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장 일요반 5주차(3/17) 공지
계묘년에서 갑진년으로 바뀐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3월이군요. <대학>도 끝나고 이제 <중용>으로 들어가고, 단창취의 글쓰기도 2번 하고, 암송도 꽤 많이 했네요! 여느 때처럼 암송에 머리를 쥐어박고, 글쓰기에 좌절하다 보면 어느 순간 1학기가 지나있을 것 같습니다. 시간의 신비! 이렇게 읽고, 읽고, 읽고, 쓰고, 외우다보면 무의식의 차원에서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까요? 기대를 해보며 이번주도 정진해봅시다.
첫 시간은 오행의 특성과 한난조습에 대해 배웠습니다. 자신의 오행을 한난조습의 개념과 연결해서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는데요. 예를 들면 목(木) 기운은 ‘정지상태에 있던 씨앗을 뚫고 솟아오르는 동적(動的)인 힘’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그 힘을 사람의 성향으로 보면 진취적이고 직선적이고 도전적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사주팔자에 목(木) 기운이 많이 있다면, 기본적으로 이런 성향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목(木) 기운이 어떤 조건에 있는지 살펴보면 또 다르게 해석할 수 있습니다. 가령, 목(木) 기운이 한(寒)한 조건에 있다면 어떨까요? 그러면 다른 조건의 목(木) 기운과 달리 성장이 더딜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성장이 더딘 만큼 자신의 길을 꼿꼿하게 나아가는 특징을 보일 수 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한(寒), 난(暖), 조(燥), 습(濕)의 개념을 오행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화(火)는 사방으로 팽창하는 성향, 토(土)는 A와 B 사이의 관계를 매개하는 역할, 금(金)은 단절하고 경계하는 힘, 수(水)는 응집하고, 침투하는 힘입니다. 각자의 월지(月支)의 한난조습과 일간을 함께 이해해보고, 또 사주팔자에 두드러지는 오행을 한난조습 개념으로 이해해보면 재밌을 거 같습니다.
<대학>은 전 10장의 혈구지도(絜矩之道)로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혈구지도란 ‘헤아릴 혈’(絜), ‘곱자 구’(矩)인데, ‘구’는 네모난 것을 그리는 도구를 의미합니다. 여기서 ‘구’는 사람이면 누구나 가지고 태어난 ‘마음’입니다. 혈구지도를 해석할 때 주자는 사람 마음이 ‘같은 바’[其所同]를 지향한다고 전제하는데요. 혈구지도의 구체적인 실천으로 <대학>의 한 장면을 보면 이렇습니다. “윗사람에게서 싫었던 것으로 아랫사람을 부리지 말며, 아랫사람에게서 싫었던 것으로 윗사람을 섬기지 말며, 앞사람에게서 싫었던 것으로 뒤에 오는 사람에게 앞서 가며 그런 짓을 하지 말며…이것을 혈구지도라고 한다.” <대학>에서는 혈구지도를 ‘다른 사람에게 싫었던 바를 옮기지 않는 것’으로 설명하는데요. 저희 조의 토론에서는 왜 ‘좋은 것을 다른 사람에게 옮기는 것’으로 설명하지 않고 ‘싫은 것을 다른 사람에게 옮기지 않는 것’으로 설명했는지, 좋음과 싫음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질문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좋음과 싫음의 감정은 기질, 문화, 종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이것이 어떻게 윤리가 될 수 있는지 질문이 있었습니다.
채운샘 강의에서는 ‘네게 싫은 것을 다른 사람에게 행하지 말라’는 윤리를 소극적이고 느슨한 윤리로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단호하고 엄격한 윤리가 아니라 구체적인 관계에 따라, 정황에 따라 윤리를 적용해야 하는 것이지요. 기존에 ‘윤리’라고 했을 때는 언제, 어디서나 지켜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폭넓게 윤리를 상상해보게 됩니다. 인(仁) 같은 경우에도 왕양명은 ‘살리고 싶은 마음(惻隱之心)’으로 해석하는데, 무언가를 살린다고 할 때 어떤 때는 단호해야 하고, 또 어떤 때는 느슨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글 피드백을 해주시면서 우리가 글에 자주 쓰는 ‘능동적 삶’이 대체 무엇인지 생각거리를 던져주셨습니다. 저희는 보통 ‘능동적인 삶’이라고 하면 열심히, 노력하고, 달려나가는 모습을 상상합니다. 그런데 그게 능동적인 삶일까요? 채운샘은 능동적인 삶을 ‘자신과 역량이 분리되지 않는 것’으로 정의해볼 수 있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말, 생각, 행동 등등 내가 생산하는 것과 자신이 일치하는 것을 말합니다. 저희는 보통 자신과 역량을 분리하는데요. 그 현상은 ‘더 잘할 수 있었는데’라며 아쉬워하고, ‘10년 뒤에는 더 잘하겠지’라며 꿈을 꿉니다. 자기 자리가 아닌 다른 것을 상상하면서 자꾸만 지금 자신을 소외시키는데요. 지금 나의 생산과 활동이 내 전부가 되려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이번 한 주 동안 능동적인 삶을 고민해보고, 지금 여기를 충만하게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익혀보아요-!
* 읽을 책
<중용> 1장 ~ 12장
<유학은 어떻게 현실과 만났는가> 9장, 10장, 11장
<음양오행-볕과 그림자 그리고 다섯 원소> 4장
* 과제
- 암송 과제 : 대학 경부터 전 10장까지!!
- 발제 과제 : 희수샘, 현미샘, 영란샘
* 후기 : 현정샘 / 간식 : 이인, 지영샘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하루에 하는 게 참 많아요? ㅋㅋㅋ 이런저런 강의 듣고, 피드백도 듣고 등등. 입과 귀가 쉴새없이 움직이는 하루입니다. 그래도 전반적으로 고대 중국의 사유, 나아가 철학의 기반을 닦는 느낌입니다. 텍스트를 몸에 새기고, 구절을 자기 식으로 소화하고, 이론을 통해 다르게 보는 관점을 가지는 등 앞으로 공부하는 데 있어서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특히 명리학을 통해 '오행'을 이해하면 왠지 다른 중국 텍스트들을 읽는 데에도 연결될 것 같단 말이죠...!? 하루종일 궁리의 연속! 무엇보다 궁리하는 몸의 훈련! 잘 버텨냅시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