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 4회차(5.24) 공지입니다(늦어서 죄송합니다)!!
1) <물질세계> 제2장 소지인 대상의 체계 ‘안 등 5근’에서 ‘원인과 결과의 체계’(190쪽~246쪽)까지 읽고 토론거리를 댓글로 달아주세요~
2) <물질의 물리학> 3장, 4장을 읽어옵니다. 발제는 이미영 선생님과 정은이 선생님이 맡아주셨습니다.
3) 간식은 이윤지 선생님, 김경아 선생님께서 준비해주시겠습니다.
4) 후기는 정은이 선생임께서 써주시겠습니다.
대상 세계를 헤매기
기나긴 서문을 읽고 드디어 <물질세계>의 본론에 들어갔습니다. 작년 한해 <구사론>에서 배운 것들이나, 가물가물했습니다. 하지만 완전히 낯설지 않게 읽을 수 있다는 것만 해도 큰 성과라 생각합니다! 자, 어떻게 물질세계를 헤아려볼 수 있을까요? 별처럼 많은 경전과 논서를 무량한 자비심으로 서머리&다이제스트 하셨던 편집자분들은 물질을 탐구하는 길을 다섯 가지로 나누셨습니다. 1)대상의 체계 2)식의 체계 3)식이 대상을 인식하는 방식 4)식이 대상을 지각하는 방법 5)대상을 파악하는 자 뿌드갈라의 체계. 복잡합니다. 네, 세계는 우리가 아는 것처럼 단순하지 않죠. 어쨌든 첫 스텝은 그나마 단순한 대상의 체계인데요, 이때의 대상은 관찰자와 분리된 객관적인 세계가 아닙니다! 이것이 과학과의 차이인데요, 대상은 그 자체로 ‘소지’(所知), 즉 알려진 바 혹은 앎이 파악한 바를 말합니다. “‘식의 대상으로 적합한 것’이 소지의 정의이다.”(150쪽) 대상의 이러한 정의는 대상 자체가 이미 식의 활동을 전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상의 동의어들이 있습니다. 소지(앎의 대상), 존재(양量-헤아림으로써 인식되는 것), 성립(양이 지각하는 것), 소량(양이 아는 대상), 법(자신의 본질을 지지는 것) 등입니다(헷갈리지 않게 끄적끄적 적어봅니다).
대상은 이제 촘촘히 나뉩니다. 존재의 본질, 특성, 목적, 유형에 따라 여러 가지 분류 방식이 있습니다. 가장 큰 분류는 유위법과 무위법이죠. 유위법은 무상입니다. 원인과 조건이 모여 만들어지고 변하는 것이죠. 생-주-멸이 가능합니다. 무위법은 항상입니다. 원인과 조건이 모여서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요 변하지도 않죠. 생-주-멸이 없죠. 우리의 관심은 일단은 유위법입니다. 유위법은 또 나뉩니다. 유색, 식, 불상응행입니다. 보이고 만져지는 접촉과 막힘을 갖는 것은 유색, 유색이 아닌 내적인 경험의 본질인 식, 색도 식도 아니지만 그 둘 중 어느 하나의 부분에 가설된 것이 불상응행입니다. 불상응행의 예시로는 시時(시간?)이 있다고 하는데, 저희는 이것이 무표색과 어떻게 다른지 좀 헤맸습니다. 다음 주 범위에 등장하고 있으니 또 머리를 맞대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유색의 특징은 공간적 점유성, 증감하는 성질, 접촉의 성질입니다. 우리가 아는 물질에 가장 가깝죠. 그러나 유색도 덩그러니 놓여 있는 정물이 아닙니다. 유색은 언제나 근경식의 화합물로만 존재하죠. 어쨌든, 유색 중에서 그래도 가장 ‘물질스러운’ 대상인 외색, ‘색성향미촉’ 다섯가지의 경(경계)가 먼저 등장합니다. 경은 근과 식의 대상이 되므로 처라고 부릅니다. 저희는 색처, 성처, 향처, 미처, 촉처에 대해 읽고 이야기했습니다.
이 중 촉처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흥미로웠습니다. 촉처는 신식의 접촉 대상인데요, 대종과 소조로 나뉩니다. 원인인 촉처가 대종(지, 수, 화, 풍의 요소), 결과인 촉처가 소조인데요. 왜 둘로 나눠서 말하는 건지가 궁금했습니다. 물질들에는 언제나 화합이 늘 포함되어 있음을 말하려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무척 복잡하게도 소조에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 1)대종을 원인으로 한 것. 이는 저희가 아는 화합물입니다. 대종이 취합해서 생긴 것이죠. 2)그 명칭이 궁극적으로 대종에 의지한 소조. 이것은 극미입니다. 그런데 극미는 이미 대종을 이루는 물질의 최소단위인데, 어떻게 소조, 즉 결과인 촉처가 될 수 있을까요? 어떻게 대종이 극미의 원인일 수 있을까요? 모순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원인’은 취합이 아니라 의존 관계입니다. “대종이 있으면 ‘색’이라 칭하는 어떤 것이 존재하고, 그것이 존재하면 ‘극미’라고 하는 명칭도 생기게 된다.”(185쪽) 좀 어렵지만 저희는 여기서 ‘명칭’을 ‘개념’이라고 읽었습니다. 개념으로서의 극미가 요청된 것이죠. 그러니까, 대종이 있어야만 어떤 물질(색)이 생겨날 수 있는데, 그 물질이 허상이 아니라 실재 물질성을 가진 존재이기 위해서는 극미라는 개념이 정립될 수밖에 없습니다. 저희가 그리스 원자론에서 확인했듯,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물질의 최소단위가 없다면 물질의 실재성이 정초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즉 물질이 생겨나 있기 위해서는 개념적인 극미가 반드시 따라나오게 됩니다. 이런 의존관계 때문에 극미가 소조라고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법처색의 극형색과 수소인색(무표색)을 소조로 정립하는 방식도 이와 비슷하다고 합니다. 3) 대종을 인식 대상으로 하여 현현한 소조. 여기에는 ‘정자소생색’이 해당되는데, 이는 대종의 취합도 아니고 대종에 의지해서 생겨난 것도 아닙니다. 대종을 대상으로 삼아 삼매의 식에 현현하는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이는 너무 몰라서 다음 시간에 더 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채운샘께서는 헤매더라도 잘 해매라는 말씀과 함께 물질을 둘러싸고 현대 철학에서 생겨난 재미난 이야기들을 들려주셨습니다. 그것은 미영샘께서 후기에 잘 정리해주시리라 믿으며 공지를 마치겠습니다^^
같이 헤메니 그것도 나름 괜찮네요. 덜 힘들고. ㅎㅎ. 매번 올려주는 공지 고맙게 잘 읽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