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 일곱 번째 시간(6.14) 공지입니다.
1) <물질세계> 2장 ‘소지인 대상의 체계’ 끝(~298쪽)까지 읽습니다. 원래는 274쪽부터이지만 복습 겸 266쪽부터 읽으면 좋겠네요!
2) 강의가 있는 주이지만 <물질의 물리학> 7, 8, 9장을 차근히 읽어갑니다.
3) 후기는 정혜윤 선생님께서 맡아주셨고요.
4) 간식은 김호정 선생님과 제가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불교의 분석 도구들
‘불교+물질’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2학기, 저희의 타겟은 물질이었고 불교의 물질세계에 대해서 배울 때에도 초점은 대상들, 즉 소지所知였습니다. 그래서 분류법과 체계, 그리고 인과관계, 모순관계, 논증법 등이 소개되는 1장 ‘경론의 총설’을 넘어가고 바로 2장으로 들어갔었습니다. 하지만! 대상들을 다루는 2장에서도 대상들의 복잡한 관계들―하나와 여럿(異*여럿多이라기보다는 차이 혹은 그 밖의 것들), 보편과 개체, 모순, 부정 등의 논리적 구별법이 등장하자 혼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1장으로 돌아가 이 책이 어떤 단계들로 써내려가졌는지를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1장 ‘경론의 총설’은 크게 세 파트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제법의 분류 방식들, 분석의 방법들, <섭류학攝類學>의 논리학.
첫 번째, 제법의 분류 방식은 경론마다 학파마다 다릅니다. 1) 아비달마칠론에서는 일체법을 온蘊, 처處, 계界로 분류합니다. 온은 색수상행식 5온으로 분류되고, 처는 생성향미촉법 6외처와 안이비설신의 6내처를 합해 12처로 분류되며, 계는 인식 대상인 색성향미촉법 6경境계와 의지처인 안이비설신의 6근根계와 의지자인 안이비서신의 6식識계를 합해 18계로 분류됩니다. 2) 아비달마구사론에서는 일체법을 5위로 나눕니다. 색위, 심위, 심소위, 불상응행위, 무위위가 그것입니다. 색위에는 5경과 5근을 비롯한 내외의 유색법이 속하고, 심위와 심소위에는 식법이 속합니다. 불상응행위는 색위도 심심소위도 아니며 생주멸의 3상과 삼세 등이 속합니다. 무위위에는 원인과 조건에 의해 생겨나지 않는 법들인 허공 등이 속합니다. 3) 인명학 논서들은 제법을 소지인 대상境, 능지인 식識, 인식의 방식이라는 세 가지로 확립했습니다. 4) 유식에서는 제법을 다른 것에 의지하여 일어나는 모습인 의타기依他起상, 허구의 개념을 통해 식별되는 모습인 변계소집遍計所執상, 원만히 이뤄진 존재의 진실된 모습인 원성실圓成實상으로 분류합니다. 5) 그 외 중관과 밀교에서도 각각의 분류법을 갖고 있으나 아직은 전혀 모르겠군요! 이 책에서는 크게는 인명학 논서들의 분류를 따르나 아비달마의 방법을 따르는 것도 같습니다.
두 번째, 분석의 방법론은 우리에게 실용적인 도움을 주는 것도 같았습니다. 무엇보다도 그동안 보아온 논서들의 구성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아주 오래전부터(적어도 저희가 읽었던 구사론부터는!) 불교 논서는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121쪽) 설명의 다섯 원칙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저술의 ‘목적’, 핵심을 요약한 ‘의미’, 주제의 어의語義, 자세한 부분적 분석들(반론과 답변), 전후의 설명을 이어주는 상호 연관이 그것입니다. 이러한 체계를 통한 배려는 “경의 의미를 설명하는 자들”(122쪽)의 몫입니다. 그렇다면 독자의 몫은 무엇일까요? “분석하는 사람이 갖춰야 할 최소의 조건은 4의四依이다.”(122쪽) 즉, 경을 이해하고자 하는 자는 네 가지의 원칙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문자가 아닌 진의眞意에 의존할 것, 의식이 아닌 지혜에 의존할 것, 사람이 아닌 법에 의지할 것, 불요의경(언설)이 아닌 요의경(진실된 실상)에 의지할 것. 요약하면 법을 구함에 있어 단어나 표현, 권위나 명성에 의지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는 자신의 말을 금세공사가 금을 세공하듯 따져보라는 부처님의 말씀에 담겨 있는 것들입니다. 이 모든 것은 불교의 법 뿐 아니라, 공부하고 배우는 우리에게도 필요한 자세 같았습니다.
대상은 어떤 방법으로 분석하고 헤아리느냐에 의해 분류되기도 합니다. 현량 즉 직접적인 경험에 의존한 헤아림에 의해 파악되는 종류인 현전現前, 세사비량事勢比量 즉 논리적 추론에 의지해서 파악되는 종류인 소비현전少非現前, 신허비량信許非量 즉 올바른 말과 가르침에 의지해서 파악되는 종류인 극비현전極非現前이 그것입니다. 저희는 이 극비현전의 예로 무엇이 있을까 고민했었는데요. 윤회나 전생, 깨달음 등이 떠올랐습니다. 그 외 분석의 방식에는 사종도리로 파악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 분석 방법에서의 핵심이 되는 개념인 인과연기의 개념, 모순관계의 개념 등이 설명됩니다.
세미나 중 저희는 ‘비현전인 대상을 비량으로 추론’하는 것에 대한 설명에서 헤맸습니다. 현량으로 직접 파악할 수 없는 비현전의 대상을 파악하고자 할 때, “사세논리로써 부정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의 범위를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135쪽)고 합니다. 이 말이 무슨 뜻일까요? 논리를 통해 부정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일까요? 이러한 범위의 구별은 “존재로 정립하지 않는 것과 비존재로 정립하는 것 둘을 구별”하는 것과도 같다고 합니다. ‘존재로 정립하지 않는 것’은 경량부처럼 법들을 상속 전변할 뿐 실체성을 갖지 않는 것으로 보는 방식(이다/아니다)이고, ‘비존재로 정립하는 것’은 유부에서처럼 실체성을 기준으로 법의 존재와 비존재를 나누어 정립하는 방식(있다/아니다)이 아닐까 하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헷갈리는 채로 남아 있습니다. 2장을 읽다보면 힌트를 얻을 수 있을까요?
세 번째로 논리법에 대한 설명이 나옵니다. 논리의 학습방법은 타인의 주장을 부정하고 자신의 주장을 세우고 자신의 주장에 대한 반론을 논파하는 부정, 주장, 논파의 세 과정을 거친다고 합니다. 이렇게 분석할 때 핵심을 파악할 수 있다고요. 저희의 공부나 에세이도 이런 방식으로 짜이면 더 짱짱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질문에 대한 네 가지 응답 방식에 대한 설명이었습니다. 확정하여 답하기(일향기一向記), 분별하여 답하기(분별기分別記), 반문하여 답하기(반문기反問記), 그냥 내버려두는 것으로 답하기(사치기捨置記)가 그것인데요. 네 번째 사치기, 즉 내버려두기가 가장 흥미롭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세상에 끝이 있는가 따위를 묻는 외도들의 질문 8가지에 답하지 않으셨다고 했는데요. 이는 꼬투리를 잡아 함정에 빠뜨리려는 의도가 뻔히 보이는 질문들이기 때문입니다. 때때로 우리에게도 이런 신중함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물질의 특성은 어떻게 변해가는가
오후 세미나 <물질의 물리학>의 초점은 20세기의 양자 역학의 몇 가지 발전들을 훑으며 위상물질의 발명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이 책의 주요 주제인 ‘안정성’의 개념이 변주되고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유동성을 내재하고 있는, 혹은 유동하는 것들이 내재하고 있는 안정성입니다. 플랑크가 데이터와 직관의 힘(돈오점수?)으로 발견해낸 플랑크 상수와 ‘초전도체’를 활용해 발견한 ‘홀 저항값’은 자연 안에서 유지되는 완벽한 안정성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극한의 조건들(고온, 저온, 고압전류)로 몰아넣어야만 발견되긴 하지만요.
이번 범위에서는 20세기 과학의 대 혁명, 빛의 파동-입자 이중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한편에서는 제임스 맥스웰이 빛의 파동성을 입증합니다. 그는 전기력과 자기력이 같은 힘이며, 그것은 전자기파라는 파동으로 표현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파동은 진동하는 폭에 따라 여러 형태를 취합니다. 우리가 아는 빛은 전자기파가 취하는 특정한 파장에서 나타나는 가시광선일 뿐이며, 이 진동수가 변함에 따라 x선, 감마선, 자외선, 적외선, 라디오파 등이 됩니다. 전자기파의 속도는 모두 동일하게 빛의 속도이며, 맥스웰은 그 속도마저 계산해내지요. 빛의 속도, 전자기파의 속도는 항상 일정합니다. 요는, 빛이 파동이라는 것이죠. 하지만 문제는 얼마 지나지 않아 빛이 파동이 아니라 입자임을 보여주는 증거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플랑크의 흑체복사 실험의 해석과 아인슈타인의 광전효과 실험 해석은 빛이 파동이 아닐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파동은 끊어져 나뉠 수 없고, 그렇기에 셀 수 없습니다. 파동은 사방으로 퍼지기에 위치를 특정할 수 없습니다. 이는 우리가 아는 물질, 정확히는 입자가 갖지 않는 특징이지요. 그렇다면 입자의 특성은 무엇일까요? 아니 그전에 물질은 입자에 가까울까요, 파동에 가까울까요? 우리는 물질을 무엇이라고 생각할까요? 만질 수 있고, 특정할 수 있는 위치를 갖고, “상자에 넣어 보관하고 운반할 수 있어야”(143쪽) 하고, 무게를 갖고...
아인슈타인은 “물질을 구성하는 것은 띄엄띄엄한 존재인 원자와 전자(양성자와 중성자는 아직 발견되기 전이었다)라는 점을 자명한 사실로”(159쪽) 전제하고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대다수 과학자들의 의견이었습니다. 물질은 나누어질 수 있는 무언가로 되어 있고 특정한 시간에 특정한 위치를 갖고 있습니다. 즉 물질은 입자에 가깝습니다. “입자의 대표 속성 중 하나를 꼽으라면 하나, 둘, 이렇게 셀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예견과 그 뒤에 일어난 실험적 검증에 따르면 빛도 하나, 둘 셀 수 있다. 빛도 입자다. 따라서 빛도 물질이다!”(162쪽)
빛은 셀 수 있기 때문에 입자이고 물질이다... 아인슈타인은 물질의 조건을 입자성, 즉 셀 수 있음에서 찾고 있습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그 조건에 질량은 해당되지 않습니다. 질량이 없어도 물질일 수 있다고 보는 것이죠! “아인슈타인이 제안한 새로운 역학 체계에선 질량이 더 이상 입자의 절대적인 속성이 아니다. 설령 질량이 없는 입자라고 할지라도 운동량과 에너지라는 속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163쪽) 저희의 상식으로 질량 없는 물질을 상상하기는 무척 어렵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아인슈타인에 의해 물질 개념이 어떤 변형을 겪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빛을 파동에서 입자로 바꿈으로써, 즉 물질의 범주에 포함시키면서 물질의 범주 자체를 바꿔내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경계가 변하고 있는 것이 물질의 개념이라면, 불교의 색법 중 근과 같은 투명한 내처를 이해해볼 여지도 함께 생겨나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나오게될 위상 물질에 대한 이야기도 점점 궁금해지네요! 다음 시간에 만나요!
물질에 대한 개념도 변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물질도 물질이 아닐 수 있다는 것, 물리학의 역사를 더듬어 가며 불교의 무상과 연기 개념을 엿봅니다
보다 읽기 쉬운?ㅋㅋ 후기 잘 읽었습니다~