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장 일요반 4주차(3/10) 공지
우주의 마음에 이르기 위한 세 번째 걸음을 내딛는 시간이었습니다. 내내 보던 우리들인데 공부가 달라져서 그런가 전 아직 처음 반 배정받은 새내기 같은 마음이 들어요. 기운이 달라져서 그런가요? 제가 느끼는 건 “읽고 읽고 읽고 쓰고 외우고...” 쓰지 않던 몸을 많이 쓰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어요. 올해는 확실히 신체화하는 과정을 공부에 확 들여놨다는 느낌이 듭니다. 낯섦은 이 리듬을 만드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겠죠? 읽고 쓰고 외우면서 ‘공부하는 신체’로 함께 거듭나 보죠.
배쌤께 명리학을 배우는 기회가 있어 참 즐거운 한 사람인데요, 요즘 연구실 유행어 중 대세가 “한난조습”입니다. 월지 따져서 선무당들이 더듬더듬 코끼리 만지느라 바쁩니다. 월지는 한 인간의 기질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바로미터입니다. 강의를 시작하며 샘께선 조후가 극명하게 다른 두 사람의 명조를 소개해 주셨어요. 한 분은 천간에 병화가 두 개나 떠 있어 총명하기 그지없어 보이지만, 지지는 축자술자로 매우 한조한 동무 이제마의 스승 ‘한석지’ 선생님이었어요. 젊어 사마시에 급제하여 성균관 유생까지 되었으나, 어울리지 못하고 낙향해 평생 가난한 선비로 의술의 길을 놓지 않았다고 하네요. 8,90 되어야 공부가 세상에 쓰이는데, 아흔이 되어 <동인록> 한 권을 저술했다고 하는데, 이제마가 그 책을 알아보고 <명선록>에 실었다고 합니다. 또 한 분은 화기가 많은 걸로 알려진 다산의 사주였어요. 월지 미토에 임수가 있어 임금인 정조의 총애를 받았으나 유배지에서 저술하는 삶을 살았던 것으로 유명하죠. 누구나 큰 어려움 없이 삶이 이어지길 기대하면서 사주를 봅니다, 그러나 극명하게 기울어진 구조 속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걸 최대한 펼친 두 분의 삶은 좋고 나쁨의 판단을 넘어서고 있었어요. 명리를 어떻게 우리 삶에 활용해야 하는지 보여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되지 않는 걸 허황하게 바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그릇과 구조를 알고 할 수 있는 걸 꾸준히 하는 것으로 말이죠. 욕심을 많이 내려 놓게 되네요. 샘의 다음 강의가 기다려집니다. 이후 명리학 세미나도 열린다고 하니,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고전을 해석할 때 어려움은 단어나 말에 갇히는 문제인 거 같아요. 말이 조건과 맥락 안에서 의미를 가지기 때문인데, 저희 조에서는 교(敎), 종(從) 같은 말이 그런 거였어요. 특히 敎는 대학만으로는 해석이 부족한데요, 중용이나 논어의 말을 가져와야 의미가 풍부해지죠. 근대 교육을 받은 우리들은 가르침이란 바로 위계로 이해하게 되죠. 자격이 있는 권위자의 말을 일방적으로 들어 이해하는 미자격자의 태도로 말이죠. 그러나 <논어>에서 교는 교화(敎化), 변화시키는 의미가 더 큰 거 같고요, 중용에서 교는 도를 펼치게 하는 것, 즉 자신의 본성이 드러날 수 있게 하는 게 교로 쓰이고 있죠. 전9장에서는 治나 制의 정치적 의미로 쓰이고 있습니다. 글자 하나가 이렇게 많은 함축을 담고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다양한 해석이 가능해지는 것이라고 봐야 할텐데요. 다양한 해석은 근대적 사유에 절어진 우리의 사고에 조금이라도 균열을 내기 위해서라는 걸 이해하는 게 더 중요할 거 같아요.
채운샘은 강의에서, 신독(愼獨)을 풀면서 단장취의의 사례를 잘 보여주셨어요. 신독은 주희의 유학 해석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우리가 읽고 있는 대학에서는 성의, 정심을 이해하는 실마리가 되죠. 샘은 신독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의 마음을 살핍니다. 축의 시대 이후 인간에게 생겨난 것이 마음입니다. 소유도 계급도 공간 개념도 없던 인간 사회에 찾아온 기후 위기는 마음이 구조화되는 계기가 됩니다. 칼 야스퍼스가 축의 시대라고 부르는 시대입니다. 이 후 긴장한 인간은 ‘미래’를 준비하기 시작했고, 위기를 맞아 인식역량이 증가하며 문명과 소유가 시작되었어요. 그러나 이 문명의 이면에서 인간을 기다린 것은 자신의 ‘마음’이었어요. 현대의 우리도 자기 마음 때문에 늘 괴롭고 힘겹죠. 지금 우리 현대인이 자신의 마음을 마주하는 시간은 ‘일요일 오전’이랍니다. 가장 느슨하고 한가한 이 시간이 가장 위험한 순간이 되는 거죠. 온갖 찌질함과 비교와 욕망이 한 순간에 밀려와 자기 자신은 자기에게 가장 위험한 존재가 되고 말죠. ‘신독’은 담담하게 그 마음과 마주하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닐까라는 게 샘의 결론이었어요. 불교에서도 명상을 중요한 수행으로 보고, 성리학자들 역시 마음의 단도리가 공부의 지름길임을 알았던 거죠. 일요일 오전에 모여서 암송하고 ‘무진장’ 떠들기 바쁜 우리들은 복 받은 존재들입니다. 하하.... 자기 자신을 잘 마주하며 취의해 보아야겠네요.
다음 주에 간단한 뒤풀이를 하려고 합니다. 학기 초에 4주차, 7주차에 뒤풀이 한다고 구두 공지했었는데, 다 잊어버린 건 아니시죠? 배쌤도 참여해 주신다고 하셨어요. 명리학 배우며 궁금했던 것도 질문해 보실 수 있습니다. 저희 팀의 소소한 전통이 하나 있다면, 놀기 위해 공부한다? 먹기 위해 에세이 쓴다? 뭐 이런 것들이잖아요. 담주 시간 조절하고 오셔요.~~
*** 공지입니다.
* 읽을 책
<대학> 전10장.
<유학은 어떻게 현실과 만났는가>는 7장 ~ 8장 (발제는 규창샘, 현주샘, 정옥)
<음양오행-볕과 그림자 그리고 다섯 원소> 3장
* 과제
- 암송 과제 : 대학 경부터 전9장까지 (입에 붙이는 게 중요하요)
- 쓰기 과제 : 대학 전3장부터 전9장까지 중 한 구절 골라 “단장취의” 글쓰기 해옵니다.
밤 12시까지 숙제방 (홈피 상단 후기-> 무진장 일요반-> 숙제방)에 올려주세요
- 필기 테스트는 대학을 다 읽고 하기로 하였습니다. 명리학 과제도 없습니다. 암기에 집중할 수 있겠네요.
*
후기는 수미샘, 4주차
간식은 영란샘, 혜원 부탁드려요.
3주(3/3) |
4주(3/10) |
5주(3/17) |
6주(3/24) |
7주(3/31) |
8주(4/7) |
9주(4/14) |
수미 |
현정 |
은정 |
지영 |
현주 |
정랑 |
고은 |
일요일에 만나요//
밥 먹을 때 '생년월일시'를 묻고, '한난조습'을 파악해주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네요!
여덟 글자를 온도와 습도로 생각해보고, 나와 다른 사람의 기질에 적용해보는 게 참 재밌습니다.
그리고 '일요일 오전'이라는 시간, 긴장이 가장 풀렸을 때가 가장 우울할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해보게 됩니다.
어떻게 하면 신독할 수 있을지, 어떻게 마음을 직면하고 엉킨 마음을 잘 풀어낼 수 있을지 질문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