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장 일요반 6주차(3/24) 공지
봄기운이 살랑살랑 창문을 넘어 들어오니 1학기의 절반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이번 주부터 사서 중 두 번째 책 중용(中庸)이 시작되었는데요, 혜원샘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는 규창샘의 귀에 꽃히는 강독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로 새로웠습니다. 강의를 듣고 함께 읽으니 이제 끊어 읽는 지점들에서 호흡이 제법 잘 맞는거 같습니다 ㅎㅎ
이번 주 명리 시간에는 오행의 왕쇠강약(旺衰强弱)에 따른 생극(生剋) 관계를 배웠습니다. 5주차에 들어서니 전문용어들이 등장하고 복잡해지네요. 이럴 땐? 천천히 한발씩 가야죠. 사주를 보는 것은 음양에서 시작해 음양으로 끝난다고 하는데요, 음양의 대표적 작용이 한난조습입니다. 명의 초기조건인 태어난 달, 월지는 한난조습의 기본 작용과 특성을 드러내고요. 그래서 월지는 한난이 우선하고 일지는 조습이 우선하는데, 이 우선한다는 것은 먼저 표면화되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한난과 조습은 음양의 표현이니 음양처럼 서로 간섭하고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가 언제나 강하거나 늘 약하기만 한 건 아닌 것처럼 음양은 상대적이죠. 주변과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걸 기억하고 베이스로 깔고 가야 한다고 강조하셨어요. 그걸 바탕으로 어떤 조건에서 목(木)이 강해지고 약해지는지 그것이 생하고 극하는데 어떤 역학관계를 가지는지 보는 거죠. 이를 위해 먼저 각각의 오행이 가진 체성을 알아두는 게 중요합니다. 목(木)이라면 땅을 뚫고 나오는 힘과 관련한 분출력, 용출력을 생각하면 좋습니다. 누르면 누를수록 튀어나오는 스프링을 생각하셔도 좋구요. 아침에 눈 뜨는 것 역시 목의 기운이죠. 화(火)라면 뜨거운 열이 떠오르죠. 흩어지고 분산하는 기운입니다. 이런 오행의 특성을 생각하면서 자기의 사주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를 보면 되는데요. 예를 들면 뚫고 나오는 힘을 가진 목을 볼 때, 수생목(水生木)이 되더라도 수(水)에 붙잡힌 목은 목다운 기를 분출하지 못하니 강하다고 할 수 없죠. 목기는 수에 머물 때가 아니라 화를 만나 목생화(木生火)할 때 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자기의 오행을 가지고 하나씩 대입해 보면 어렵지만^^;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참, 자기에게 없는 오행이 있다고 낙담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가 간, 심, 비, 폐, 신을 다 가진 몸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건 오행이 다 들어있다는 얘기니까요. 다만 활성화가 덜 되었다고 볼 수 있다는 말이 남습니다.
중용의 첫 구절은 그 유명한 천명지위성으로 시작합니다. 통치를 위해 나아가는 대학을 읽다가 천명으로 시작하니 좀 트이는 느낌이 든다는 의견들도 있었는데요. 저는 주희가 지은 중용장구의 서문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중용은 공자의 손자인 자사가 도학이 전통을 잃을까 근심하여 지었다고 하는데요. 윤집궐중(允執厥中, 진실로 그 중을 잡아라)으로 중용의 키워드를 말합니다. 이는 요임금이 순임금에게 내려준 것이고 순임금은 세 마디를 더 보탭니다. “사람의 마음은 위태롭기만 하고 도의 마음은 미세하기만 한 것이니, 정밀하게 한결같아야 진실로 그 중을 잡게 된다(人心惟危 道心惟微 惟精惟一 允執厥中).” 이 시기에 벌써 마음을 얘기한다는 게 놀랍습니다. 게다가 이를 곰곰이 생각한 주희는 말합니다. “마음의 허령과 지각은 하나일 뿐이다 (心之虛靈知覺 一而已矣).” 라고요. 허령함이 모든 것들이 서로 소통되고 공유할 수 있는 생명력이라면 지각은 구체적인 사물과 접했을 때 생기는 것이죠. 그런데 허령과 지각이 도심과 인심으로 차이가 있는 이유는 뭘까요? 어떤 때는 형기의 사사로움에서 생기고 어떤 때는 성명의 올바름에 근원을 두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가장 지혜로운 사람도 인심이 없을 수 없고, 가장 어리석은 사람도 도심이 있다고 하는데 듣기만 해도 막 중을 잡고 싶지 않습니까! 어렵게만 느껴졌던 중용이 다시 읽고싶은 텍스트로 바뀌는 순간이었습니다.
점심을 먹으며 화창한 기운에 들썩거린 우리는 창경궁을 못가본 유일한 병화 현미샘을 핑계로 30분 늘려 산책을 갔으나...대학 전문 암송이라는 족쇄에 스스로 매여 들어.. 기이하고도 요상한 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ㅋㅋ 이럴 줄 알았으면 골방에서 할 껄 그랬나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도 함께 걸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그 봄기운을 입은 덕에 대학 전문을 외우지는 못했어도 끊기지 않고 낭송했다능 ~~
목젖에 익숙해 지도록 반복 반복 반복! 하다보면 연말에는 다 외우겠죠?!^^ 그 이상한 현장은 아래 사진으로~~
*** 공지입니다.
* 읽을 책
<중용> 12장 ~ 19장
<뚜웨이밍의 유학강의> 1부 자기수양의 아픔과 고난까지(발제: 수미샘, 지영샘, 경순샘)
<음양오행-볕과 그림자 그리고 다섯 원소> 5장
* 과제
- 암송 과제 : 중용 1~11장 까지 (대학은 계속~~)
- 쓰기 과제 : 대학 전9장 ~ 전10장까지 중 한 구절 골라 “단장취의” 글쓰기 해옵니다.
밤 12시까지 숙제방 (홈피 상단 후기-> 무진장 일요반-> 숙제방)에 올려주세요
* 5주차 후기는 현정샘, 간식은 정랑샘, 현미샘께 부탁드려요.
* 남은 1학기 후기 담당도 변경하여 올립니다.
6주차(3/24) 은정샘
7주차(3/31) 정랑샘
8주차(4/7) 고은샘
9주차(4/14) 영란샘
일요일에 만나요 ~~
아니, 저기요, 저..저...저렇게까지 하셨으면 줄줄줄 외우셨어야 되는 거 아님미까@.@
창경궁에서 있는대로 '<대학> 읽는 사람들' 티를 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매일 성큼성큼 다가오는 봄기운처럼 암송 구절이 머릿속에 들어왔으면~~~
ㅋㅋㅋ 저게 뭐야. 창경궁 가겠다고 말했음 확실하게 놀다 오던가 아님 틀여박혀 확실하게 외우기라고 하거나 못하고 둘 사이에서 전전긍긍하는 우리들 모습이 사진에 절묘하게 포착됐군요!! 그래도 돋아나는 봄 새싹들 만나고 왔으니 괜찮았던 걸로?! <대학><중용> 지금은 못 외워 쩔쩔 매고 있지만 올 해 가기 전에 한번 목젖에 젖어 들게 달달 외워보자고요! 퐈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