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규문의 정(貞)방에는 팔레스타인의 평화와 해방을 바라는 시위에 함께했던 여러 피켓들이 놓여있었습니다. 먼저 참여한 샘들 덕에 멀리서 안타깝다고만 생각했던 팔레스타인인들의 삶에 좀더 가까이 개입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침 이번 주 읽은 도덕경에는 군대와 전쟁 관련 이야기들이 많았는데요, 반전과 관련해 써 온 규창샘의 과제로 길게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우리는 대부분 전쟁이 일으키는 폐해를 언급하며 전쟁을 반대합니다. 맹자의 측은지심이라는 말로도 설명할 수 있겠죠. 노자 역시 군대가 머물던 곳은 가시밭이 생기고 큰 전쟁 뒤에는 반드시 흉년이 든다고 하면서 벌어지는 결과가 참혹한 것에 대해 언급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해 보입니다. 夫佳兵者 不祥之器, 좋은 무기란 상서롭지 못한 물건이라고도 하죠.
그런데 유가에서는 꼭 필요한 전쟁이라면, 예를 들어 상대국의 백성들이 요청하고 환대한다면 반대하지 않습니다. 명분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죠. 반면 도덕경에서 전쟁을 반대하는 이유는 천하는 신기神器로서 가히 취할 수 없으며(天下神器 不可爲也),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아름답게 여기는 것은 사람 죽이기를 좋아하는 것이라는 문장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전쟁이 일어나는 건 나와 남을 구별하고 위계 짓는 사고, 사람의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보다 나의 이익이 우선할 때 발생합니다. 그러니 전쟁은 도(道)에서 가장 어긋나는 인간 중심적 사고로부터 촉발되었기 때문이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우리가 읽고 있는 해체론과 연결할 수 있는데요. 무언가 중심을 만들고 구별하려는 우리의 사고와 그렇게 만들어진 중심을 해체하려는 측면을 비교해서 말이죠.
해체론적 사유에 대해 채운샘은 고기 잡는 그물을 예로 들어 주셨습니다. 그물은 망으로 얽혀 있어 물고기를 잡으면서도 어린 치어들은 빠져나갑니다. 잡는 동시에 잡지 않는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또 ‘나누어진다’라는 말도 생각해 보면 나누어지기 전을 전제해야 가능합니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잡는 것과 빠져나가는 것, 분화와 미분화는 서로 반대 방향에 독립적으로 있지만(이항 대립) 해체론은 여기에 대해 질문합니다. 정반대의 방향에 단독으로 존재한다고 생각했던 개념들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를 묻는 거죠. 이 물음을 통해 대립적인 것들이 단독으로 존재할 수 없음을 알게 되고 그 생각이 가두는 지점도 보게 됩니다.
노자를 읽을 때 같은 단어를 다르게 사용하는 경우가 왕왕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밝다는 뜻의 명(明)을 어둠과 반대로 쓰기도 하고, 습명(襲明)이라는 말로 밝은지 어두운지 분간할 수 없게 사용하기도 합니다. 동일한 언어를 이렇게 저렇게 바꾸어 쓰는 방식에 당황스러웠는데 그게 이렇게 완전히 나뉘지 않는 것들을 설명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하니 조금 이해가 되었습니다. 도덕경이나 해체론에서 그런 사유를 설명하려니 이렇게 어렵게 표현할 수밖에 없었겠구나 싶기도 하고요.
우리가 언어에 대한 갖고 있는 견고한 표상들에 자주 걸려 넘어지는 것을 생각해 보면 매우 탐나는 사유입니다. 물론 책들이 읽기 쉽지 않다는 치명적 단점이 있긴 합니다만^^; 보일 듯 보이지 않고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미끄러지는 언어들을 계속 읽다 보면 우리의 사유도 좀 말랑말랑해질까요? 암튼 계속 가 보는 걸로요~~
다음 주 공지입니다.
<도덕경>은 37~45장을 읽고, 과제와 암송을 준비하시면 됩니다.
<해체론>은 2부 3장만 읽고 발제는 문영샘입니다.
간식은 제현샘께 부탁드립니다~
오~ 도덕경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는 것 같네요! 갑진년이 된 덕인지 그 전과는 확실히 도덕경이 다르게 읽히고 있습니다. 난해하기만 했던 텍스트에서 현재적으로 읽을 수 있는 지점이 어딘지 조금씩 보이는 것 같기도 합니다. 대립적인 것들을 대립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사유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단어들과 사유의 습관들이 이리저리 바뀔 수밖에 없다는 느낌이 드는데요. '-되기', 버섯 같은 사유들이 이런 것일까!? 싶기도 합니다. 뭔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 재밌네요! ㅋㅋ
도덕경이 전보다 훨씬 어렵게 읽히네요. 안다고 생각했던 것이, 습관적으로 대립항 속에 있음을 확인하는 것이 되기도 하고요. 요즘 읽기를 배우고 있습니다..... 그래도 도덕경이 아주 많은 생각을 촉발시키는 건 확실한 거 같아요. 재미있게 읽어가 봅시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