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멀리 부산에서 다니시는 현미샘과 친구 따라 새로 공부하게 된 영란샘, 그리고 봄처럼 푸릇한 젊은 친구 고은샘, 시현샘 등 총 4분이 같이 공부하게 되었다. 작년 규문에 처음 왔을 때가 생각난다.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이제 저물어 가는 해(일측지리)에 해당되는데 ‘이 나이에도 신입이 되어 신규라 불리며 편하게 따라만 가도 되니 좋네’하는 마음이 들었었다.
2월 5일 OT 이후 설 명절이 중간에 있어 2주라는 기간 동안 읽을 책분량이 적어 비교적 여유롭게 보냈었는데, 오늘 고무줄처럼 늘어난 읽을 책들과 과제들을 한아름 받았다, 새봄과 더불어 바쁜 시기에 내가 이 일들을 다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다.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하며 또 올 한해는 어떤 사건들이 찾아올지 모르지만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며 부딪혀 보아야겠다.
오전 9:30분부터 11시까지 규창 매니저와 함께 대학 강독을 시작한 후 11:00-12:30분까지 명리공부, 점심 식사 후에 대학공부 관련 조별토론, 마지막 시간은 채운샘의 강의까지 또 새로운 공부 리듬이 시작되었다. 규창샘이 한자로 된 대학구절들을 간단히 설명하며 끊어 읽는 지점들을 알려주었고 익숙치 않은 원문한자를 반복하여 따라 읽었다.
대학은 『예기』속에 있던 3-5강이 주희할아버지에 의해 대학과 중용으로 따로 만들어져 각각 하나의 經으로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책 분량은 적은데, 그 속에 들어있는 내용들은 뜬구름 잡는 양 막연한 것들이 많았다. 조별토론 시간에 만난 첫구절(大學之道 在明明德 在親民 在止於至善)부터 개념이 안 잡혔다. 道는 무엇이고 밝은 덕이란? 지극한 선이란 어느 경지 혹은 무엇을 말하는지 익숙한 단어들인데도 구체적으로 표현하려면 어려웠다. 하지만 같이 토론하며 日新 又日新이 관습처럼 우리에게 붙어있는 습관을 매일 조금씩 새롭게 바꾸어 나가는 것도 해당되지 않을까 하는 말들에, 조금 더 나의 구체적인 생활에도 밀착시켜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시간 채운샘의 강의에서 대학은 한나라 때 태학(대학)이란 교육기관에서 사용하던 교수, 박사, 대학 등의 단어들이 오늘날에도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고 하셨다. 평소 우리가 사용하던 많은 단어들이 고전에서 유래했다는 것을 공부를 하면서 알게 되니 신기하기도 하지만, 그동안 우리가 너무 모르고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희에게는 학문의 목적이 중요했다고 한다. 학문하는데 있어 순서와 방법이 중요하였으며 엄정하고 체계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격물치지를 강조하였다. 대학의 첫장부터 하나하나의 내용들이 ‘수신제가치국평천하’ 등처럼 순서를 밟아나가는 것을 보게 된다. 그리하여 대학의 내용도 원문과 달리 본인의 방식에 따라 순서를 바꾸었다고 한다. 그래서 ‘성의정심’과 마음을 중요시한 왕양명은 주희가 진리를 밖에서 찾으려 한다고 비판하였다고 한다.(왕양명은 어려서 대나무의 이치를 알기 위해 대나무 곁에서 오랫동안 생활했지만 대나무의 궁극적 이치를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정말 성실하고 열심히 공부에 매진한 주희는 우리에게 공부의 방법도 하나하나 세세히 알려준다. 학문의 시작과 끝을 대학으로 하라고 하면서, 대학을 볼 때는 글귀마다 보면서 전문을 통독하여 익숙하게 하고 나서, 처음부터 자세히 보는 것이 좋다고 한다. 또 단락마다 익숙히 읽고 정밀하게 생각하여 모름지지 了了(료료)하여 분명하게 하고 나서 뒷단락을 읽으며 앞단락과 연결시켜 보라고 한다.
1교시 강독 후엔 멀리 대전에서 오신 배현숙샘이 본격적인 수업은 담주부터 시작하기로 하고 이번엔 ‘우주의 마음에 이르는 공부’란 제목으로 사주명리란 무엇인지에 대해 편안히 얘기해 주셨다. 고대의 음양오행에서 ‘음양’은 한의학으로 발전했는데 ‘오행’은 사주명리 관련 미신처럼 인식돼 있지만, 점과 사주는 다르며 사주는 8글자롤 바탕으로 만들어진 논리적 도구라고 하셨다. 타고난 8글자를 가지고 10년 주기의 대운, 매년, 매순간 다가오는 다른 글자들과 만나 어떻게 인생을 운전해 가는지에 따라 나의 운명이 달라진다. 사주명리 기초만 배우고 더이상 활용이나 공부를 안하니까 늘 제자리 걸음이다, 배샘이 조원들 사주를 모두 외우며 공부에 활용하라고 하시니, 이번엔 좀 더 공부를 깊이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참 그리고 배샘이 너무 젊어 보이셔서 깜짝 놀랬다. 명리공부를 통해 바라보는 조원들의 모습이 어떻게 보일지 또 궁금해진다. 올 한해도 모두 건강히, 즐겁게 공부를 통해 더 깊어지기를 바랍니다.
'진실로 하루가 새로워지려면, 나날이 새롭게 하고, 또 날로 새롭게 하라'(苟日新 日日新 又日新)
이번에 저 역시도 <대학>을 공부하면서 마음 속에 쏙- 들어온 문장이네요!
나날이 새로워지는 경이로운 이 세계를 노래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나날이 새로워지겠다는 비장함으로도 다가오기도 하네요!
요리조리 생각해보게 하는 문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