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후기
Seminar Bo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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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장 일요반 두 번째 시간. 이번에는 ‘단장취의 글쓰기’와 함께 예정에는 없었던(^^;;) <유학은 어떻게 현실과 만났는가>를 읽는 시간이 있었죠. 첫 번째 시간보다는 좀 더 묵직~해진 느낌입니다. ‘읽고, 읽고, 읽고, 쓰고, 외우는’ 알찬 시간이었네요. 간단한 후기와 함께 세 번째 시간 공지 드리겠습니다.
두 번째 시간의 화제는 단연 오전 명리학 시간에 배운 한난조습(寒暖燥濕)이었습니다. 자연이 24절기로 운행되듯 인간 또한 그 자연의 운행 속에서 계절마다의 차갑고, 따뜻하고, 습하고, 건조한 기질을 타고 납니다. 우리의 명(命)은 특정한 시간과 공간의 작용 속에 있기 때문에 그걸 읽어내야 하는 것이죠.
한-난은 자신을 드러내는 시간의 문제입니다. 차갑고 추워서 응축되고 밀집되는 한(寒)한 기질의 경우 스타트가 늦지만 한번 발현되면 힘의 밀도가 매우 높습니다. 반면 따뜻하고 이완되는 난(暖)한 기질의 경우 시작이 반응이 민첩하고 유연하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곧잘 받아들이지만 지속력이 떨어지기도 합니다. 조-습은 공간의 개념입니다. 사물이 건조한 공간에 처하면 단단해집니다. 물기가 빠지고 바짝 마른 것들은 쉽게 변질되지 않고요. 즉 조(燥)한 사람은 잘 바뀌지 않고 한 번 굳은 고유성을 끝까지 유지하려 하고 자존심이 강하며 자신이 있는 직위를 고수하려고 합니다. 반면 습(濕)한 환경에서 사물은 쉽게 변질됩니다. 습한 데 있는 물건은 쉽게 썩고 곰팡이가 피지요. 즉 습한 사람은 잘 섞이며 사교성 있고 직위보다는 연봉을 중시합니다. 현숙샘은 산중턱에 편의점을 낸 잘생긴(!) 중년 남성과 사람 바글거리는 곳에 입점한 스타벅스를 예로 드셨습니다. 듣다보니 간판도 없고 개점시간도 들쭉날쭉인 인스타 카페와 프랜차이즈 카페 빽다방의 대비 같다는 생각이듭니다. (전자가 점점 많아지는 지금은 전체적으로 조(燥)한 사람이 많아졌다는 것일까요?) 아무튼 한난조습을 배우고 각자의 월지를 공유하고 한난조습을 자발적으로(!) 공유하며 서로의 기질을 알아보았습니다. 점심밥도 잊고...정말 학구열 넘치는 시간이었어요.
오후에는 <유학은 어떻게 현실과 만났는가>와 <대학> 읽은 부분에 대해서 토론했습니다. <유학은 어떻게 현실과 만났는가>는 유학이 역사적 현실 안에서 어떻게 변신하는가를 추적합니다. 엄밀한 논리에서는 불교에 밀리고...도교의 불로장생 같은 대박상품(?)도 없는 유학은 오로지 태평한 공동체를 구성하기 위해 뭘 해야 하는가 하나 밀어붙이며 이천년 장인정신을 발휘해 왔습니다. 성리학이 대두되기 전까지, 유학은 기본적으로 정치철학 텍스트였던 것입니다. 이 정신은 수양이 평천하(平天下)까지 이어지는 <대학>에도 잘 나타나 있지요. 다만 이번에 문제가 되는 것은 <대학>의 편집자 주희가 격물치지에 대한 보망장(補亡章)을 끼워 넣었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아주 티 다 나게 대놓고 말이죠. 토론을 하면서 주희는 성의(誠意)로 <대학>을 끝내기엔 불안했을 거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뜻을 진실하게[誠] 하더라도 어떤 진실성이냐 하는 것이 계속 발목을 잡는 거죠. 자기를 속이지 않기 위해서라도, 자기가 어떤 관계 안에 있는지를 통찰하고 궁리하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보망장을 부득불 집어넣은 게 아닐까요? 그럼 이때 궁구하는 ‘지(知)’는 어떤 것일까요? 여러 생각이 듭니다.
토론이 끝나고 단장취의 글쓰기에 대한 코멘트를 들었습니다. 채운샘은 한 쪽의 완결된 글쓰기를 한다는 건 단편영화를 구성하는 것과 같다고 하셨어요. 10분 남짓한 영화를 찍는다면, 주인공이 무엇이고 어떤 이야기인지 바로 알 수 있게 구성되어야 한다고요. 그러지 않으면 늘어지고, 어떤 이야기인지 파악되기도 전에 영화가 끝나버리는 불상사가 일어나겠죠. 지금 내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문제와 문장이 만나서 어떤 생각이 전개되었는지 짧고 임팩트 있고 가볍게 쓸 것! 이것을 머릿속에 넣어두고 다시 단장취의에 도전해 봐야겠습니다.
다음 시간 공지입니다.
-<대학> 전 7장 ~ 전 9장 읽어옵니다.
-<유학은 어떻게 현실과 만났는가> 4장 ~ 6장까지 읽어옵니다. (발제는 정랑샘, 은정샘, 영주샘입니다.)
-<음양오행-볕과 그림자 그리고 다섯 원소> 2장 끝까지 (p.135) 읽어옵니다.
-암송 과제는 대학 처음부터 전5장(격물치지장)까지 그리고 24절기입니다. (못 외우시면...외울 때까지 함께 있어 드립니다:D)
-쓰기 과제는 자신이 태어난 달의 한난조습을 알아보고, 그것이 천간에 가지고 있는 글자와 어떻게 관계를 맺는가에 대한 글을 써 오는 것입니다(ex. 내가 태어난 난조(暖燥)한 신(申)월이 어떻게 내 천간의 글자와 관계를 맺을까?). 그런데 천간을 잘 모르시는 분들은 자신의 월지의 특성에 대해서 잘 정리해 옵니다(ex. 내가 태어난 난조(暖燥)한 신(申)월은 내부가 난하고 외부가 조한데, 이건 무슨 뜻일까?). 각자의 수준에 맞게 써 오도록 해요.
-필기 테스트도 있으니 <대학> 경도 복습해 옵시다^^
일요일에 만나요//
‘읽고, 읽고, 읽고, 쓰고, 외우고’ -> 저녁에 풋살까지! 아주 풍성한 하루네요^^!
한-난-조-습으로 나와 다른 사람의 성향을 요리조리 상상해보는 재미난 시간이었습니다~
역사 속에서 유학이 어떤 투쟁을 겪고, 어떤 변형을 겪었는지 넓은 시간 속에서 다각도로 상상해볼 수 있었네요!
주희가 어떤 역사 속에서 <대학>을 왜 강조했는지, <대학>에 등장하는 대인은 어떤 모습일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과제가…정말…많고 다양하네요…
이리 보고 저리 봐도 알찬 구성입니다. ㅋㅋ 마냥 프로그램이 많아서라기보다는 기초를 다질 수 있기 때문인데요. 한문을 읽기 위한 기초, '자신'을 이해하기 위한 기초, 읽기와 쓰기의 기초가 모두 하루만에 닦이는 공부를 어디서 할 수 있을까요!? 거의 인간 개조..! 이 모든 과정을 충실히 밟고 나면 1년 뒤에 어떤 모습이 돼 있을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