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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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팀 에세이 나눔 – 추수 감사
역쉬 인생은 뜻대로 안 풀리네요. 오늘 부스터샷 맞고 앓아 누울 예정이었으나, 아플 기미가 전혀 안 보여 머쓱해지네요. 이부자리도 다 깔아 놨는데. 깔아놨으니 다시 접긴 아깝고, 할 수 없이 그 자리에 앉아 후기라도 끄적거려 봅니다. 내일 할 일을 오늘 미리 땡겨 하는, 일생일대의 모험을 시작해보기로 하겠습니다.
우린 왜 이러고 살까? 당신은 왜 이러고 삽니까?
이번 에세이 발표는 다른 때랑 뭔가 좀 달랐는데요. 좀 더 편안하다고 해야 하나? 매운 맛이 빠진 순한 맛이라고 해야 할까요? 채운샘의 호령도 예전만 못 하고, 학인들의 서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글 속에 담긴 마음들도 대략 추정이 가능하니 애매한 ‘오순도순’ 공기방울들이 몽글몽글 규문각을 채우네요. 게다가 저는 에세이 발표 당일 아침까지(?-‘까지’라는 대목이 양심에 걸리네요. ㅎㅎ) 글을 잡고 끙끙거리느라 혼미한 상태여서 약간 몽환적인 상태로 하루를 보냈답니다.(오늘은 이상하게 초큼씩 미화가 되네요. 백신 맞아 그런 걸로.)
이번 에세이는 공업과 관련한 글쓰기였는데요, 한 줄로 요약하자면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고통을 불교를 통해 어떻게 다르게 볼 수 있을까?’인데요. 이 문장에 어려운 말은 하나도 없는 것 같은데, 막상 쓰려니 쉽지 않았습니다. 집(중년과 청년), 노년, 병, 분노, 엄마, 공부, 편안한 삶 등 자신이 괴롭게 느끼는 문제들을 우리 사회의 고와 포개보려고 했는데, 많은 학인들이 개인의 업과 공업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 적당히 타협하는 고질병을 드러내고야 말았습니다. 공업을 분석하는데 힘을 쏟다 길을 잃기도 하고, 자신의 고를 공업과 매치시키지 못 하기도 했지요. 그런데 우리 각자의 마음을 잘 분석하면 그것이 자연스럽게 공업과 연결되는데, 우리가 동떨어져 사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인연의 장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노년, 집, 여성, 병, 분노도 모두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 의해 규정된 의미망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체감하는 자리는 다 다를지라도 우리의 존재가 이런 인연들 속에서 강제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인연들 속에서 공부하는 것이란, 공부하는 나의 자세는 어떤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깨달음과 지식이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는 자들의 특권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평등이 아닌가?” 라는 채운샘의 말씀이 묵직하게 다가왔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마지막을 함께 하지 못한 학인들이 있어 초큼 아쉬웠습니다. 우선, 멀리 이란에 있는 학인, 글구 다사다난, 우여곡절, 고군분투, 이런 말들과 함께 떠오르는 학인인데요. 갑작스러운 위경련으로 참석하지 못 했는데, 너무 잘 하려는 마음이 몸의 병으로 나타난 것 같습니다. 저도 글 마무리가 안 돼서 거의 잠을 못 잤는데, 무척 후회했습니다. 다른 학인들의 글에 집중을 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당일날 샘들의 코멘트에서 배우는 것이 꽤 큰데 그걸 흘려 보낸 것 같아서요.사실 내 글을 잘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 개찐도찐이죠. 하루만에 글이 환골탈태하는 것도 아니고. 저는 불교팀에서 자칭 타칭 ‘슬렁슬렁’으로 불리는데, 그렇게 사는게 좋다. 앞으로도 쭉 이렇게 소박하게 살고 싶다고 썼는데, 그 ‘소박한’에 얼마나 많은 탐심이 있는지 보라는 코멘트를 듣고 정말 잠이 확 깨버렸습니다. 에세이는 쓰는 과정에서도 배우지만, 발표하고 코멘트를 듣는 과정에서도 배우는데, ‘나의’ 글이라는 것을 껴안고 있으면 다른 배움의 장을 놓치게 되지요. 시간 내에 쓴 만큼이 자신의 최선임을 인정하고 그걸 그대로 들고 오는, 얼굴에 두꺼운 철판 깔기, 우리에게 필요한 신공입니다.
우리 채운샘이 변했어요 – 꽁지머리 채운샘
에세이 발표가 끝나고 채운샘께 왜 이렇게 변했냐고, 변심의 특별한 계기가 있었냐며 실실거리며 물어봤더니 얼마 전 치른 티벳 시험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시더군요. 티벳에서는 시험이 꼭 평가의 의미만이 아니라, 그동안 배운 것들을 다시 한 번 돌아보고 자신을 포함해서 모두가 다 함께 나누는 장이라고 하더군요. 시험이 일종의 추수 감사의 장인 거죠. 다음 에세이땐 칠면조를 준비하고 싶네요. 그동안 배운 것을 가지고 한 발짝이라도 뗐으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겠냐며 편안한 얼굴로 말씀하시는데, 으~~ㅁ. 헤헤. 멀리 티벳에서 오신 효암스님의 기운이 규문에도 전해져서 우리의 기운장을 바꿔놓네요. 이렇게 바뀐 우리의 기운이 또 알 수 없는 인연들에 의해 퍼져 나가겠죠? 올 한해 모두들 애쓰셨습니다. 덕분에 즐거웠어요.
특별 감사
특별히 2부에 찬조출연하여 자리를 빛내준 엄이우씨에게 감사 드립니다. 덕분에 스트레이키즈라는 새로운 문화도 접하게 되었습니다. 10대가 드물어 외로웠을 이우의 그간의 심정을 십분 이해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굴하지 말고 꿋꿋하게 새로운 문물을 전파해주길 부탁합니다. 우리가 쑥스러워서 그렇지, 그런 것 좋아해요. 어디 가서 아는 체도 할 수 있고.
내 사진 아래다 저 요상허게 생긴 청년의 사진을 놓은 것은.... 나의 치명적 뒷태에 대한 오마쥬인가 조롱인가.... 살다보니 호정샘이 내일 할 일을 오늘 땡겨 하는 기적을 보는도다!ㅋㅋ
역쉬. 오마쥬와 조롱 사이의 아슬아슬한 뉘앙스를 감지하는 채촉 사마
세상은 요지경이라 누군가는 치명적인 앞태의 사진 위에 요상허게 생긴 꽁지머리 사진이 놓인 것으로 볼 수도. ㅎㅎ
그래도 마지막까지 큰 가르침을 주셨으니 제가 자비심을 발휘하도록 하죠. 둘 다 치명적인 것으로.
슬렁슬렁 후기를 쓰실 줄 알았더니!.. 제가 아침에 나가 스파이더맨까지 보고 밤늦게 들어온 날에 벌써 후기를 써놓으셨네!!! 부스터샷 부작용이 독하네요......ㅋㅋㅋ 어쨌거나 에세이 후기도 써주시는 나의 비빌언덕 우리 호정대보살님 .. 제가 지난 일년동안 공부하면서 힘들때면 그 넓은 등짝에 기대어 쉬어본 기억은 없지만서두....명색으로라도 저의 비빌언덕이 되어주셔서 감사하다고....말하기도 뭣하네요....쩝......ㅋㅋㅋ 메롱. 샘 놀리는 맛에 살았지롱..^0^
내년에는 아비달마 구사론 잘근잘근 씹어드시고 크~게 웃으시길.....기원합니다.^---^ 모두모두 애쓰셨어요!
우리 서로 놀리는 재미에 산겨? 만만한 놈들이 많아야 좋은디. 아쉽. 근디, 기원까지 해줬는데 이빨이 션찮아서 잘근잘근 씹긴 힘들겠네. 그래도 이빨은 있으니 뭐 어떻게든 먹겠지. 크게 웃는건 지금이라도 가능하지. 우하하하하. 덕분에 올 한 해 편안했어요. 샘도 평안하길.
ㅋㅋㅋ 부스터 샷도 꼼짝 못한 호정의 기운! 증말 대단대단!!
방학이 되어 그동안 못만나던 얼굴들 보러 들락거리다 우리 호정 후기가 있다는 사실을 그만 깜빡 잊었었네....
역쉬!! 후기는 호정편이 짱인 것으로!! ㅎㅎㅎ
명색이 아니라 실제 든든한 언덕이 되어주었던 울 호정샘, 감사했어요^^
내년도 그 젊은 기운으로 규문을 화안하게 밝혀주시길^^
배쌤. 우리의 티키타카는 쭈욱 가야죠. 함께 밝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