나도 복잡합니다. 한때 소련은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으로 모든 민족과 나라를 공산주의화하려고 했었죠. 그러나 이념과 계급 이전에 민족, 종교 등 역사적으로 형성된 요소들이 있었습니다. 이 요소들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은 1991년 소련의 붕괴로 입증됐습니다. 이는 자본주의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이야 세계에 자본주의가 스며들지 않은 곳이 없지만, 공산주의가 침투하지 못한 그때 자본주의도 세계 곳곳에서 쓴맛을 봐야만 했습니다. 자본주의적 이념을 절대시하는 지금 시대에서 조금만 뒤로 가도 ‘이념’이 그 자체로 얼마나 무기력했는지 곳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가끔 저는 한반도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는 이상한 당위에 빠질 때가 있는대요. 왜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땅에서 살고 있기 때문’ 이상으로 뭔가를 얘기할 수가 없어요. 그런데 제가 한반도에 살고 있다고 스스로를 ‘동양인’이라고 규정할 수 있을까요? 동양과 서양이란 틀을 사용하기에 세상은 너무나도 거대하다는 걸 저희는 또 알아버렸습니다. 동양과 서양의 세계에서 아프리카와 남미, 폴리네시아 같은 곳은 소거됩니다. 그리고 사실 저희는 이전 시대에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넓은 관계망을 형성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동양인, 서양인 같은 구분보다 근대인이라고 해야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모든 근대인이 같다고도 할 수는 없습니다. 근대인으로 성립되기까지도 과정이 다 달랐으니까요. 아프리카에 사는 근대인과 한반도에 사는 근대인, 아메리카에 사는 근대인 모두 다 다릅니다. 종교, 토착 신앙, 유럽과의 관계, 민족 등등 고려해야 될 요소들이 매우 많습니다. 그 요소들 없이 ‘우리’를 이해한다는 건 불가능하죠. 물론 지금에 이르기까지 영향을 끼친 모든 요소를 역사적으로 다 분석한다는 건 더 말이 안 됩니다. 결국 역사적으로 인식한다는 게 무엇인지를 정리해야 할 것 같은데요. 이번에 니체를 통해 저희끼리 뭐라뭐라 말하긴 했지만 이해가 쉽지는 않았죠. 이 부분은 다음 시간 채운 선생님의 강의에 의존하는 것으로 하죠.^^;;
마무리는 성균관에서 커피 한 잔 하는 모습입니다.
세계 지도 엄청 잘 그리셨네요^^ 부럽습니다. 공책에는 유럽의 국경까지 저렇게 꼼꼼하게 그리시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